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옛날 사진을 보며
작성자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12 조회수619 추천수3 반대(0) 신고

'옛날'이라 함은 최소한 50년 전의 일을 말 할적에 사용된다고하는데

아직 50년도 못살은 내가 '옛날'이라 칭 하니 좀 웃습긴 한데

현재보다 지나간 날들을 보통 '옛날'이라 하고

혹은 '아나로그 시대'니,'디지탈시대'라고들 한다.

 

그러고 보면 나는 '디지탈'보다 주파수를 맞추는 '아나로그'시대의

386도 아닌  어느듯 486쪽에 가깝다 보니

사진도 옛날 사진이 좋다.

 

요즘은 사진도 금방 금방 뽑아내는 즉석사진기들이 많지만

예전엔 찍은 필름을 사진관에 맡기고 며칠씩 설레임을  가지고

사진이 잘나올까,  어떻게 나올까...기다리면서 조바심을 갖곤 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사진기도 필요 없이 휴대폰으로 찍어 대는 세상이니

기다림도 부족하고 뭐든지 즉흥적이여서 정서가 많이 메마르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참!  이야기가 옆으로 빗나갔는데 어쨌든 오늘 청소를 하다가

낡은 박스가 있어 무심히 열어보니 사진첩에 끼워놓지 않은 사진들이 몇장있었다.

보통 좀 괜챦은 사진들은 앨범속에 자지런히  장소와 그 순간들의 사연들과 함께

몇권씩 추억의 보물상자로 간직들을 한다.

 

근데 이사진들은 그냥 무방비상태에서 노출되어져 찍힌 사진들이라

세월이 지나고 보니  더 정겹고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저절로 웃음이 쏟아져 나왔다.

막내 아들놈의 벌거벗은체로 마당에서 긴 막대기를 집어들고 뛰어다니다가

장난으로 흔들리면서 찍힌 스냅사진과

바닷가에서 모래랑 파도랑 뒤섞여 앵글 촛점에 맞지않는 사진들...

장난기 있는 남편이 마구 찍어 대는 사진기 앞에서

넝청스럽게 포즈를 취하며 우스꽝 스러운 모습의 젋은 날의 나,

그리고 아이들과 들로 산으로  놀려다니며 찍었던 사진들.

 

모두가 정리되지 않은 체로 뒹굴고 다니다가 그냥 박스 속에 방치되었던 사진들이 였다.

오히려 이러한 장난스럽고 그 당시 실패작이였던 사진들이

잘 정리된 사진보다 더 정겹고 재미가 있었다. 비록 흔들려 촛점이 맞지 않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옛사진들을 보며 예쁘게 찍혀진 사진 보다

헝크러진 모습의 자연미속에서

 더 진한 삶의 추억들이 가슴에 와 안기는 것을 느낀다.

그것이 지나고 난뒤의 여유로움이고 세월의 댓가라는 것을 말이다.

 

 불과 얼마전의 사진 같은 사진속의 아이들이 이젠 나보다 더 키가 훌쩍 커져있다.

사춘기를 지난 큰딸  아이가 어떨적엔 제법 의젖해보이고

예쁘장한 둘째 딸은 사춘기여서인지 터프하게 변해있고

마냥 아기 같은 막내 아들놈도 제법 머슴애 티를 내고 있다.

그 속에 내가  항상  있었다. 주로 남편이 사진을 찍다보니까...

 

 

어쩌다 가족사진이라고 찍을라 치면 지나가는 행인에게 부탁을 하다보니

엉겁결에 찍혀서 괜챦은 사진이 별로 없다.

아니면  사람수가  많다보니 제대로 표정관리가 되지 않은체로 찍혀

어색하고 웃습다.(솔직히 다섯명이다 보니,표정도 갖가지다. 단체사진도 아니고...)

 

또, 아이들 셋을 연출시켜서 좀 멋있게 찍을라 치면 그것도 장난이 아니다.

서로 밀쳐내고  삐치는 놈과 장난치는 놈...ㅋㅋㅋ

솔직히 사진 찍다 남편이랑 싸운적도 있다.

난 멋있게 연출시켜 감각적으로 찍을라 치면 성미 급한 남편은 옆에서 짜증이다.

사진 콘테스트에 보낼거냐고...대충 찍어라고...

요즘도 가끔 나의 예술적 감각을(?) 놀릴때도 있다.

늘 센치멘탈하고 여린 나랑 사는 남편이 조금은  안쓰럽다.

 

이렇게 옛날사진을 보며 다시 나를 추스리고

나의 가족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가족은 <작은성전>이라 한다.

그 성전속에서 웃고 울고 하면서 살아가나보다.

가끔씩 여기 이곳에 머물며 위로 받고 사랑하며 서툰 나의 표현들이

때론 보이지 않는 님들에게 살아가는 이의 모습으로

함께 나누는 시간이고 정서이고 싶다. 

다행히 이곳엔 삶의 연륜이 많으신 분들이 많아

내가 친정처럼 드나드는 곳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좋다.

언제나 좋은 글을 올리시는 모든형제 자매님들이

디지탈쪽보다  아나로그가 그리운님들이기에... 

 

           오늘은 옛날사진을 보며 느낌을 가져보았습니다.

                                             도미니카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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