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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보세요,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현주 목사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11 조회수824 추천수9 반대(0) 신고

 

 

 

 

 

 

줄 하나가 끊어짐으로써 다른 줄 하나가 이어지는 법인가?

 

한 쪽 문이 닫힘으로 해서 다른 쪽 벽이 열리는 것인가?

한 생명이 죽음으로 하여 모든 생명이 사는 것일까?

 

예수는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낳은 나의 아들이다.

나는 그의 어머니다.

그러나 끝내 예수는 나의 아들이 아니었다!

나는 아들을 떠나보낸 못난 어미요, 서러운 여인이다.

 

아아, 그날의 어둠 속에서 십자가에 높이 달려

 

"목 마르다!"

 

고 소리치는 아들의 모습을 하릴없이 바라보고 있었던 나였다.

나는 아들을 위해 대신 목이 말라 주지도 못했고...

못 박힌 손과 발의 그 아픔을 조금도 덜어 주지 못했다.

 

쓸모없는 어미였다.

그는 그 아픔 속에서 나를 내려다보았다.

도무지 무력하여 큰 소리로 울지도 못하는 딱한 나를 내려다보더니

곁에 서있는 요한을 턱으로 가리키며

 

"보세요,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그리고 요한에게

 

"형제여, 그대의 어머님이요."

 

하고 말하면서 여전히 나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 순간 막혔던 봇물이 터지듯이 눈물이 쏟아졌다.

표현할 수 없는 감격의 눈물이 나를 휩싸고 소용돌이쳤다.

 

퉁퉁 부어오른 양쪽 뺨으로 흘러내리는 그의 눈물을 나는 보았다.

그는 그렇게 울면서 나에게

들리지 않는 말을 계속하고 있었다.

 

"알겠어요, 어머니?

 이렇게 해서 우리는 이기는 겁니다.

 끝내 이기고 마는 거예요!

 

 당신은 나의 어머니, 영원한 나의 어머니이십니다.

 아무도 우리 사이를 떼어 놓지 못해요.

 어머니, 당신을 사랑합니다!"

 

요한이 불처럼 뜨거운 손으로 내 손을 움켜잡은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

 

 

주인을 알 수 없는 집 문앞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 집안에 예수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몰려든 사람들을 헤치고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여자들에게는 육감이라는 것이 있다.

어쩐지 그를 쉽게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또 그를 쉽게 만나면 안될 것 같은 육감때문에...

아고보와 함께 사람을 집 안으로 들여 보내 

어미가 밖에 있다고 이르게 했다.

 

그들이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집 안으로 들어간 뒤,

분명한 예수의 목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려왔다.

 

"누가 내 어머니이며 형제란 말이요?

 여기 있는 여러분들, 하느님의 뜻대로 사는 사람이

 곧 나의 어머니요, 형제입니다!"

 

이어서 야고보가 창백한 얼굴로 나왔다.

나는 거기 더 서있을 수가 없었다.

내 귀에까지 들리라고...

일부러 크게 말하는 예수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단호했다.

 

칼로 자르듯,

도무지 사이를 두지않고,

하염없이 슬픈 마음 가슴에 안고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 너는 내 자식이 아니다!"

 몇 번이나 이 말을 되뇌었는지 모른다.

 

그러다가 마침내...

나는 예수가 두 강도와 함께 처형을 당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문밖에 어미를 두고

 

"누가 나의 어머니냐?" 고 소리치던 아들,

그래서 쫓겨나듯 그 자리를 떠나게 한 아들이었지만,

나는 끝내 그를 버릴 수가 없었다.

나는 그의 어미였다!

 

그런데 죽어가는 마당에서

그는 나에게

이번이야말로 영원한 아들로 다가와

뜨거운 손으로 나의 가슴을 파고 들었던 것이다!

 

이윽고 숨이 진 아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그가 내 품에 안겨준 영원한 아들을 포옹했다.

 

그렇게 떠남으로써 그는 마침내 나에게 돌아왔고...

그렇게 숨이 짐으로써 마침내 진정한 아들이 되었던 것이다.

 

아아...!

 

그를 포기함으로써 나는 그를 낳았고,

나에게서 떨어져 나감으로써 그는 나를 영원한 어미가 되게 하였으니...

 

자식을 잃은 모든 어미에게 하늘의 위로와 기쁨을...

 

 

 

- [예수와 만난 사람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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