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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월 18일 야곱의 우물- 마르 3, 7-12 묵상/ ' 행복' 없인 못살아요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18 조회수578 추천수4 반대(0) 신고

`행복` 없인 못살아요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호숫가로 물러가셨다. 그러자 갈릴래아에서 큰 무리가 따라왔다. 또 유다와 예루살렘, 이두매아와 요르단 건너편 그리고 티로와 시돈 근처에서도 그분께서 하시는 일을 전해 듣고 큰 무리가 그분께 몰려왔다.

 

예수님께서는 군중이 당신을 밀쳐대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시려고, 당신께서 타실 거룻배 한 척을 마련하라고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그분께서 많은 사람의 병을 고쳐주셨으므로, 병고에 시달리는 이들은 누구나 그분에게 손을 대려고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또 더러운 영들은 그분을 보기만 하면 그 앞에 엎드려,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하고 소리질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당신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엄하게 이르곤 하셨다.
(마르 3,7­-12)

◆오늘날 현대인들이 몰려가는 곳은 어디인가? 어디 재계발 지역은 없는지, 몸짱을 만드는 곳은 없는지, 넘쳐나는 찜질방과 온천장·헬스 클럽·게임방 등이 현대인들이 모여드는 실상을 잘 말해준다.

 

작은 본당에서 잠시 도와주던 때다. 매일 성체조배 오시는 한 자매님이 하루는 자신의 얘기를 꺼냈다. 그 자매님은 글자를 깨칠 수 없는 장애인이라고 했다. 친정에서는 불편 없이 지냈지만 시집가서 얼마 후 글자를 모르는 것이 들통나 남편의 구박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 중에 첫아이를 낳았는데 뇌성마비 장애아였다. 그러자 시집 식구들도 대놓고 구박하기 시작했다.

 

자매님은 갈 곳이 없어 성당을 찾았고 세례를 받았는데 성당만이 유일한 안식처였다. 그런데 둘째, 셋째, 넷째까지도 뇌성마비 아이를 낳았고 냉대는 더욱 심해져 결국 집에서 쫓겨나 남의 집 처마 밑에서 자기가 일쑤였다.

 

그러나 “수녀님, 저는 첫아이 때문에 구원의 열매를 얻었고, 둘째아이 때문에 사랑의 열매를 얻었고, 셋째아이 때문에 겸손의 열매를 얻었고, 넷째아이 때문에 인내의 열매를 얻어 너무 기뻐요”라고 했다. 처음엔 내 귀를 의심했다. 정말 있을 수 있는 일일까?

 

장애 아이 넷을 파출부하면서 키웠는데 아이들이 일고여덟 살이 되면 그냥 천당으로 갔단다. “수녀님, 제가 키울 능력이 없으니 하느님께서 데려가시더군요” 하면서 그뒤로 딸 셋을 더 두었는데 착한 딸들이라고 얼굴이 환해진다. 막내를 가졌을 때 사람들이 모두 낙태시키라고 했지만 숨어숨어 하느님이 주신 생명을 낳았다면서 “지금 그 아이 없으면 저는 못살아요” 한다.

 

재롱을 얼마나 떠는지 ‘행복’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자매님은 “수녀님, 저는 하느님이 보이지 않아 너무 좋아요” 한다. 만약 하느님이 보였다면 돈 있고 힘있고 잘난 사람들이 먼저 성당을 다 메워서 자기같이 글자도 모르는 보잘것없는 사람은 성당에 들어갈 수 없었을 것이란다. 하느님이 보이지 않으니 늘 성당이 비어 있는 것이고, 그래서 자기가 가고 싶은 때 성당에 들어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는 것이었다.

 

어느 곳이나 성당이 텅텅 비어 있다. 하느님의 집인 성전은 비었는데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어디인가? 그 옛날 예수님 주위에도 사람들이 모였다. 그러나 그들도 진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병을 고치고 빵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내 살과 내 피를 마시는 사람만이 영원히 살 수 있다”고 했을 때 군중들은 “우리가 식인종인가?” 하며 모두 떠나갔다.

 

오늘 우리는 어디로 몰려가고 있는가? 진정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살아 계신 그분 곁으로 가는가, 아니면 이익이 생기는 곳을 찾아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생명과 거리가 먼 곳으로 가고 있지는 않은가?

문화순 수녀(샬트르 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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