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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월 8일 야곱의 우물- 루카 3, 15-16.21-22 묵상/ 여섯 살 불어 선생님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08 조회수505 추천수1 반대(0) 신고

여섯 살 불어 선생님

그때에 백성은 기대에 차 있었으므로, 모두 마음속으로 요한이 메시아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요한은 모든 사람에게 말하였다. “나는 너희에게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러나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 오신다.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

 

그분께서는 너희에게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 온 백성이 세례를 받은 뒤에 예수님께서도 세례를 받으시고 기도를 하시는데 하늘이 열리며 성령께서 비둘기 같은 형체로 그분 위에 내리시고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루카 3,15-­16.21-­22)

◆한국 교회에서 성직자와 수도자는 대부·대모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외국 에서는 그렇게 엄격하지 않다. 내가 프랑스에서 공부할 때 한 여자 아이의 대부가 되었는데, 대녀의 이름은 안 클로드이다.
그 당시 나를 아껴주시던 신부님이 주말이면 조카의 집에 나를 데리고 갔다. 그 집의 여섯 살 된 클로드가 불어 선생님이 되어주었다.

 

한 번은 내가 수술 후 요양을 하고 있는데 이 아이가 문병을 왔다. 자신의 제자에게 꼭 문병 가야 한다며 직접 초콜릿 케이크를 만들어 어머니에게 들리고, 보졸레 포도주 한 병은 할머니에게 들려 자기는 공주처럼 찾아와 나를 감격시켰다. 나중에 클로드가 아직 세례를 받지 못했으며 첫영성체를 준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귀국할 무렵 감사 편지를 쓰며 꼭 신자가 되기를 빈다고 했더니 곧바로 ‘나의 대부가 되어 달라’는 답장이 날아왔다. 그 아이의 부모와 상의했더니 딸아이의 요청을 받아주면 좋겠다고 하여 난생 처음 대부가 되었다.
클로드는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하고 생각을 많이 하는 아이였다. 내가 편지할 때마다 한국 부모들이 자녀에게 바라듯이 ‘공부 열심히 하라’고 권해서인지 대녀는 머리가 아주 명석하여 월반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다.

 

지난 여름 파리에서 만났을 때 20대 젊은 나이로 대학 강단에 서게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 총명한 눈매와 희망에 벅차 있는 모습을 보며 나도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오늘날 프랑스의 젊은이들이 지닌 문화적 감수성을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세례 때에 나와 맺은 인연으로 가톨릭 신앙을 사는 데는 변함이 없으리라 확신한다.

 

오늘 예수님의 세례 축일을 지내며 우리의 대자·대녀들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그분의 생명이 충만하기를 빌며, 이들이 주님의 자녀로 성장하도록 도와주어야겠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루카 3,22ㄴ).

구요비 신부(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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