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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귀가 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10 조회수657 추천수4 반대(0) 신고
 

<마귀가 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예수님께서 그 부인에게 다가가시어 손을 잡아 일으키시니 열이 가셨다. 그러자 부인은 그들의 시중을 들었다. 저녁이 되고 해가 지자, 사람들이 병든 이들과 마귀 들린 이들을 모두 예수님께 데려왔다. 온 고을 사람들이 문 앞에 모여들었다. 예수님께서는 갖가지 질병을 앓는 많은 사람을 고쳐 주시고 많은 마귀를 쫓아내셨다. 그러면서 마귀들이 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그들이 당신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 새벽 아직 캄캄할 때, 예수님께서는 일어나 외딴곳으로 나가시어 그곳에서 기도하셨다.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떠나온 것이다.” (마르 1, 29-39)


  ‘가파르나움에서의 하루’ 이야기 중 후반부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시몬의 장모가 열병을 앓고 있어 예수님께서 치유해 주셨습니다. 원래 유대인 법도로는 여인들이 남자들에게 식사시중을 들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시몬의 장모가 예수님께 시중을 듭니다. 상당히 여인들을 우대하는 조치이거나, 치유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지극한 것을 표현한 것입니다. 또는 마르코 저자가 그런 법도를 몰랐으니 유대인이 아니라는 증거가 됩니다.

  해가 져 안식일이 끝나고 여행이 가능한 다음 날이 되었습니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병든 사람들과 마귀 들린 사람들이 마을 어귀에 있는 “문” 앞에 모여들었습니다. 시몬의 장모를 치유한 집은 사적인 공간이고 여기서 말하는 “문”은 공개된 장소라는 의미입니다. 주님께서 사적인 치유와 공적인 치유를 모두 온전히 이루어 주셨습니다.

  마귀들은 헛소문으로 예수님의 사업을 방해하였습니다. 악마들은 있지도 않은 허무맹랑한 거짓으로 꼬드기는 것이 아닙니다. 있는 사실을 자기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합리화시켜 듣는 사람이 진실과 거짓을 헷갈리게 만듭니다.

  창세기 3장에서 뱀이 여인을 꼬드길 때도 전혀 없는 말로 꾸며대기보다 있는 내용을 살짝 변형시켜 전혀 다른 것으로 만들어 버리면서 다가왔습니다. 여인이 생각하기에 그렇듯 하게 생각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마귀들의 소행은 이처럼 말을 통해서 이루어졌습니다. 우리도 침묵하기보다 쓸데없이 말이 우선하는 경우 스스로 마귀에 빠질 위험이 그만큼 많아지는 것입니다. 거짓말은 새로운 거짓을 낳는 법입니다. 말은 눈사람 만드는 것처럼 굴릴수록 점점 살이 붙게 마련입니다. 

  어느 자매님이 남편과 대화만하면 이상하게 말싸움으로 번져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 고민을 존경하는 수녀님께 고백하니 수녀님께서 성수를 한통 가져다가 말싸움이 시작되려는 기미가 있으면 마시라는 충고를 했습니다. 성수이니 기막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여겼던 자매는 수녀님을 믿어 보자고 성수를 떠다 집에 정성껏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며칠 후 부부싸움이 시작되려는 기미가 느껴지자 그 자매는 얼른 성수를 한 모금 마셨습니다. 그 대신 삼키지는 말고 입안에 담고 있으라는 수녀님 충고대로 했습니다. 그러자 남편이 이런 말 저런 말 되지도 않는 소리를 늘어놓더라도 맞대응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가만히 들어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제풀에 지친 듯 말소리가 낮아지더니 그냥 밖으로 나가버리게 되었습니다. 그런 일이 몇 번 더 있고나니 이제는 싸울 일이 줄어들게 되었고 오히려 부부사이가 더 좋아진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기막힌 성수의 효력을 보게 된 것입니다.

  사람 입에서 나온 말은 믿고 싶게 만드는  위력이 있습니다. 가깝게 여겨지는 사람이 하는 말일수록 곧이곧대로 믿게 됩니다. 그러니 친한 사이일수록 말을 가려야하고 꾸미지 않은 말, 나아가서 침묵으로 대화하는 법을 배워야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마귀에 대한 구절이 32,34,39절에 세 차례나 나옵니다. 그만큼 강조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마귀들이 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그들이 당신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신이 누구신지 알고 있는데도 함부로 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은 것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 더 나쁘기 때문입니다.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어렴풋하게 아는 것을 가지고 주님의 가르침인양 함부로 입 밖에 내는 것을 경계하여야 합니다. 교회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교리 이외에는 더 조심스럽게 언급해야 합니다.

  유혹은 무언가 이루어질 것 같은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좋고 화려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사기꾼들도 이러한 모습으로 다가 오며 그럴듯한 헛된 희망을 불러일으키며 다가옵니다. 우리는 이 유혹을 잘 식별하여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식별하는 법은 하느님 나라에 알맞은 “효과”를 내는 것을 선택하면 됩니다.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일이 들어나야 하는 것입니다.




Brahms Symphony No.1 4악장 (Adagio Allegro non troppo ma con b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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