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지금 그리고 여기서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21 조회수683 추천수6 반대(0) 신고
 

<지금 그리고 여기서>


처음부터 목격자로서 말씀의 종이 된 이들이 우리에게 전해 준 것을 그대로 엮은 것입니다. 이는 귀하께서 배우신 것들이 진실임을 알게 해 드리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성령의 힘을 지니고 그곳의 여러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모든 사람에게 칭송을 받으셨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 (루카 1,2-4. 4,14-21)



  토요 특전미사 봉사당번 차례를 바꾸어 달라는 부탁받았습니다. 그래서 평소처럼 30분 전에 성당에 도착하려고 일찍 길을 나셨습니다. 날씨가 많이 풀렸습니다. 올 겨울 큰 추위는 없었지만 그래도 적당히 쌀쌀해서 겨울답기는 합니다. 정신이 맑아질 정도로 기분 좋은 날씨입니다. 눈이 적어 올봄 보리농사가 걱정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저에겐 길을 걷기에는 적합한 날씨입니다.

  성당으로 향해 걷는 길에 작은 야산이 있어서 언제나 숲과 낙엽을 밟으며 다닙니다. 서울 아파트 숲에서 사는 저에겐 그래도 이렇게 성당으로 가는 길이 자연과 접할 수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걸어서 20분 정도의 거리가 자연스럽게 저에겐 스스로를 반성하며 여러 가지 묵상을 하게 만들어줍니다. 


   오늘 낮에 P형제로부터 연옥영혼에 대한 내용을 메일로 받아 읽었습니다. 미국 어떤 자매가 경험한 내용이라고 합니다. 연옥영혼은 우리의 기도를 기다리고 있으며, 그 영혼들은 죄의 대가로 벌을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화되고 싶어 그 연옥을 택한다는 것입니다. 연옥영혼은 그래도 빛의 세계에 사는 것을 즐거워한다고 합니다. 이승으로 되돌아오기를 바라지 않는답니다. 하느님의 곁에서 천상전례에 참례할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고 합니다. 우리기도가 큰 힘이 된다고 메시지를 받았답니다.


   그런 묵상 중에 문득 저도 죄 중에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사이 너무 세속적인 생활을 하였습니다. 이 정도쯤이야 하고 제 스스로 판단하며 산 것은 아닌지 반성되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혹시 오늘 모영성체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가책이 들었습니다. 전례봉사 전에 합당한지 살펴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성당에 도착하고 보니 전례수녀님께서 오늘 봉사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하십니다. 다른 분이 오시기로 했다고 하십니다. 약간은 당황스러웠습니다. 갑자기 무슨 일인지 뜨끔했습니다. 어떤 메시지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도 그렇지만 내일 어차피 성당에서 못자리 연수가 있어 성당에 와야 했고 새벽미사에 참례 했으니 하루에 두 번 미사참례하기도 편하지 않았습니다.


  일어나 본당 밖으로 나오려는데 네 손가락의 희야가 고백소에서 나오는 것과 마주쳤습니다. 가끔 저의 본당에 와서 미사 참례한다고 들었지만 막상 처음 만났습니다. 키 작은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저는 어떤 전율을 느꼈습니다. 어쩜 저렇게 해맑을 수가 있는지 놀랐습니다. 20대 처녀의 얼굴이 라서 그런지, 고백소에서 막 죄를 사하고 나와서인지 밝은 미소를 띠며 웃었습니다. 마치 목욕탕에서 막 나온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맑고 투명한 아름다움입니다.  모두 합쳐 네 손가락만 지닌 장애인 얼굴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아장아장 제대를 향하여 걸어갑니다. 저런 천사가 무슨 죄가 있다고 성사를 보았을까? 그녀에 비하면 저는 중죄인일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를 위해 화살기도 날렸습니다.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아! 나도 고백성사를 봐야 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릎아래가 없어서 그녀는 정상인이 무릎 꿇고 걷는 모습입니다. 언젠가 그녀의 연주회에서 사연을 들었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무릎 아래 뼈가 가늘게 붙어 있어 제거했답니다. 고맙게도? 삐죽 나온 무릎 뼈가 발 역할을 해준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오래 걸으면 살이 배겨 고통스러워 휠체어를 사용한다고 하였습니다. 자신은 언제나 주님 앞에서 무릎 꿇고 산다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고백소에서 나와 제대 앞 오른편 제일 앞자리에 앉은 그녀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살며시 뒷자리에 가서 앉았습니다. 보속으로 묵주기도 1단을 바쳤습니다. 보속 중에 이런 생각이 떠오릅니다. 내가 오늘 모영성체 할 뻔 했구나! 그런데 주님께서 아시고 성사를 보라고 봉사를 못하게 하셨구나하고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매일미사 책 오늘의 묵상을 펼치는 순간 또 제 머리를 심하게 때리는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독일 재무부 장관이었던 바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젊은 시절 어느 날 구두를 잃어버리고 마지못해 교회에 가서 앉았습니다. 기도와 찬송을 못하고 원망만 했는데, 옆 자리에 앉은 두 다리가 없는 장애인이 하느님께 눈물을 흘리며 감사기도를 올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장면에서 크게 뉘우친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하느님을 원망 않고, 작은 일에도 늘 감사하며 살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제 1 독서는 제게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은 주 여러분의 하느님께 거룩한 날이니, 슬퍼하지도 울지도 마십시오.” (느헤 8.9)

  제 2 독서는 “한 지체가 고통을 겪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겪습니다. 한 지체가 영광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기뻐합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몸이고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지체입니다.”(코린 전 12, 26-27)

  

  복음은 또 제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


  오늘 저는 죄 사함을 받는 날이었습니다. 제가 영성체 모시기 합당치 못하다고 소식을 전해 주셨고 또 희야라는 천사를 통해 주님께 무릎 꿇고 살라고 알려 주셨습니다. 묵상 말씀을 통해 언제나 감사하며 살라고 깨우쳐 주셨습니다. 제 1 독서는 오늘이 제일 기쁜 날이라고 합니다. 제 2 독서는 희야가 저와 한 지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지금 여기서 이루어졌다고, 이미 하느님 나라가 우리 곁에 들어왔다고 말씀하십니다.


 주님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멘,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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