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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강론] 신비인 부르심 ㅣ 이찬홍 야고보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19 조회수727 추천수9 반대(0) 신고

                              

 

 

                        신비인 부르심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열 두 사도를 뽑으십니다. 그런데 뽑으실 때에 그냥 뽑으신 것이 아닙니다. 복음서에 따르면 “당신께서 원하시는 이들을 가까이 부르시어” 뽑으십니다.


   사도를 뽑는 예수님의 기준은 도대체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과연 예수님께서는 어떤 사람들을 원하셨을까요?  이를 알기 위해서는 열 두 사도들의 공통점을 찾아보아야 하고, 이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볼 때 무언가 다른 점이 있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먼저 열 두 사도들의 직업을 보면 어부도 있고, 혁명당원도 있고, 세리도 있고, 그냥 이러저러한 사람도 있습니다. 이건 너무나 다양하고, 특별히 공통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이 전부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에도 뭔가 다른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원하시는 사람을 뽑으셨다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할 정도로 이 사람들은 단점도 많고, 신앙심도 투철하지 못하고 능력도 없으며, 예수님을 배반할 정도의 보잘것없는 사람들입니다.


   “예수님께서 산에 올라가시어 당신께서 원하시는 이들을 가까이 부르시니 그들이 그분께 나아왔다.”


   그렇다면 사도를 뽑는 예수님의 기준은 무엇이라고 결론이 나는 것입니까?  답은 “모르겠다.”입니다.  그 기준에 대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마음에 두시게 되는 그 근거를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예수님이 이 사람들을 당신의 사도로 두신 것은 “신비”입니다.


   “어떻게 저 사람이 예수님의 사도가 될 수 있었을까… 도무지 알 수가 없군!!” 바로 이렇게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복음서는 정답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 이 사실에 대해 우리는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않은 채로 받아들이라는 메시지는 참으로 의미심장합니다.


   내일이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세 명의 신학생이 부제로… 한 분의 부제님이 사제로 서품이 됩니다.  제자들이 예수님의 부름을 받아 그분께 나아갔듯이, 서품 대상자들 역시 교회의 부르심에 “네 여기 있습니다.” 라고 응답하며 제단 앞으로 나아갑니다.


   과연, 이들이 예수님이 원하시는 사람들인지… 교회의 성직자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지 생각해 봅니다.  아니, 서품 대상자들이 아니라, 저 자신을 되돌아봅니다.  사제로 살아가며 언제나 당당한지… 늘 예수님이 원하시는 삶, 모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지…  그러나, 삶의 모습은 그러지 못할 때가 더 많습니다.  어떨 때는, ‘나보다 더 유능하고 좋은 사람들을 놔두고 왜 나처럼 부족하고 나약한 인간을 사제로 부르셨을까?’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이러한 제가 사제가 되고, 사제로 살아가는 것은 그 자체로 엄청난 은총이요, 기적인 것입니다.


   복음의 열 두 사도와 한 분의 부제님과 세 명의 신학생의 경우도 마찬가지 입니다. 어떻게 하느님의 선택을 받았고 하느님의 특별한 사람이 되었는지는 하느님만 아시는 비밀입니다. 신비입니다.


   오늘날 우리 주위의 사람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우리를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어떻게 하느님은 저런 사람을 나의 아버지로 두시게 했을까?”

   “어떻게 하느님은 저런 사람을 나의 아내로 맺게 했을까?”

   “어떻게 하느님은 저런 사람을 교회의 사람으로 두게 했을까?”


   이렇게 우리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보잘것없는 사람들을 그냥 이해하지 않은 채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어쩌면 그런 신비를 신비로 받아들이는 것이 주님의 뜻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보잘것없는 사람 열 두 명이 사도가 되었던 것도 주님의 뜻이었고, 보잘것없는 부제와 신학생들이 교회의 성직자가 되는 사실 역시 주님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아멘.


               ▒  제주교구 중앙 성당 이찬홍 야고보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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