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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Re : 고산(孤山)의 어부사시사와 오우가
작성자배봉균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18 조회수439 추천수9 반대(0) 신고

 

 

고산(孤山)의 어부사시사와 오우가

 
신희상
 

 

 

어부사시사 <춘사>

 

[1]
앞 개에 안개가 걷히고 뒷산에는 해가 비친다.
<배를 띄워라, 배를  띄워라.>
썰물은 거의 나가고 밀물이 밀려온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강촌의 온갖 꽃이 먼 빛이 더욱 좋다.

[3 ]
봄바람이 문득 부니, 물결이 곱게 일어난다.
<돛을 달아라, 돛을 달아라. 어야차!>
돛을 달아라 돛을 달아라. 동호(東湖)를 바라보며 서호(西湖)로 가자꾸나.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앞산이 지나가고 뒷산이 나타난다.

[4]
우는 것이 뻐꾸기인가? 푸른 것이 버들숲인가?
노를저어라, 노를저어라.
(배가 쏜살같이 나아가니) 어촌의 두어 집이 안개 속에 들락날락한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
 맑고도 깊은 소에서 온갖 고기가 뛰논다.

[7]
꽃다운 풀을 몸소 밟아 보며, 난초와 지초도 뜯어 보자,
<배를 세워라, 배를 세워라. >
한 조각 거룻배에다 실어 놓은 것이 무엇인고.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
갈 때에는 안개뿐이고(분이었는데), 올 때에는 밝은 달빛이도다.

 

 

 

어부사시사 <하사>

 

[1]
궂은비가 멈추어 가고 흐르는 시냇물도 맑아 온다.
<배를 띄워라, 배를 띄워라.>
낚싯대를 둘러메니 (벌써부터 솟구치는)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흥겨움을 참을 길이 없겠구나.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안개가 자욱한 강과 겹겹이 둘러선 묏부리는 누가 그림으로 그려냈는가?

[2]
연 잎에 밥을 싸 두고 반찬은 장만하지 마라.
<닻을 들어라, 닻을 들어라.>
대삿갓을 쓰고 있다. 도롱이를 가져 왔느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무심한 갈매기는 내가 저를 따르는가? 제가 나를 따르는가?

[4]
물결이 흐리다고 발을 씻은들 어떠하리.
<노를 저어라 노를 저어라.>
오강을 찾아가려 하니 천 년에 걸쳐 굽이치는 오자서의 원한에 찬 노도가 슬프겠도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초강으로 가자 하니 혹시나 고기 뱃속에 충혼으로 사라진 굴원(屈原)의 넋을 낚을까 두렵다.

 

 

어부사시사 <추사>

 

[1]
속세를 벗어난 데서 깨끗한 일로 소일함이 고기잡이의 생환이 아니더냐.
<배를 띄워라, 배를 띄워라. >
늙은 고기잡이라고 웃지를 말라, 그림마다 어옹이 그려져 있더라.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네 계절의 흥이 한가지로 비슷하나 그 중에서도 가을철의 강물이 자아내는 흥이 으뜸이라.

[2]
바다에 둘러싸인 곳에 가을이 찾아드니 고기마다 살져 있다.
<닻을 들어라, 닻을 들어라.>
아득히 넓고 맑은 바닷물결에 맘껏 흡족하게 노닐자꾸나.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아, 속세를 뒤돌아보니 멀리 떨어질수록 더욱 좋다.

[4]
기러기가 날아가는 저 멀리로 이제껏 보지 못했던 산이 새삼스레 드러나 보이는구나.
<노를 저어라, 노를 저어라.>
낚시질도 즐기려니와 자연에 마음 쏠리는 바는 이 흥이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석양이 눈부시게 빛나니 단풍으로 수놓은 모든 산이 수놓은 비단같이 아름답도다.
[9]
옷 위에 서리 내리되, 추운 줄을 모르겠도다.
<닻을 내려라, 닻을 내려라. >
낚싯배가 좁다 하나 딴 세상과 견주어 어떠하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내일도 이렇게 하고 모레도 이렇게 지내자.

 

 

어부사시사 <동사>

 

[1]
구름이 걷히고 나니 햇볕이 두텁게 내리쬐인다.
<배를 띄워라, 배를 띄워라.>
천지가 온통 얼음으로 덮혀 생기를 잃었으되 바다는 옛과 다름이 없다.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끝없이 아득한 물결이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하다.

[3]
물이 얕은 갯가의 고기들이 먼 소로 몰려갔으니(겨울이라 수온이 낮아 깊은 곳으로 갔다)
<돛을 달아라, 돛을 달아라.>
잠깐 동안 날씨가 좋을 때에 일터(어장)에 나가 보자.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 ! >
낚싯밥이 좋으면 큰 고기가 물린다 한다.

[4]
간 밤에 눈 갠 뒤에 경치가 달라졌구나!
<배 저어라, 배 저어라.>
앞 체는 유리처럼 잔잔한 넓은 바다, 뒤에는 겹겹이 둘러싸인 백옥 같은 산이로다. <찌그덩 찌그덩 어야차!>
아, 여기는 신선이 사는 선경인가? 부처가 사는 정토인가? 인간 속세는 아니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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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가(五友歌) : 윤선도 시조

1.
내 버디 몇이나 하니 수석(水石)과 송죽(松竹)이라.
동산에 달 오르니 긔 더욱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섯 밖에 또 더하여 머엇 하리.

 

2. 水 
구름 빗치 조타 하나 검기를 자로 한다.
바람 소리 맑다 하나 그칠 적이 하노매라.
조코도 그츨 뉘 업기는 믈 뿐인가 하노라.

 

3. 石
고즌 므스 일로 퓌며셔 쉬이 디고
플은 어이 하야 프르는 듯 누르나니
아마도 변티 아닐손 바회 뿐인가 하노라.

 

4. 松
뎌우면 곳 퓌고 치우면 닙 디거늘
솔아 너는 얻디 눈 서리를 모르는다.
구천(九泉)의 불희 고든 줄을 글로하야 아노라.

 

5. 竹
나모도 아닌 거시 플도 아닌 거시,
곳기는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뷔연는다.
뎌러코 사시예 프르니 그를 됴햐 하노라.

 

6. 月
쟈근 거시 노피 떠셔 만물을 다 비취니
밤듕의 광월(光月)이 너만 하니 또 잇느냐.
보고도 말 아니하니 내 벋인가 하노라. 

 

이강길
 
봉우리 - 김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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