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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늘 복음 묵상] 변하지 않았으면…ㅣ이찬홍 야고보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15 조회수601 추천수7 반대(0) 신고

    

 

 

                     변하지 않았으면…


   가끔 고향인 모슬포 성당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동시에 조금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유는, 어릴 때의 추억과 삶이 성당 구석구석에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축구하며 뛰놀았던 곳, 고구마를 가져다가 몰래 구워먹으려고 하다가 신부님에게 들켜서, 엄청 혼났던 곳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성당 마당이 아니라, 성당 안에 추억과 삶이 담겨 있어야 하는데, 마당에 담겨있는 것을 보면, 기도는 하지 않고 그저 마당에서 뛰놀기만 했었나봅니다.


   그런데, 아쉬움은 성당 조경이 좀 바뀌었습니다. 바뀐 것이 바뀌지 않았을 때보다 더 아름답고 성당 분위기에도 잘 맞습니다. 모든 신자 분들이 좋아하고, 기뻐합니다만, 내심 제 마음 한구석에는 ‘지금도 좋지만, 전에가 더 좋았는데…’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생각은 성당 조경이 변한 것을 싫어하거나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아쉬움의 표현입니다. 장소, 나무들을 보며 자연스럽게 옛 추억에 잠기곤 했었는데, 이제는 그러지 못하다는 마음에 드는 느낌입니다.


   새롭게 단정된 성당이 더 아름다움에도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쩌면, 저의 욕심일 것입니다. 지금 누리는 것에… 지금 느끼고 보이는 것에 익숙해져 버려 안주해 버리고 싶은… 변화되기 싫어하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은 더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삶 역시 조금은 더 여유롭고 편리한 삶으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변하는 것이 더 좋고 당연하게 여기면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함을 주면서도… 내심 마음속에는 변하지 않았으며 하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이는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일수 있고, 마음속에 간직한 아름답고 아련한 추억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금 누리는 만족과 기쁨을 놓지 못해서 그러할 수도 있습니다.


   복음에 예수님께서 사람들과 “단식에 대한 논쟁”의 결론 말씀으로 “새 포도주 새 부대에 넣어야 한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새롭게 변화된 것을 옛 기준, 가치로만 바라보고 대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 삶으로 변화되지 못한다는 말씀입니다. 과거의 삶과 모습에만 머물러 버리면 늘 아쉬움과 불평, 불만 속에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복음에서 논쟁이 된 단식하는 문제 역시, 좋은 전통이요, 규범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단식하는 규정, 전통을 거부하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의 인습이라며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단식의 의미에 대해… 단식하는 이유에 대해 알려주시는 것입니다.


   단식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단식을 하며 예수님의 고통과 수난을 한 번 더 묵상하고, 그분 안에 머물기 위해서 입니다. 단식을 통해 예수님을 만나고 그분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기 위해서 입니다. 이 이유가 아니라면, 단식은 그저 다이어트요, 단순히 한 끼 굶는 것 밖에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저 사람들에게 단식의 규정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 뿐입니다.


   우리는 종종 새롭게 변화되지 않으면 스스로 도태되어 버린다는 말을 합니다. 실제, 이스라엘 백성 역시, 자신들이 기준과 잣대 안에서 벗어나 예수님의 기준과 잣대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결국 예수님을 거부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이스라엘 백성의 모습은 우리 안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아직은 심각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의 시각과 기준으로만 상대방을 대하려 하다 보니, 올바르지 못한 관계가 형성됩니다. 먼저, 상대방의 시각과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기 보다는 자신의 입장만 고집합니다. 그러다보니, 삶의 기쁨과 행복보다는 아쉬움, 시기, 질투, 불안이 끊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늘, 주님께서는 지금까지의 우리의 생각, 모습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분이십니다.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주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우리 역시, 지금까지의 생각, 기준과를 다른 모습으로 변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비록, 새롭게 변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하더라도… 이제는 아름답고 아련한 추억이 사라져 버린다 하더라도… 지금까지의 기쁨과 만족을 놓치고 싶지 않더라도… 새로움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새롭게 변화되지 못한다면, 주님을 마음 안에 모시더라도, 과거의 모습, 삶이 우리 안에 오신 주님을 가두어 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멘!


                ▒  제주교구 중앙 성당 이찬홍 야고보 신부 ▒

 

                               

 

Marie Laforet -Claude Ci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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