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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신부이기에 더욱 악랄해진 것..[김충수 신부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19 조회수813 추천수10 반대(0) 신고

 

 

루루드 대성당

 

 

 

내가 어렸을 때는 신부가 되는 게 꿈이었다.

오로지 신부가 되어야 한다는 부모님의 기도와 기대 속에

신부가 되어야겠다는 일념을 숙명처럼 지니고 살았다.

 

신학교에 들어간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였다.

솔직히 시골 국민학교에서 [중간 이하]정도로 공부를 못하던 나로서는

입학 자체가 무리였다.

 

그러나 무슨 배짱인지 아무런 부담이나 걱정 없이 시험을 치렀다.

2 대 1 정도의 경쟁률인 줄도 모르고 합격자 명단에 이름이 붙었으니

합격인가보다 했다.

물론 기뻤다.

 

시골 국민(초등)학교에서 전쟁통에 제대로 공부를 못했음에도

소신학교(중. 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던 이유가

부모님의 기도와 철부지 어린아이의 믿음 때문이라는 것을

지금 와서야 깨닫게 된다.

 

지금같이 믿음이 약한 상태였다면 떨어졌을 것이 분명함을...

소스라치며, 현재의 믿음 상태를 반성한다.

 

신학교 시절에도 줄곧 한결같은 믿음뿐이었다.

오직 [착한 신부 되게 해 주십시오]라는 기도 밖에는 할 줄 몰랐다.

그것만이 나의 소원이었으며 희망 전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중학교 1학년 때 동기생 52명 중,

신부가 된 사람은 나까지 합쳐서 3명 밖에 안되었다.

나는 정말이지,

대신 학교시절이 끝날 때까지, 그러니까 신부가 되기 직전까지,

항상 [퇴학 보류처분]에 억눌려 있던 사람이다.

 

동창생들이 하나 둘씩 퇴학을 당할 때마다

또 한 번의 위기가 지나갔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어야 했다.

퇴학 당하는 친구를 위로할 때면 그 친구들로 부터도 으례히

 

"괜찮아, 너도 요 다음에 나올텐데 뭘..."

 (곧 퇴학 당할 거라는 뜻)

 

하는 말을 들어야 했다.

이렇게 조마조마하고 아슬아슬한 살얼음판의 신학생 시절이

나에게 가르쳐 준 위대한 교훈은 바로 믿음 하나였다.

 

내가 다른 친구들 보다 공부를 더 잘하는 것도 아니고

품행이 방정한 것도 아니고

성덕이 뛰어나게 모범적인 것도 결코 아니었다.

내가 강조해서 부끄러움 없이 외칠 수 있는 말은

[철석같이 믿었고, 바라고, 기도했기 때문에 신부가 되었다]는 것이다.

 

신학교 시절 만 15년 동안 기도할 때마다 단 하루도,

단 한번도 [꼭 착한 신부 되게 해 주세요]

라는 지향을 궐한 적이 없다고 생각된다.

지금 생각하면 철없는 어린아이의 막무가내 응석같은 기도였다.

 

신부가 되어 신자들에게 믿음을 논하고...

하느님을 가르치고...

죽음과 부활을 운운하면서 소위 [강론 잘 한다] 소리를 듣기 시작하면서

부터 나의 믿음은 제로(0) 상태가 된 것같다.

아니, 점점 마이너스 상태가 아닌가 싶은 정도이다.

 

반성의 기회에 이 사실을 깨달을 때면 어른이 되었다는 것이 슬프고,

뭘 안다고 깝죽대는 나 자신이 혐오스럽기까지 하다.

 

몇 년 전에 프랑스의 유명한 성지 루르드에 갔을 때,

나는 너무 부끄러운 의혹(불신) 사건을 일으켰다.

남들은 샘물 앞에서 정성들여 성호를 긋고 물을 마시고, 떠가고,

심지어는 목욕까지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콧방귀를 뀌면서 그들을 [광신자] 또는 [기복 신앙인]이라고

비웃는 마음을 가졌다.

모두가 약간씩은 미쳤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이왕 관광을 왔으니 기념을 남겨야겠다 싶어서

소위 기적수라는 그 샘물을 마시려고 했다.

그런데 컵이 더러워서 속으로 생각하기를

 

'이 컵은 별의별 환자가 다 입을 댔겠지. 나병환자, 폐병환자 등등...'

 

하면서 그 귀한 성수로 컵을 몇 번이고 닦고 또 닦은 뒤에

물 한모금을 꺼림직하게 마시다 쏟아 버렸다.

아뿔싸!

그 순간 형벌이 떨어진 것이다.

 

갑자기 배가 뒤틀리고 아픈 것이다.

급해진 나는 뒤늦게 의심(불신)이 초래한 결과라고 뉘우치면서

성당으로 뛰어 들어갔다.

 

한참을 참회하는 마음으로 믿음을 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는 다시 나와서 이번에는 컵을 씻지도 않고 하나 가득 퍼서 마셨다.

 

여기서 나는 작은 기적을 체험했다.

그렇게 뒤틀리고 아프던 배가 씻은 듯이 말짱해졌다.

감사와 회개의 기도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 나의 믿음은 과연 의혹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아니다.

정말이지.

아니로소이다!

의혹과 불신이 점점 깊어지고 악랄해 지고있다.

 

하느님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의심,

천당과 지옥에 대한 의심,

부활에 대한 의구심이 학구적으로 뿐만 아니라

감각적으로 더욱 치열해진다.

 

내가 싸워야 할 대상은 바로 이 의혹이며,

죽을 때까지 바치고 싶은 기도는 이런 것이다.

 

"주여, 이 무서운 의혹을 물리칠 수 있는 강한 믿음을 저에게 주소서."

 

 

                         루르드 대성당 앞에 순례객들

 

 

루르드 동굴에서 드리는 미사

 

 

루르드 대성당에서 올리는 미사

 

 

루르드 대성당을 끼고 흐르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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