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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 마음의 바다 (나영훈 안토니오 신부님 )
작성자오상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10 조회수611 추천수9 반대(0) 신고
 12월 9일 : 내 마음의 바다
 
  어제 고3 학생들과 함께 바다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기타를 차고 들뜬 마음으로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부산 광안리 바닷가 옆에 있는 올리베따노 베네딕도 수녀원이었습니다.


저희가 도착했을 때 마침 성당에서 낮기도를 하고 계신 수녀님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수녀님들의 맑고 고운 성가는 우리들의 마음을 깨끗이 씻어 내렸습니다.

천상의 신비를 이미 살고 계신 수녀님들을 보면서 “참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수녀원에는 “은혜의 집”이라는 피정의 집이 있습니다.

새로 지은 집인데 깨끗하고 장소도 피정하기에 좋은 곳입니다.

이 집의 특징 중에 하나는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카페 안에는 이해인 수녀님의 책들과 수녀님들이 만든 십자가 등의 이콘과 

그리고 들꽃 향기가 나는 차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저는 유독 이해인 수녀님께서 지으신 신간

“사랑은 외로운 투쟁” 이라는 수필집을 눈여겨 보았습니다.


바다여행을 마친 후에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이 책을 읽어 보았는데,

어떤 글귀가 깊은 묵상에 잠기게 해 주었습니다.

그 구절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랑의 좁은 길을 가려면 마음을 바다처럼 넓혀야 한다.”


예전에 한 번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제가 신학교로 들어올 때 힘을 얻은 말씀은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마태 7,13) 였습니다.


사람들이 가지 않는 좁은 길로 가기를 결심하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이 좁은 길이 살다보니 무척 힘이 듭니다.

사랑한다는 것이 말처럼 그리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다보면 좋은 면보다는 좋지 않은 면들이 먼저 보이고,

내 틀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미워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다른 지혜가 필요한 요즘입니다.


저는 그러한 지혜의 샘을 이 글귀를 통해 만나게 된 것입니다.

“사랑의 좁은 길을 가려면 마음을 바다처럼 넓혀야 한다.” 


광안리 바다를 바라보면서 생각했습니다.

바다처럼 넓은 마음을 가지고 싶다.

바다처럼 모든 것들을 포용하고 안고 싶다.

바다처럼 동요하지 않고 잔잔할 수 있는 고요함을 누리고 싶다.


바다처럼 넓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

그래서 내 마음의 바다에 많은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

이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고3들을 위한 여행이었지만,

제가 피정을 하고 돌아오는, 그래서 새 힘을 얻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 하나가 등장합니다.

그는 예수님께 소리를 지르며 말하지요.

“나자렛 사람 예수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복잡한 소리가 내 안에서 들려올 때가 있습니다.

많은 걱정으로 우리 마음을 어지럽히는 

그래서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만드는 그런 더러운 영이

우리 안에 있습니다.

이 영들을 내쫓을 수 있는 단 한 가지 방법,

그것은 예수님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침묵의 지혜입니다.

침묵은 우리 자신을 고요하게 하고, 새로운 길을 보여 줍니다.

그리고 온갖 잘못된 생각들, 나쁜 기억들.

이 모든 것들을 떨쳐버리게 만듭니다.

우리는 먼저 침묵 속에서 고요해지는 방법을 터득해야 합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기도인 것이지요.

기도를 통해서 온갖 악한 것들을 우리에게서 몰아내게 될 때

우리는 마음의 바다를 가질 수 있게 되고,

넓은 마음으로 모든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사랑의 좁은 길을 잘 걸어가기 위해서는

바다처럼 넓은 마음이 필요합니다.

마음에 미움이 싹뜨고 용서가 되지 않을 때

그 때 넓은 바다를 기억하시고

넓은 마음으로 사랑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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