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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6.눈밭에서 잃어버린 아이 ♠†/오기선[요셉]신부님 이야기 /원작 차 엘리사벳.
작성자양춘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10 조회수687 추천수9 반대(0) 신고

 

 

 

[나: 알베르토]

†♠ 6.눈밭에서 잃어버린 아이 ♠†/오기선[요셉]신부님 이야기 /원작 차 엘리사벳.


새도록 줄기차게 비가 내렸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 하늘은 맑게 개었습니다.

장독대도, 싸리나무도, 울타리도, 초가집도, 기와집도, 산도, 들도, 모두 하느님께서 골고루 깨끗이 청소를 하셨습니다.

바람이 불어도 먼지 한 점 일지 않아 기분이 상쾌하였습니다.

동생 알베르토와 잠자리를 잡던 요셉은 양동이를 들고 오는 광수와 지웅이를 만났습니다.

“너희들 양동이를 들고 웬일들이냐?”

“우리 고기 잡으러 갔었다. 어젯밤에 내린 비로 냇물이 불어서 물고기가 엄청나게 많이 떠내려 왔어.”

광수는 물고기가 든 양동이를 보여주며 말했습니다.

양동이 안에는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서로 자리다툼을 하는 듯 우글거렸습니다.

“와~! 정말 많이 잡았구나!”

“고기가 얼마나 많은지 그물만 대도 막 걸려들어. 정말 신나게 잘 잡히더라.”

“나도 좀 부르지 그랬어!”

“아까 가다가 너희 집에 들렀는데 네가 없던걸...”

 “잠깐 어머니 심부름을 갔었거든.”

“고기가 많아서 더 잡으려 해도 배가 너무 고파서 돌아왔어. 내일 도시락 싸 가지고 너도 같이 가자.”

친구들과 헤어진 요셉은 빨리 고기를 잡고 싶은 마음에 내일을 기다리는 것이 너무 지루했습니다.

“형아, 내일 고기잡이 갈 때 나도 데려가, 응?”

“너는 어려서 안 돼.”

“내가 가서 양동이를 들고 다니면 형도 편할 텐데..”

“안 돼. 네가 따라오면 걸리적거리고 고기도 다 도망 갈 거야.”

“형이 가면 고기가 안 도망가나 뭐?”

“형은 조심스럽게 다니거든.”

“나도 살살 조심스럽게 다닐게. 형. 이렇게 말이야.”

알베르토는 일어서서 발뒤꿈치를 들고 가만가만 걷는 시늉을 하였습니다.

“아 글쎄 안 된다니까! 정말 진드기처럼 조르네. 참.”

요셉은 이튿날 고기를 잡으러 갈 생각으로 마음이 들떠 잠도 잘 오지 않았습니다.

밤늦게야 잠이 든 요셉은 고기 잡는 꿈을 꾸었습니다.

물고기가 어찌나 많은지 손바닥만 한 것, 팔뚝만 한 것, 다리통만 한 것 등 그물을 넣는 대로 수없이 많은 물고기가 가득가득 잡혔습니다.

붕어, 메기, 뱀장어, 모래무지..이외에도 이름 모를 물고기들이 엄청나게 많이 잡혔습니다.

어느새 양동이는 물고기로 가득 차 더 이상 담을 수가 없었습니다.

“알베르토, 통 더 가지고 와, 빨리, 빨리.....”

요셉은 잠꼬대를 하다가 깨어났습니다.

창틈으로 새어 들어온 아침 햇살이 요셉의 얼굴에 비춰 눈이 부셨습니다.

“형아, 일어나. 형아! 고기 잡으러 가자.”

알베르토의 음성을 듣고 요셉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요셉은 서둘러 세수를 하고 아침밥을 먹었습니다.

“어머니, 도시락 좀 싸주셔요.”

“갑자기 도시락은 왜 싸달라고 하느냐?”

“고기 잡으러 가게요.”

“주일에 성당엘 가야지. 고기를 잡으러 가다니 그게 웬 말이냐?”

“아차~! 오늘이 주일이지.”

요셉은 어제 친구들이 잡은 물고기를 보고 난 후 마음이 들떠서 이튿날이 주일이라는 것도 까맣게 잊고 친구들과 약속을 하였던 것입니다.

“어머니 오늘 친구들하고 고기 잡으러 가기로 약속했어요.”

“그러면 성당에 다녀와서 가려무나.”

“그럼 너무 늦어요. 친구들하고 도시락 싸 가지고 일찍 가기로 약속했는걸요.”

“그건 안 된다. 주일에 미사도 드리지 않고 고기를 잡으러 가겠다니 될 말이냐?”

“오늘 딱 한 번만 빠질게요. 딱 한 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구나. 절대로 안 된다.”

“친구들이 기다릴 텐데요.”

“그러면 친구들에게 못 간다고 말해라.”

“어머니, 딱 한 번만.....다음엔 절대로 안 빠질 테니 딱 한 번만.....”

“요셉~! 한 번만 더 말했다간 종아리를 칠 테다.”

갑자기 무서운 얼굴로 변하신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요셉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주일이 되면 하루 종일 노는데 요셉은 주일이 더 바빴습니다.

삼 십리 길이나 되는 성당에 가서 두 시간이 넘게 미사 참례를 해야 하고, 또 두 시간 넘게 교리 공부를 하고 나서 집에 돌아오면 하루해가 거의 다 지나가 버리는 것입니다.


요셉의 형제들은 어머니가 정갈하게 손질해 놓은 옷을 갈아입고 부모님을 따라나섰습니다.

“장래의 신부님들이여! 성당에 늦기 전에 어서들 갑시다.”

어머니는 고기잡이를 못가서 마음이 안 풀린 요셉의 손을 꼭 잡고 걸으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마음 놓고 성당에 갈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지 알아야 한다.

옛날, 대원군 시절에는 천주교를 믿는 신자들은 모두 잡아 죽였단다.

천주교 신자들을 잡아내기 위하여 오가작통법을 썼지.

오가작통법이란 다섯 집을 한 통으로 하여 천주교를 믿는 사람들을 감시하여 고발하도록 한 것인데, 들키면 그 집안은 삼대까지 몰살을 당했단다.

사람들은 천주교신자라는 것을 숨기기 위해 친척들은 물론이고 식구들에게까지도 자기의 신앙을 비밀로 했단다.

어떤 집에서는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또는 형제들과 자매들이 서로 신자라는 것을 숨기고 살다가 어쩌다 신부님이 마을에 들어와 미사 드릴 기회가 생기면 서로 교우인 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지.

그 당시 교우들은 신분이 드러나면 포졸들에게 잡히지 않으려고 피난을 가야 했단다. 천주교 교인들은 강 언덕에, 바위틈에, 산속 다래넝쿨 속에, 또는 토굴 속에서 걸인이나 노동자, 장사꾼, 병신노릇까지 하며 살았지. 포졸이 오면 교우들은 서로 위험신호를 보내 알려주었는데 그렇게 되면 한 밤중에라도 모든 재산을 다 버린 채 목숨만이라도 건지기 위해서 버선발로 도망을 쳐야 했단다.

너희 증조부모께서도 별안간 밀어닥친 포졸들의 습격을 피해 아이들을 데리고 피난을 가게 되었는데, 엄동설한에 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을 가시덤불에 옷을 찢겨 가며 엎어지고 넘어지면서 도망을 쳤단다.

그렇게 도망을 치다가 주위가 조용해지자 한숨을 돌리기 위해 발을 멈추었는데, 등에 업은 아이를 만져보니 빈 포대기만 잡히고 아이가 빠져 나간 것도 모르고 있었단다.

그래서 사색이 되어 삼십 리 길을 되돌아 가 보았으나 푹푹 빠지는 눈 속에서 아이를 찾을 길이 없었단다.

잃은 아이를 못 찾은 증조부모는 남은 아이들이나 잘 키워야지 하는 생각으로 포기하고 돌아섰단다,

넘어 질 때 빠져나온 아이는 울며불며 눈 속을 헤메다가 어느 마을에 다다랐단다. 

5~6세쯤 되어 보이는 어린 것이 남의 집 문간에서 전전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 집주인은 마침 아이가 없던 참이라 그 아이를 양아들로 키웠단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자 아니는 소여물도 쑤고 소 풀도 뜯기며 제법 집안일을 도울 수가 있었지. 그러면서도 아이는 어렸을 적의 일을 잊을 수가 없었단다.

그리운 엄마의 모습과 음성이 언제나 아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었던 거야.

천주교 신자를 박해하던 대원군의 세력이 무너지자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살던 천주교 신자들은 그나마 조금 마음을 놓고 신앙생활을 할 수가 있게 되었단다.

그동안 생이별을 하고 살던 부모들은 자식을 찾아 나서고 자식은 부모를, 남편은 아내를, 아내는 남편을 찾아 동네방네로 헤메었단다.

아들을 잃어버린 너의 증조부모께서는 아들을 찾기 위해 박물장수로 나섰지.

장사를 하면 아무집이나 쑥쑥 들어 걸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아들을 찾으려고 여러 가지 수단과 방법을 다 써 보았으나 도무지 찾을 길이 없었단다.

그러다가 몸이 지칠 대로 지치고 눈도 나빠 진데다가 몸도 병이 나서 다닐 수가 없게 되었지.

그러자 증조모께서는 밥만 먹고 나면 집 뒤 굴뚝에 나가 앉아 있곤 했단다.

피난 올 때 넘어온 서쪽 태산준령을 바라보며

‘내 아들이 언제 저 고개를 넘어 오려나~!’ 하고 울면서 묵주 알을 돌리며 지냈단다.

십 년 동안 남의 집에서 양아들로 자란 아들도 나이가 차서 결혼을 하여 자녀가 둘이나 되었단다.

그러나 어렸을 때 잃어버린 부모의 모습은 꿈속에서도 잊을 수가 없었지.

그래서 잃어버린 부모를 찾기 위해 몇 해를 헤메었단다.

그러던 중 어느 산골짜기에 자기 성과 같은 집안이 여러 가구가 산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지.

양아들은 두루마기 차림에 초립을 쓰고 괴나리봇짐에 미투리 한 켤레를 대롱대롱 매달고 꼭두새벽에 집을 나섰지.

산 넘고 물 건너 같은 성씨가 살고 있다는 두메산골로 찾아 들었단다.

그날은 마침 주일이어서 한 사람은 밖에서 망을 보고 남은 식구들은 모여서 주일 예절을 보고 있었지.

괴나리봇짐에 초립을 쓴 사람이 산골짜기에 나타나자 굴뚝 옆에 앉아서 망을 보던 증조모는 또 포졸이 오는 줄 알고 집안을 향해 “북석아!” 하고 소리쳤단다.

‘북석이’란 포졸아 온다는 식구들끼리의 암호였지.

주일 예절을 보던 식구들은 십자고상, 성서, 성물을 재빨리 감추고 나오지 않는 너털웃음을 웃어가며 때 아닌 옛날이야기 등 담소를 나누는 척 해야 했단다.

초립동이가 마당에 들어서서, 공손하게 같은 성씨를 찾으니 많은 세월이 흐르긴 했어도 어머니와 아들은 서로를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단다.

“어머니!”

“오냐, 내 아들아!”

십 여년 만에 만나는 친부모와의 상봉이었지.

초립동이의 양부모는 친부모에게 가서 효도하라고 양아들의 가족들을 친부모에게 보냈단다.

양부모 집에서 낳아 가지고 온 두 아들 중 큰 아들이 바로 너희 아버지란다.

너희 선조들은 그렇게 몰래 숨어서 목숨을 걸고 신앙생활을 하였단다.

신부님을 모시고 미사를 드릴 수 있는 너희들은 행복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하느님께 감사드려야 하느니라. 너희 고조부[오몽상]는 정하상, 유진길, 조신철 등과 함께 우리나라 땅을 최초로 밟은 주문모 신부 영입 운동을 벌인 4명중 한 명이었고, 주문모 신부로부터 직접 세례를 받은 실학자였단다.

순교자 집안의 후손인 너희들은 선조들이 다져 놓은 신앙을 꽃피워야 하느니라.

주일 미사를 궐하겠다는 생각은 아예 꿈도 꾸지 말거라.

너희들은 장래에 훌륭한 신부가 될 사람들이다.“

어머니에게 과거 이야기를 듣는 동안

어느새 성당 문 앞까지 왔습니다.......†♠~

                    [7.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요셉으로 이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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