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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월 19일 야곱의 우물- 마르 3, 13-19 묵상/ 단풍 등불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19 조회수503 추천수1 반대(0) 신고

단풍 등불

그때에 예수님께서 산에 올라가신 다음, 당신께서 원하시는 이들을 가까이 부르시니 그들이 그분께 나아왔다. 그분께서는 열둘을 세우시고 그들을 사도라 이름하셨다. 그들을 당신과 함께 지내게 하시고 그들을 파견하시어 복음을 선포하게 하시며 마귀들을 쫓아내는 권한을 가지게 하시려는 것이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 열둘을 세우셨는데, 그들은 베드로라는 이름을 붙여 주신 시몬, ‘천둥의 아들들’이라는 뜻으로 보아네르게스라는 이름을 붙여주신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 그리고 안드레아, 필립보, 바르톨로메오, 마태오, 토마스,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 타대오, 열혈당원 시몬, 또 예수님을 팔아 넘긴 유다 이스카리옷이다.
(마르 3,13-19)

◆알래스카에도 사계절이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얼음과 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짧지만 사계절이 엄연히 존재하고 자연은 짧은 기간에 자신의 소임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천국의 계절인 여름이 서서히 물러가면 초록으로 빛나던 잎들이 8월 중순부터 노랗게 물들기 시작하면서 9월 중순까지 절정을 이룬다. 우리나라의 50배가 되는 이곳은 자연의 보고다. 한국과는 달리 노란 단풍만 있는데 잎들이 노랗게 변하면 천지에 노란 등불을 밝힌 듯 아름답다.

 

바람에 나뭇잎이 사뭇 떨어지고 숲속 작은 집들이 불을 밝히면 이곳이 동화 속인지 실제인지 구분이 안 간다. 다섯 시간을 차로 달려도 단풍숲이다. 저절로 하느님 찬미가 나온다. 그러나 이렇듯 아름다운 자연인데도 한국 관광객들은 시시하다며 실망한다는 것이다. 돈 들여 꾸며놓은 곳이 아니므로 볼 게 없다는 것이다.

 

오늘 예수께서는 원하시는 이들을 가까이 부르셔서 열두 사도를 뽑으셨다. 12명의 사도를 특별히 뽑으셨지만 특별할 것이 하나도 없는 그저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이들이다. 물론 예수께서 그들에게 마귀를 쫓아내는 권한을 주시지만 제자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그저 그렇고 별 볼일 없는 이들이 모였다고나 할까? 그러나 나는 이런 별 볼일 없는 제자들을 통해 늘 위안을 받는다.

 

자신이 너무 작아 보이는 날, 마음이 바늘구멍만하게 되는 날, 나 자신에게 실망하여 좌절하는 날 열두 제자의 모습을 보며 위안을 얻는 것이다. 베드로의 다혈질적인 실수를 보면서, 천둥의 아들이라고 불리던 야고보와 요한의 성급함에서, 남의 등이나 쳐먹는다는 세리였던 마태오, 오늘날 같으면 쿠데타를 일으키는 데 가담했던 열혈당원 시몬, 무엇보다 스승인 예수님을 배반한 유다, 이들이 예수님이 부르시고 세우신 제자들이다.

 

우리는 자주 주위에서 ‘백’이 되어주는 사람들을 찾는다.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은 사귀어 보아야 내 돈만 쓰고 이익이 없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은 높이 올라갈 수 있고 더 많이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을 찾는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전문지식을 갖추지 않아도, 건강하지 않아도, 돈 없고 시간이 없다고 하는데도 나를 내 삶의 자리에서 그렇게 부르신다. 내가 가장 평범하고 별 볼일 없을 때 부르시는 것이다, 열두 사도를 뽑으실 때처럼. 내가 하느님의 도구로 쓰이는데 무엇이 더 필요한가? 그분이 쓰신다는데 그분이 필요한 것을 주시지 않겠는가?

문화순 수녀(샬트르 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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