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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 진눈깨비 흩날리는 날.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26 조회수549 추천수2 반대(0) 신고

 

 

<진눈깨비 흩날리는 날>



검은 하늘

진눈깨비 흩날리는 날엔

홀로 땅속에 누워 꿈꾸시는 아버지를

콩기름 잔뜩 매겨 반지르르

뜨끈한 노란빛 장판에서 만난다


울 언니랑 씨름하다 심술 내어

문 뚫은 막내

종아리 걷고 회초리 맞던 곳

셋째 놈 삐쳐 울먹일 때

숨어 손가락에 침 묻혀 구멍 뚫고 보았지

실 구멍 뚫린 문창호지 황소바람 숭숭


늦가을 김장마저 마쳐 한가한

볕이 좋은날, 어머니는 장다리시는 날

군불 지펴 일 년 입맛을 지어 내셨다


그 날은 문창호지 새로 붙이던 날

원 없이 구멍 뚫다 물바가지 세례에도 까르르

앙증맞은 막내 손 덕지덕지 붙은 한지 떼 내고

책갈피에 고이 말려둔 은행잎 국화잎 코스모스

문 꼬리 언저리에 마름하여 붙이셨다


아버지는 달궈진 아랫목

격자무늬 초배지 덧붙인 장판지위에

맷돌에 갈은 콩을 수북이 넣고

들기름 섞은 베주머니 짜 기름 메기셨다


뜨거운 구들장에 귀대고 누워

나이 들어 꺾인 허리 지지니

그 때 먹은 웃음소리 아직도

얼룩진 문창호지 장판이 게워낸다.

 

 

 


    01 - Baroque and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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