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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강론]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ㅣ이찬홍 야고보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27 조회수1,174 추천수11 반대(0) 신고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어제 광주 대교구 서품식에 다녀왔습니다. 거룩하고 차분한 모습으로 첫 미사를 봉헌하는 새 신부님을 보며,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어떠한 모습인지…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일을 하실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시는지…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새 신부님이 지닌 많은 장점들을 잃어버리지 말고 잘 간직하기를 기도드리며 제주에 돌아왔습니다.


   복음에 예수님께서 다른 제자 일흔 두 명을 당신에 앞서 둘씩 보내시며 이르십니다.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추수할 밭에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우리 교구 서품식 때, 주교님께서 강론을 하시기 전에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서품 대상자를 보니, 내 배가 다 부릅니다.’ 서울 대교구에 계실 때에는 30-40명씩 서품을 주시다가 제주에 오셔서는 1-2명을, 어떨 때는 없는 해도 있다가, 갑자가 4명이 되니, 그러한 농담을 하신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습니다.

   제주교구는 사제가 적어 골롬반 신부님들과 서울 교구에서 두 분, 대전 교구에서 한 분이 오셔서 사목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우리 교구와는 달리, 타 교구는 사제수가 넉넉하지는 않더라도, 모자라지는 않습니다.


   일예로, 신부님들과 함께 교구 미사를 봉헌할 때, 저와 홍 신부님이 주교님의 관과 지팡이를 잡고, 현 신부님과 방영훈 신부님이 향로와 향 잡이 복사를 섭니다. 그렇게 복사를 서도 저희는 아무런 불만이 없는데, 방 신부님께서는 꼭 한마디 하십니다. ‘저 대전가면, 이런거 안 잡아유. 저 밑에 40명이 있어유. 저 정말 제주에 와서 부제 때도 해보지 않은 것을 다 해보내유!’ 라는 농담을 하십니다. 저는 늘 저의 옆에 함께 있어서 별로 그렇게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그 말을 들은 후부터는 우러러 보게 되었습니다.(작년이 40명이었으니, 올해 서품자를 포함하면 50명이 될 것 같습니다. 부럽네요.…)


   사실, 우리 교구가 적긴 적습니다. 어제 광주 교구 새 사제 첫 미사에 참여하러 오신 신부님들의 수가 우리 교구 서품식 참여자보다 많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첫 미사가 아니라, 서품식입니까? 꼭 서품식에 온 것 같습니다.’ 라는 농담을 했습니다.


   우리 교구도 성소자들을 위해 많은 기도와 관심, 지속적인 사랑을 통해 하느님의 부르심에 ‘네’ 라고 응답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해야하겠습니다.


   우리 교구와 광주교구 서품식에 참여해서 그런지,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특별히 새 사제들에게 해주시는 말씀이 아닐까 묵상해 봅니다. 거룩하게 서품된 새 사제들이 앞으로 살아가며 행해야할 일은 오늘 복음 말씀 그대로입니다.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평화를 빌어주고, 병자들을 방문하여 위로해 주며, 치유의 성사를 통해 아픔과 상처를 치유해 주는 모든 일이…  바로 하느님께서 늘 함께 해 주심을…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다가 왔으니, 기쁘고 행복하게 살아가라는 말씀을 전하는 것입니다. 이런 삶을 살아가기 위해 사제로 서품되어 하느님으로부터 파견을 받는 것입니다.


   부 신부님께서 이런 말로 건배를 제안했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그 말씀을 듣고 저는 ‘부 신부님, 한 번 살아보십시오. 그 말은 지금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 60-70대에 할 수 있는 말이지. 지금은 아닙니다. 1년 후에 봅시다.’


   그만큼 저의 마음이 무디어져 버렸기 때문에…  많은 실수와 잘못을 통해 스스로에게 실망하며 눈물을 흐렸기에 부 신부님의 말씀에 이런 대답을 한 것입니다.


   하느님께 기도드립니다.

   당신께서 몸소 뽑아 거룩한 세제로 세워주신 모든 새 사제들이 진정 당신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비록, 세상이 이리떼 소굴이라 하더라도,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양순한 품성을 간직할 수 있기를…  상대방의 아픔과 허물을 먼저 이해하고 헤아리는 그런 사제가 될 수 있기를…  많은 실수와 잘못으로 인해, 자기 자신에게 심한 실망감이 느낀다하더라도, 하느님 안에서 시작한 사제직을 하느님 안에서 끝낼 수 있는 은총을 청하고 청해 봅니다. (물론, 이는 저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살아가다가 먼 훗날 함께 모여 기쁘고 힘찬 목소리로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이라고 당당히 외칠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아멘. (R)

http://my.catholic.or.kr/vegabond


               ▒ 제주교구 중앙성당 이찬홍 야고보 신부 ▒

 

          

 

♬ 주님여 이손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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