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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괴짜수녀일기] 세례명 정하기 <19 >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07 조회수987 추천수8 반대(0) 신고
 

                       세례명 정하기

 

                             

   지난여름, 본당에서 영세 준비를 위한 교리반 과정이 거의 끝나갈 무렵, 세례명을 고르느라 반나절을 사무실에서 보낸 지 데레사 씨는 결국 자신의 본명을 ‘데레사’로 하고 싶다며 내게로 왔다.


“소화 데레사 성녀예요?”

“아니오.”

“그럼 대 데레사(아빌라의 성녀 데레사)입니까 ?”

“아니오.”

“그럼 누구신지요?”

“마더 데레사입니다.”


   나는 예상 외의 대답에 잠시 말을 잊고 말았다. 그분이 아직 살아 계셨던 당시에, 그분은 비록 ‘살아 있는 성인’ 이라고 불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공식적으로 성인품에 오른 분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마더 데레사의 세례명인 ‘소화 데레사’로 세례명을 정하는 것으로 그 일은 일단락되었지만, 이번 성탄시기에 영세할 예비신자들을 생각하면 쉽게 잊어버릴 일은 아니다.


   언젠가 의정부2동 성당에서 내가 아는 부부의 영세식이 있어서 길을 물어물어 찾아간  적이 있었다. 막 성당에 들어서자 그들의 이마에 물을 붓는 예절이 진행되고 있었다. 자리로 돌아오다 나를 발견한 그들은 내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감격해했다. 내가 보이지 않아서 줄곧 길을 헤메는 게 아닌가하고 자꾸 분심이 들었노라며. 그리고는 내가 믿는 하느님을 그들도 믿고 가톨릭에 입교하게 되어 더 없이 기쁘고 이제 은혜에 보답할 길을 찾았노라는 그들의 말에 나 역시 목이 메이고 말았다.

  

   자녀 셋 모두가 농아인 이들 부부와의 인연은 첫째아이를 가르치면서 시작되었으니 20년이 넘게 지속되고 있다. 지금은 그 애들이 모두 대학생이다. 그 중 둘째는 현재 특수교육학과에 재학 중이다. 둘째 자영이의 팬인 요셉수녀는 그들 부부에게 이런 말을 하곤 했다. 하느님에게 욕이나 한바탕 하라고, 자녀 셋을 몽땅 농아로 준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냐고 말이다. 오죽 맘이 아팠으면 그랬을까.

   

   이 두 분이 성당 교리반에 다닌다는 소식은 6개월이 훨씬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세례명은 ‘바르나바’와 ‘도르가’로 정했다고 했다. ‘바르나바’로 정한 이유는 바오로나 베드로 같은 대성인 보다는 뒤에서 드러나지 않게 큰일 하는 분들을 도와주는 성인의 삶이 너무나 좋았기 때문이라고 했고, 또한 베드로의 기적으로 다시 살아나게 되어 착한 일과 구제 사업을 많이 하게 된 ‘도르가’라는 여인처럼 봉사의 삶을 살고자 그런 본명을 택했노라고 했다. 한 해가 저무는 이때, 우리 모두 자신의 수호성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 이호자 마지아 수녀(서울 포교 성 베네딕토 수녀회)/ 前 애화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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