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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강론] 중앙 성당을 떠나며…ㅣ이찬홍 야고보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28 조회수772 추천수10 반대(0) 신고

                            

                                     중앙 성당을 떠나며…

                                              

   주임 신부님께서 ME에 참석하셔서 오늘 드디어 제가 이 자리에 섰습니다.  6개월 전 쯤에 교중미사를 드리고 처음이니, 이 순간이 오기를 근 6개월을 기다린 것 같습니다. 그러서 그런지 저는 좋습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좋지예!!^^  ME에 참석한 것도 이유겠지만, 아마도 여러분들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라는 주임 신부님의 배려가 아닐까 싶습니다.


   복음에 예수님께서 고향에 가셔서 이사야 예언서를 읽고 나자, 고향 사람들의 시선이 예수님께로 쏠리자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어떠한 예언자도 자기 고향에서는 환영을 받지 못한다.”


   복음을 묵상하며 과연 그러한가?  정말 환영받지 못하는가? 생각해 봅니다.  예수님 시대의 예언자를 오늘날 사제 서품자와 비교해 보았습니다. 본당 출신 사제가 탄생되면 어떻습니까? ‘아이고 자기가 신부 되서… 성당도 다 됐져!!’ 라는 말을 하며 흉을 봅니까? 아니면, 온 마음으로 하느님의 크신 은총에 감사드리며 축하해 줍니까?  거의가, 아니 모든 신자 분들이 진심으로 축하해 줍니다.  동네에 현수막이 걸리고, 잔치 경사를 넘어 축제 아닌, 축제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왜 예수님께서는 환영받지 못한다고 말씀하셨을까요?  우리가 아는 지식의 범위 내에서 환영은 자기가 받고 싶다고 해서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환영을 받기 위해 권위와 엄위를 내세운다면, ‘싸가지 없다.’는 말을 듣습니다.  환영은 받으려고 해서 받는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가 해줄 때 비로소 받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듯이, 환영 역시 자기에게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 밖에서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자기 고장에서는 환영을 받지 못한다.”는 말씀은 ‘환영 받으려고 애를 쓰지 마라. 애를 쓰면 쓸수록 환영을 받지 못하고, 멸시만 받는다. 환영 받으려는 마음을 버릴 때, 사람들로부터 환영을 받게 된다.’는 말씀이 아닐까 묵상해 봅니다.


   지금까지 중앙 성당에서 저도 지키지 못하고, 하지 못하는 이런 저런 말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덧 일 년이 지나, 3일 후면 정든 보금자리인 중앙 성당을 떠나 표선 성당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중앙 성당에서 내 생애 마지막 강론이 될지도 모르는데, 마지막 강론을 어떻게 할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거짓말은 이미 충분히 했으니까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강론을 하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저를 사랑해 주신 모든 분들께 마지막까지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준비를 했습니다.  강론이 좀 웃음과 황당하더라도…  ‘마지막이니깐 괜찮다’는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연상의 여인” 이란 노래를 나름대로 개사 했습니다.


이제는 떠나야할

중앙 성당에서

지나간 1년간에

내 모습을 봅니다.


내 젊음을 엮어서,

내 영혼을 엮어서

사랑했던 성당

중앙 성당


못다 한 사랑이,

못다 한 내 노래가


그리운 마음에서

당신 곁을 스치네…



   지난 1년간 정말 감사했습니다.

   여러분들의 관심과 사랑이 있었기에…  부족하고 나약한 저이지만, 그래도 기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할 수 있었기에…  부족함이 허물이 되지 않았고, 나약함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여러분의 사랑에 보답을 못하고, 그냥 받기만 하다가 이렇게 떠나게 되어 죄송합니다.


   첫사랑만 못 잊는 줄 알았는데…  두 번째 사랑도 못 잊는 것 같습니다. 누굽니까? 그 누가 첫 사랑만 잊지 못한다고 했습니까?  저만 거짓말쟁이 인줄 알았는데…  세상에는 거짓말쟁이가 많은 것 같습니다.


   표선에 가서도 여러분의 사랑과 배려를 잊지 않고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생활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여러분에게 받은 사랑, 표선에서 그대로 나눠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들께서도 꼭 그렇게 할 수 있는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늘 받기만하고…  늘 부탁만 드리고…  갈수록 뻔뻔해져 또 죄송합니다. 이 모든 것을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갚아주실 것이라고 굳게 믿으며, 중앙에서 마지막 강론을 마칩니다.  여러분의 사랑에 온전한 보답은 되지 못하는 강론이지만, 그래도 오늘 만큼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마음에 뿌듯합니다.


   어렸을 적에 흔들이는 이를 뽑고 지붕위로 던지며 이렇게 외쳤던 기억이 납니다.  ‘묻은 니랑 돌아가고, 새 이랑 돌아옵써!’  이 말처럼, 저에 대해 안 좋았던 기억은 모두 잊어버리시고, 좋은 기억만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 또한 그렇게 할 것입니다.


   그런데, 안 좋았던 기억이 없는데, 어떻게 하죠?  그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의 하느님의 은총과 평화가 늘 머물기를 소망합니다. 아멘.

 

                                

                                           남제주 표선성당 전경

                                    ▒ 제주교구 중앙성당 이찬홍 야고보 신부 ▒

 

              

 

                                    
                                                            연상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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