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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우리 부부라네!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16 조회수785 추천수7 반대(0) 신고

 

 

 

 

 

오늘 아침 모처럼 한가하게 쉬고 있었습니다.

 

지나간 책들 중에 작은 책을 한 권 뽑아 뒤적이다가

미국에서 발행되는 13년 전 책자[광야]에서

이곳 [라디오 코리아]에 방송되었던 계정탁님의 시를 보고...

 

13년 전에는 별 감동이 없었나봅니다.

제 기억에 없는 것을 보면,

 

세월이 흐른 오늘 다시 읽어보니

자꾸만 머리 속을 맴돌며  되뇌어 보게 합니다.

 

지난 해 마지막날

저희 집에서 친지 몇 가족들과 망년회를  가졌습니다.

모두 돌아가고

새해의 첫 새벽...

망년회의 뒷정리를 끝내고 잠시

녹차를 한 잔 앞에 놓고 둘이 앉았습니다...

 

무심코 쳐다본 남편의 얼굴에

세월의 흐름이 확대되어 다가왔습니다

제 입에서는 갑자기

 

"자기...  그동안 나 먹여 살리느라고 고생  참  많았나보네....., "

 

불쑥 튀어 나왔습니다.

순간 눈물도 울컥 솟았습니다.

얼른 일어서 부엌으로 가 뭘 하는척 했습니다.

 

남편도 이 시를 쓴 남편같은 마음이기를 의심치 않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아내 들에게 보여 드립니다.

 

 

 

                        ♡ 우리 부부라네 ♡

 

                                                                                - 계정탁 (캘리포니아 칼슨 거주)-

 

아내여,

우리 부부라네

사람들이 그런다네 우릴 부부라고.

각시되고 신랑되어

천 년이고 만 년이고 세월이 끝간데까정

손잡고 살자고

그래서 뭇사람 모셔놓고

그대 내 각시라고 나 그대 신랑이라고

그러니까 우리 복 빌어 달라고 하며

우리 부부되겠다고 하였고

부부 되었어라...

 

아내여,

고생이 많지?

더러운 놈 만나서 사느라

소리 한번 크게 내어보지 못하고

숨죽여 살아낸 세월

내 다안다!

그걸 왜 내가 모르리?

 

아내여,

내 알지!

당신이 살어낸 세월

얼마나 아프고 힘들게 살았는지를...

그래도 아무말 않는

당신을 얼마나

내 고맙고 예쁘게 생각하는지를

당신을 모를게야.

 

아내여,

내 눈속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아서

당신을 데려와 각시 하겠다고

암말 않고 따라나서 각시 되어 준

아내여.

 

못나고 못난 어떤 남편은

자기 아내 생전에 옷 한벌을 못 해 입히다

마지막 가는 아내에게

수의 한 벌 해서 입혀 보냈다는구나!

 

문득 그 못난 남편이

그토록 안됐다는 생각에

볼을 허물어뜨리고

목이 메어옴을 주체치 못하여 땀을 흘리다가

종당엔 눈물을 놓쳐 버렸다네...

 

아내여,

어느새 두 아이를 낳고

그 녀석들의 나이 따라

한 번은 더 변했을 강산...

그 산하를 두고

잘 살겠다고 유랑 보따리 메고

이 땅에 와

변변히 먹이지도 입히지도 못하여...

아마도

나도 그 불쌍한 어느 남편처럼

수의 한 벌 달랑 입혀 보낼 것 같은

더러운 생각에

불현듯 당신을 데리고

이 해가 가기전에 화사한 옷 한 벌 해 입히리라는 생각으로

머릿속으로

이리, 저리, 계산을 맞추나

미력한 작자라

"휴우..."

한숨만 토한다네.

 

사랑스런 아내여,

그 땐 사랑스러운 줄만 알았더니...

이제사 그 고마움을 알겠네!

아내여,

내가 그랬던가?

당신 사랑한다고...

그리고 맹세했던가?

행복하게 해 주겠노라고...

그 옛날 그렇게 맹세했었나?

당신이 없으면 못산다고...

그게 그냥 유행하던 노래 구절만은 아니였지만

헛된 것이라

사내 말은 믿지 말라고

누가 그랬었지

그러나 그 맹세 아주 잊지는 않았다오.

 

아내여,

참말로 나이 들어 감인가?

이 저녁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이렇게나 많이 지껄여댐은...

남아는 심중의 말을 들어내 놓음은 불가한 줄만 알았기에

그저 가슴에 담아만 두었더니...

가슴 하나 가득채운  사랑의 비밀을 주체치 못하고

이렇듯 웅뎅일 파고는 아무도 모르게 외친다네!

"난 ㅇㅇㅇ을 사랑한다!"  

"난 ㅇㅇㅇ을 사랑한다!"

 

아내여,

난 당신이 미워서

때려 죽이도록 미워서

그래서 결혼하자 하였네

내 사랑, 몰라주던 네가 너무너무 미워서

두고두고 복수하려

사랑한다 속이고서 말이네

속은 건 당신이 아니고

바로 나라네.

 

아내여,

사랑한다는 말이

그토록이나 쉽게 나오지 않음은

이젠...

마음으로 사랑하는 까닭이라네

 

아내여,

당신은 볼 수 없어

심층에 갈앉은 용암같은 내 사랑을...

사내는

나이 들어가며

사랑함도, 미워함도

가슴에 묻어둠이라네.

 

가슴바닥 깊이 갈앉았다

폭풍이 일고나서야

하얗게 떠오름을

이것이 나이든 사내의

사랑하는 방법임을  당신은 알수 없어!

너무 맑아 수정같은 사랑의 말들을...

 

아내여,

들판의 숲

혼자는 외로워서들 저렇듯 모여 숲이라네

정원의 잔디

홀로는 들풀이라 이렇듯 모여 잔디밭이라네

 

아내여,

한때는 말이네

하루에도 수없이 사랑한다 하였고

그러하리라 하며

그 뜨거운 사랑을 손으로 만져 확인하고

볼을 부비며 느끼기도 하였지!

그러나 이제

마음을 더듬어 느껴 알아

눈 빛으로도 알아

"와아, 난 ㅇㅇㅇ를 사랑한다!" 고함지름을

당신은 알고 있지 않은가 말이네!

 

아내여,

때로는 더운 몸으로 사랑키도 하였고

때로는 야수같은 마음으로 사랑키도 하였지만

이제는

아이같은 동심으로

꾸러기처럼 장난치며 사랑한다네.

 

아내여,

우리네 한 삶이

한바탕의 군무라

어우러져 추는 춤판에 덩기덩기 춤을 추다보니

어느새...

내 손엔 당신 손이 잡혀 있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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