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13. 방울소리 듣고 원앙새 따라간다. ~♠†/ 오기선[요셉]신부님 이야기 /원작 차 엘리사벳.
작성자양춘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17 조회수580 추천수9 반대(0) 신고

                                                                       

[나~요셉~!]

 

†♠~ 13. 방울소리 듣고 원앙새 따라간다. ~♠†/ 오기선[요셉]신부님 이야기 /원작 차 엘리사벳.


손으로 배를 감싸 쥐고 얼굴을 잔뜩 찌푸린 요셉이 장승처럼 서 있었습니다.

“요셉. 또 배가 아파?”

“겨울이 가고 날씨가 풀리면 설사도 멎을 줄 알았는데 전혀 차도가 없으니 아무래도 안 나으려나봐.”

“그럴 리가! 사순 기간이 끝나고 부활절이 오면 괜찮을 거야. 예수님도 사십 일 동안 광야에서 고통을 겪으셨잖아. 틀림없이 나을 거야.”

요셉은 위장이 나빠 설사를 자주하고 속이 편할 날이 없었습니다.

겨우내 밥보다 멀건 흰 죽을 먹을 때가 더 많았습니다.

성주간인 마지막 날 성토요일에도 요셉은 종일 설사를 하여 눈언저리가 움푹 패었습니다.

“요셉, 또 화장실 다녀왔어?”

“미사 중에 가게 될까봐 걱정이 되어 미리 다녀왔어.”

“요셉은 차라리 나보다 나은 셈이야. 나는 변비라서 화장실 한 번 가면 미칠 지경인데...., 아무도 내 심정은 모를 거야. 어느 때는 정말 손가락으로라도 파내고 싶은 심정이거든....어이쿠...”

습관성 변비인 노렌조는 오히려 요셉을 부러워했습니다.


교수 신부님들과 대신학교와 소신학교 학생 전원이 성당으로 모여 성토요일 예절을 시작했습니다.

독서와 찬미 기도를 순 라틴어 계응으로 엮어 나갔습니다.

라틴어가 서투른 요셉은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간혹 아는 구절이 나와 따라 하려면 줄행랑을 치듯 빠르게 읊어 도저히 부를 수가 없었습니다.

요셉은 대충 비슷하게 깔아뭉개다가 끝 부분에 가서만 큰 소리를 내었습니다.

성가대 앞에는 열 네 개의 큰 촛대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시편 하나가 끝날 때마다 성가 인솔자는 상하 좌우로 촛불을 하나씩 꺼나갔습니다.

‘어휴, 아직도 열 개나 남았으니 저 촛불이 언제 다 꺼지려나.!”

알아들을 수도 없는 예절이 너무 지루하여 요셉은 촛불이 얼른 다 꺼지기만 바랬습니다.

성가는 곡조가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면서 어느 때는 구슬프게 이어지기도 하였습니다.

방울 소리 듣고 원앙새 따라가듯 요셉은 지레짐작하면서 심금을 맞추어 나갔습니다.

“와아! 드디어 촛불이 다 꺼졌구나!”

마지막 촛불이 다 꺼지자 갑자기 주위가 암흑처럼 깜깜해지고 쥐죽은 듯 무거운 침묵이 흘렀습니다.

“꽝 꽝 꽝!”

“아앗, 깜짝이야! 이건 또 무슨 소릴까?”

갑자기 장궤틀을 크게 세 번 두드리는 소리가 울리자 요셉은 놀라서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습니다.

얼마동안 성당 안에는 고요한 침묵이 흘렀습니다.

‘아~! 이때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운명하신 때인가 보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처참한 모습으로 세상 만민의 구속 제물로 바쳐지실 때,

‘천둥과 번개가 치고, 지진이 일어나 천지가 진동하며, 해와 달이 빛을 잃고, 예루살렘 성전 지성소를 가린 휘장이 위에서 아래로 쫘악 찢어졌다.’


라는 성서 구절이 떠오르자 요셉은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무념 무관한 하늘과 땅도 뒤집혀 진동하는데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는 어떠했나?

요셉은 지난 일들을 돌이켜 보았습니다.

마음이 여린 요셉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습니다.

갑자기 불이 켜지면서 성당 안은 대낮같이 밝아졌습니다.

옆에 있던 노렌조가 요셉의 눈에 고인 눈물을 발견하고 놀라며 물었습니다.

“요셉, 울었어? 나는 말이야 지루해서 죽는 줄 알았어.”

노렌조가 요셉의 귀에 대고 속삭였습니다.....♣~

 

                   [14. 달력 만들기로 이어 집니다.]

 

 

 

   

    [십자가에 가까이: 카톨릭성가 490 번]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