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시) 진눈깨비 흩날리는 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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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윤경재 | 작성일2007-01-26 | 조회수570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진눈깨비 흩날리는 날> 검은 하늘 진눈깨비 흩날리는 날엔 홀로 땅속에 누워 꿈꾸시는 아버지를 콩기름 잔뜩 매겨 반지르르 뜨끈한 노란빛 장판에서 만난다 울 언니랑 씨름하다 심술 내어 문 뚫은 막내 종아리 걷고 회초리 맞던 곳 셋째 놈 삐쳐 울먹일 때 숨어 손가락에 침 묻혀 구멍 뚫고 보았지 실 구멍 뚫린 문창호지 황소바람 숭숭 늦가을 김장마저 마쳐 한가한 볕이 좋은날, 어머니는 장다리시는 날 군불 지펴 일 년 입맛을 지어 내셨다 그 날은 문창호지 새로 붙이던 날 원 없이 구멍 뚫다 물바가지 세례에도 까르르 앙증맞은 막내 손 덕지덕지 붙은 한지 떼 내고 책갈피에 고이 말려둔 은행잎 국화잎 코스모스 문 꼬리 언저리에 마름하여 붙이셨다 아버지는 달궈진 아랫목 격자무늬 초배지 덧붙인 장판지위에 맷돌에 갈은 콩을 수북이 넣고 들기름 섞은 베주머니 짜 기름 메기셨다 뜨거운 구들장에 귀대고 누워 나이 들어 꺾인 허리 지지니 그 때 먹은 웃음소리 아직도 얼룩진 문창호지 장판이 게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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