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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우리들의 아름다운 날들을 기억합시다 (나영훈 안토니오 신부님 )
작성자오상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26 조회수751 추천수7 반대(0) 신고
 1월 26일 : 우리들의 아름다운 날들을 기억합시다.
 
  예전에 제 출신본당에서 방학 때 본당 주임신부님 그리고 신자분들과 함께 

포항에 살고 계시는 이상열 시인을 만나 뵌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은 “두무치 편지”라는 책의 저자이십니다.

교사생활을 하다가 사고로 전신이 마비되어

지금은 시를 쓰시며 입으로 글과 그림을 그리며 구족화가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그분의 집에 가보면 마더데레사 수녀님 그림 한 점이 걸려져 있는데

이 그림은 정말 손으로 그린 것처럼 잘 그렸습니다.

그것을 입으로 그렸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그만큼 많은 노력과 아픔이 있었다는 말이지요.

그분께서는 내내 침대에 누워서 생활하십니다.

그러나 그분의 글에서는 온갖 만물을 사랑하고 기억하는 사랑이 녹아 있습니다.

그분의 글 중에 “우리들의 아름다운 날들” 이라는 글을 들어봅시다.


“저는 많이 힘들고 고통스럽고 어렵게 살아갑니다만,

 가끔씩 사람에게 선함을 찾고 자연에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은총이라 여깁니다.

 살면서 소박한 이웃들의 모습을 통해 자신을 정화(淨化)하며 조금씩 피안으로 다가가는 기쁨.

 나는 한 자리에 있는데 봄여름 가을 겨울은 강처럼 흐르며 지나갑니다.
 
 살아 있다는 것은 어쩌면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름다운 것을 느끼고 봄으로써, 

 우리들은 무명(無名)에서 벗어나 밝음으로 가는 순례의 길로 들어서는 것은 아닐는지요.

 어쩌면,
 
 아름다운 것들은 멀리서 오는 것이 아니라 

 모르고 스쳐 지나가는, 혹은 스쳐 지나간 것들이 아닐까요.

 추기경님의 온화하신 미소, 청하스님의 청정한 눈빛, 귓가에 맴도는 아이들의 웃음,
 
 집으로 가는 길, 오래 전에 찍은 사진, 비오는 날 먹었던 따뜻한 국수, 안개비 같은 그리움, 

 가슴 찌르는 유행가 한 소절, 그냥 이유 없이 흐르는 눈물, 서랍 속 서 있는 시계, 

 수많은 만남과 이별. 산행에서 만났던 나무와 짐승과 새와 작은 벌레들, 
 
 그리고 바람과 계곡, 하늘과 별.

 

집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대부분인 그분이지만, 그분의 관심과 시선은

전 우주에 걸쳐진 아름다움을 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성 디모테오와 성 티토 주교의 기념일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교회의 사목자인 이분들에게 편지를 씁니다.

그러나 편지를 쓰는 바오로의 처지는 상당히 비참한 처지였습니다.

감옥에 갇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의 영혼은 감옥에 있지 않고,

그가 예전에 만났던 사람들의 아름다운 영혼 안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나는 밤낮으로 기도할 때마다 끊임없이 그대를 생각하면서...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나는 그대의 눈물을 생각하면서 그대를 다시 볼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그분은 다시금 그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줍니다.

“내 안수로 그대가 받은 하느님의 은사를 다시 불태우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비겁함의 영을 주신 것이 아니라,

 힘과 사랑과 절제의 영을 주셨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감옥에서 오히려 그들에게 힘을 주고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줍니다.

바오로 사도는 자신의 처지에 시선이 머물러서 자신의 삶을 비관하거나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오히려 이 모든 시련의 기회를 허락하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온전히 하느님께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모든 관심과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구족화가 이상열 시인의 삶 또한 그리 순탄한 삶만은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잎이 다 떨어지고 난 것을 경험한 그분은 마침내 영적인 열매를 맺을 수 있었습니다.

이 열매는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그분은 깨달았습니다.


우리의 환경, 우리의 처지에 우리의 시선이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을 위해 우리의 작은 희생을 바칠 때

우리는 우리가 지내는 작은 공간에서 하느님의 평화와 기쁨을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있음의 이유는 우리가 사랑하는 데에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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