제목 | " 이 한국 아가씨는 건드리지 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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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7-01-06 | 조회수725 | 추천수8 | 반대(0) 신고 | |
" 이 한국 아가씨는 건드리지 마"
대만에서 선교사로 일할 때 한국의 겨울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릅니다. 무더운 나라에서 지내다 보니 한국에서는 쓸쓸해 보여 싫던 앙상한 겨울 나무들이 그리워졌습니다. 겨울을 싫어하는 제가 어느덧 겨울 예찬론자가 돼 가고 있을 즈음의 어느 날 이었습니다. 노숙자 할아버지 한 분이 "노숙자가 죽어가고 있다"며 그 사람이 쓰러져 있는 공원에 함께 가자고 했습니다. 할아버지를 따라 가보니 한 노숙자가 후미진 벤치에 누워있었습니다. 멀뚱히 쳐다보는 초점 없는 눈을 보고 병이 깊다는 것을 단박에 알아챘습니다. 병원으로 데려가려고 했지만 그 노숙자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분과 옥신각신하고 있는데 저편에서 깡패처럼 보이는 청년이 건들거리며 다가왔습니다. 그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제게 '수작'을 걸었습니다. 저를 데려간 할아버지도 저를 보호해 줄 능력이 안 되는 터라 등에서 진땀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태연한 척 하고 있는데 그 청년이 "이 할아범과 같이 다니지 마. 이 할아범 폐병 환자야. 알기나 아는 거야?"하며 제 옆의 할아버지를 주먹으로 쳐서 쓰러뜨렸습니다. 그때 또 한 사람이 "무슨 일인데 시끄러워?"하며 다가왔습니다. 그 사람은 얼굴이 더 험상궂어 보이는 게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숨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온 그가 제 얼굴을 보더니 "아하, 여기서 만나네. 한국 아가씨?"하며 아는 체를 했습니다. 그러더니 주먹을 휘두른 건달에게 "야, 임마! 딴 사람은 몰라도 이 여자는 건들지 마. 이 아가씨 한국 여자야. 우리나라 와서 노숙자들을 위해 일한다구"하며 제 편을 들어주었습니다. 심호흡을 하며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그리고 아픈 노숙자를 병원으로 옮기게 구급차를 불러 달라고 했습니다. 몇 분 후 사이렌 소리가 들리자 그 건달 청년은 웃옷을 벗어 들고 흔들며 달려가 구급차를 불러왔습니다. 이틀 후 함께 일하는 대만 봉사자에게 그 노숙자 병문안을 가자고 했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낮 오후였기 때문입니다. 혼자 길을 나서는데 그 분이 헐레벌떡 뒤따라 나왔습니다. 아무 말 없이 한참을 걷더니 저를 불러 세웠습니다. "한국 아가씨, 그 노숙자는 대만 사람인데 정작 우리는 거들떠볼 생각을 안 하고 있어요. 이 무더위에 병문안을 가겠다고 나서는 당신을 보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요. 당신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없이 깨우쳐 줬어요." - 정복동(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평신도 선교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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