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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늘 복음 묵상]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l 양승국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09 조회수943 추천수10 반대(0) 신고

 2007년 1월 9일 연중 제1주간 화요일


연중 시기

교회는 일 년의 주기 안에서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룩하신 구원 업적을 기념하며 경축한다. 이를 ‘전례주년’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이를 통하여 “강생에서 성령 강림과 주님의 재림에 이르기까지 그리스도의 전 신비를 기억한다.” ‘예수 부활 대축일’과 ‘예수 성탄 대축일’은 전례주년의 두 기둥이다.
우리 신앙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다. 주간마다 주님의 날이라 부르는 ‘주일’에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한다. 그러한 가운데 성인들의 천상 탄일도 축하하는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고유 특성을 지닌 시기(대림 시기, 성탄 시기, 사순 시기, 부활 시기) 외에 1년에 33-34주간이 남게 되는데, 이 시기를 연중 시기라고 한다. 이때의 미사 전례 독서들은 교회의 복음화(선교) 활동이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예수님의 공생활과 교회가 자라나는 모습을 주로 들려준다. 또한 이 시기에는 그리스도 신비의 어떤 특수한 면보다는 그리스도의 신비 전체를 다양하게 경축한다. 특히 연중 주일이 그러하다. 이 시기에는 또한 성인들을 자주 기념한다.
연중 시기에 사제는 생명의 희열과 희망을 나타내는 녹색 제의를 입으며, 이것은 공현 후 주님 세례 축일 다음 날부터 재의 수요일 전 화요일까지, 다시 성령 강림 대축일 후 월요일부터 대림 제1주일 전 토요일까지 계속된다. 연중 마지막 주일은 ‘그리스도 왕 대축일’로 지낸다.


 ☆☆☆


예수님께서 그에게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하고 꾸짖으시니,

더러운 영은 그 사람에게 경련을 일으켜 놓고

큰 소리를 지르며 나갔다.  (마르코 1,21ㄴ-28)

 

 Jesus rebuked him and said,

“Quiet! Come out of him!”
The unclean spirit convulsed him

and with a loud cry came out of him.

 


예수님께서는 회당에서 가르침을 주시고 악령 들린 사람을 고쳐 주시며 당신을 드러내신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권위가 있고, 그 권위는 악령들도 맞서지 못하는, 하느님에게서 온 권위이다


 ☆☆☆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가수 조성모의 ‘가시나무새’란 노래를 잘 알고 계시지요.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가사 몇 구절이 계속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더군요.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픈 무성한 가시나무숲 같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생각할수록 일리가 있는 말 같습니다.


제 안을 들여다보면 어찌 그리도 많은 또 다른 내 모습들이 자리 잡고 있는지 모릅니다.


수만 가지의 모습의 제가 들어앉아 있습니다. 때로 저도 제 자신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때로는 선량하지만 때로는 악랄합니다. 때로 순수하고 감성적이지만 때로 그렇게 교활할 수 가 없습니다. 때로 천사의 얼굴로 살았습니다만, 때로는 보기만 해도 흉한 악령의 모습으로 살았습니다. 언제라도 천국으로 직행할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한 영혼을 지니고 살았는가 하면, 지옥 불에 떨어져도 할 말이 없을 정도의 죄 중에도 살았습니다. 그 수만 가지 모습 때문에 방황하고 갈등하고 괴로워하며 그렇게 살아온 제 인생인 듯합니다. 그것이 인생인가 봅니다.


회당에서 가르치고 계시던 예수님께서 참으로 딱한 한 인간을 만나십니다. 악령에 사로잡힌 인간이었습니다. 보통 악령이 아니라 지독한 악령이었습니다. 백약이 무효였습니다. 아무리 마음을 단단히 먹고 스스로를 한번 통제해보려고 노력했지만, 그 모든 일이 다 허사였습니다. 평소에는 잠잠하다가도 악령이 활동하기 시작하면 거의 초죽음 상태가 되고 맙니다. 악령의 활동이 잠시 중지될 때 제 정신으로 돌아오지요. 그 순간 느끼는 감정은 죽음보다 더한 괴로움이었습니다.


자신이 악령에 사로잡혀 휘둘리고 있다는 사실, 스스로를 전혀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죽고만 싶었을 것입니다. 본인이 느꼈던 스트레스도 컸겠지만 주변 사람들이 옆에서 느끼는 고통도 이만 저만 큰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선 무서웠습니다. 그러다보니 가족들도 포기하고 떠나갔습니다. 도움을 주던 친구들도 떠나갔습니다. 이제 혼자가 되어 정처 없이 전국산천을 떠돌아다니는 부랑자 신세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 가련하고 불쌍한 영혼이 오늘 주님을 만납니다. 자신 안에 들어있는 또 다른 존재로 인해 고통당하는 영혼,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영혼, 하루 온종일 악령에 시달리는 가련한 영혼 앞에 주님의 발걸음이 멈춥니다.


우리 안에 또 다른 내가 있습니다. 우리의 내면 안에 분명히 악에로 기우는 세력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악으로 인도하는 흐름이 있습니다. 그 세력이야말로 이 시대 악령입니다. 성령에 반대되는 악령, 불결한 영, 사악한 영입니다.


그 악령은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우리를 괴롭힐까요?


악령은 타락한 하느님의 영입니다. 겉은 그럴 듯합니다. 머릿속에는 천사의 지식도 지니고 있습니다. 마음속에는 하느님을 알아보는 식별력도 있습니다. 그러나 악령의 최종적인 목표는 인간을 하느님께 나아가지 못하게 가로막는 일입니다. 인간의 시선을 흐리게 만듭니다. 자기중심을 잃게 만듭니다. 하느님께서 금하고 계시는 행위를 하도록 자극합니다.


이런 악령이 오늘 예수님을 만나 이렇게 외칩니다.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악령의 이 말은 예수님을 향한 신앙고백이 아니라 자기방어의 수단으로서 나온 말입니다. 비록 타락한 영이지만, 하느님을 거스른 영이지만, 하느님으로부터 멀리 떠나 있는 영이지만, 하느님의 존재를 인식합니다. 악령이 하느님 앞에 서 있자니 얼마나 고통스러웠겠습니까? 예수님의 찬란한 성덕 앞에 격분한 악령은 아직 세상에 드러내서는 안 될 예수님의 신원을 재빨리 폭로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구원사업을 좌절케 하려고 기를 씁니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이유는 우리 각자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악령을 멸망시키기 위해서입니다. 그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하느님의 나라를 세우기 위해서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우리가 천사의 마음을 지니고 있다할지라도, 지속적으로 회개하지 않으면 악의 세력은 순식간에 우리 인생을 점령하고 말 것입니다. 우리 머릿속이 하느님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흘러넘친다 하더라도 성령의 인도를 받지 않는다면, 성령으로 채우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느새 악령의 지배를 받고 흔들리게 될 것입니다.

- 양승국 신부

 

                             

                                     가시나무새/시인과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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