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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화되지 못한 영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18 조회수793 추천수7 반대(0) 신고

 

<정화되지 못한 영>


더러운 영들은 그분을 보기만 하면 그 앞에 엎드려,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하고 소리 질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당신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엄하게 이르곤 하셨다. (마르 3,7-12)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하느님의 아드님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다. 제자들에게도 가르쳐 주시려고 애쓰셨습니다. 그런데 더러운 영들이 그 사실을 외치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셨습니다. 더러운 영들은 그 사실을 왜곡하려들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이루시려는 일들을 훼방하려고 꾀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더러운’의 그리스어를 살펴보면 ‘정결한, 정화된, 순수한, 깨끗한’의 뜻을 가진 형용사 katharos 에 부정의미를 지니는 접두어 a 를 붙여서 파생된 단어입니다. ‘순수하지 못한, 정화되지 못한, 정결하지 못한’이라는 뜻이 강조되었습니다.

  이처럼 아무리 예수님의 신원을 알고 있더라도 그 뜻을 따르지 않는다면 “정결하지 않은 영(ta pneumata ta akatharta)”이 되고 맙니다.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마태 7,21) 는 말씀이 이 뜻입니다. 남의 영혼을 유혹하고 하느님의 길에서 벗어나게 만들며 자유를 억압하는 영은 정결하지 못한 영입니다.


  악마들은 자기 스스로는 행동을 못합니다. 반드시 인간의 행동을 빌어 활동합니다. 또 인간에겐 혼자 있도록 만듭니다. 그래야 외로움에 지쳐 사리분별을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악마는 공동체를 겁냅니다. 사람들을 분열시켜 서로 시기하는 것을 즐깁니다.

  그런데 자기들은 힘이 약하기 때문에 꼭 떼로 몰려다니길 좋아합니다. 나쁜 짓을 하려면 혼자 슬며시 하는 것이 아니라 꼭 누구를 붙잡고 들어가려는 떼거지 습성이 있습니다. 우리끼리만 알자는 등 속닥대기를 좋아 합니다. 뒷말을 퍼트립니다. ‘되돌아온 악령’ 대목에서는 “자기보다 더 악한 영 일곱을 데리고 그 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마태 12,45)고 적혀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도 이런 부류의 인간들이 많이 있습니다. 교회 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겉으로는 온갖 선한 척을 다합니다. 온갖 봉사는 다하는 척합니다. 그러나 막상 살펴보면 제 공치사요, 제가 제일입니다. 제 편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들의 특징은 순명의 정신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개인뿐만 아니라 공동체도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자 자기 정화를 꾸준히 해야 할 것입니다.


  인류 역사의 치욕인 아돌프 히틀러는 독일의 국가사회주의당을 책임지게 될 때까지 합법적인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를 만든 디트리히 에카르트라는 인물은 히틀러를 카리스마적인 인물로 가르치겠다고 결심하고 훌륭한 연설 꾼으로 만드는데 무려 4년간의 공을 들입니다. 신비주의적 지식인이었던 디트리히 에카르트는 자신의 생명이 시한부임을 알고 히틀러를 자신의 이념을 성취할 인물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대중을 선동하는 방법을 가르쳤던 것입니다. 아리안족 인종우월주의를 내세워 반유대주의를 자극했습니다.

  처음에 히틀러는 독일을 괴롭혔던 지독한 경제공황을 부흥시키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그는 외부에다 공동의 적을 만드는데 주력했습니다.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키는데 증오라는 힘을 사용하였습니다. 히틀러는 대공황을 유대인의 탓으로 돌렸으며, 새로운 속죄양을 찾았는데 그것이 바로 러시아 붉은 군대 공산주의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말대로 어느 정도 경제적 부흥을 이루어 냈으나 군사력을 증강하여 다른 계획에 쓰겠다는 말까지는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히틀러에게 놀아난 사람들은 수많은 독일 지성인들조차 자기도 모르는 새 “단지 그의 존재 안으로 빨려드는 것 같았으며 그를 위해서라면 영혼마저 팔 것 같았다.” 라고 고백하게 만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동의한 결과 40만 명이상의 무고한 사람들이 학살당했으며 더 많은 군인과 민간인들이 전쟁으로 죽어 갔습니다.

  심지어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올해의 인물로 뽑기까지 하는 우를 범했습니다. 당시 독일에 많은 기독교 신자들도 그에게 열광했었습니다.


  정화되지 못한 영은 이렇게 자기 집단만 우월하고 다른 집단은 죄인이라는 증오를 불러일으킵니다. 이것이 인간 역사에서 겪은 가슴 아픈 교훈이며 언제 다시 재발할지 모르는 유혹입니다.

  인간은 개인으로보다 집단으로 될 때 더 어리석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 두 사람이 이끄는 대로 쏠려 버릴 위험이 있으며 이성적으로 제어할 수 없게 변하고 맙니다. 불행하게도 정화되지 못한 영이 무리를 이끈다면 바라지 않는 상황으로 빠져 버릴 수 있습니다.

 “큰 무리가 그분께 몰려왔다. 예수님께서는 군중이 당신을 밀쳐 대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시려고~” 뒤로 물러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인간의 약점을 잘 아셨습니다. 그러기에 악령들에게 함부로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말하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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