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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치유의 은총 l 윤병훈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25 조회수940 추천수8 반대(0) 신고

                                 

 

                        치유의 은총 

 

   얼마 전 몇몇 학생이 그간의 긴 일탈을 끝내고 희망찬 미래를 향해 행복한 고통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방학 동안 스파르타 학원에 등록하겠다는 것이다. 공부와 벽을 쌓은 학생들인데 자발적으로 공부를 하겠다니 부모님들은 얼마나 좋으실까! "신부님, 아들 녀석이 공부를 한다고 하질 않겠습니까?"하고 말하는 한 부모의 감격어린 말투에 나 또한 기분이 좋아졌다. 일의 효과 면에서 타인의 강요나 간섭이 아니라, 자신의 자발적이고 내적인 통제는 어떤 부족함이라도 충분히 따라 잡을 수 있는 기대효과가 있다.


   지난해 축제 때 무대 뒤에서 들러리로 서성였던 한 학생이 얼마 전 축제 때에는 무대를 풍뎅이처럼 누비며 뛰어난 춤 실력을 발휘했다. 축제가 끝나고 그 학생 아버지가 나를 보자마자 달려와, "신부님! 보셨지요? 제 아들 춤추는 거. 제 아들 멋있지요?" '못 봤다'고 대답하기라도 하면, '왜 그것도 못 봤느냐'고 낙심할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다행히 그 모습을 봤던 내가 "정말 끝내줬다"고 대답하자, 아버지는 손을 높이 들어 내 손바닥을 치며 마치 하늘로 비상이라도 할 듯 기뻐했다.


   지난해 축제뿐만 아니라 매사에 무성의한 아들 일로 아버지는 늘 속상해 했고 부자관계는 망가져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너는 왜 그 모양이니, 바보같이…"하며 심한 비난을 퍼부었고, 이에 질세라 아들 녀석도 "아버지가 싫고, 학교에 오는 것조차 짜증이 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아들은 무대가 좁은 듯 신바람이 났고, 객석은 그 학생의 이름을 환호하며 열광했다. 나는 흥이 나있는 아버지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까?"하고 묻자, "좋은 학교에 입학한 덕분이고, 가족 집단 상담을 하고 난 뒤 관계성 회복을 위해 노력한 덕분입니다. 언젠가 아들 어깨를 품어 안으며 '그동안 나 때문에 무척 힘들었지?'하고 말했을 때, 그 녀석이 많이 울더군요. 치유의 은총을 충만하게 받은 것 같습니다"하고 전했다.


   신나던 축제를 끝으로 방학이 돼 집으로 향하는 날, 아들 녀석이 차 에서 "아버지, 방학 동안 스파르타식 학원엘 가려고요"하고 말했다고 한다. 부모는 자녀에게 가장 큰 선물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사랑의 말 한마디가 자녀의 동토(凍土)처럼 얼어붙은 마음 문을 열고, 봄이 보여주는 생명 축제처럼 또 다른 축제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들 관계에서 사랑은 치유의 은총을, 관계 회복은 상생(相生)의 힘을, 그리고 축제의 무대는 더 크게 확장돼 가는 것을 본다.


   사랑을 통해 우리 자녀들이 신나는 축제의 주인공이 됐으면 하고 간절히 기도해 본다.


                    - 윤병훈 신부(청주교구 양업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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