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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저녁 묵상] 수도원에서 죽고 싶습니다ㅣ양승국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28 조회수734 추천수12 반대(0) 신고

                 

 

 

 

                   수도원에서 죽고 싶습니다


               1월 28일 성 토마스 데 아퀴노 사제 학자 기념일



   “주님, 당신 외에는 다른 아무 것도 원치 않습니다.”


   “나는 수도자이므로 수도원에서 죽고 싶습니다.”


   교회 역사 안에 가장 탁월한 철학자이자 신학자 중 한분으로 알려진 토마스 아퀴나스(1224-1274) 성인께서 남기신 말씀입니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당시 이탈리아에서 꽤 잘나가는 가문에서 출생합니다. 당대 영향력 있던 인물들을 든든한 배경으로 삼고 있던 아퀴나스 백작 가문이었습니다. 세속적으로 미래가 장미 빛이었던 토마스였습니다.


   그러나 토마스는 부모의 격렬한 반대에도 무릅쓰고 당시 신생 수도원이자 절대적 가난을 실천하던 탁발수도회인 도미니코수도회에 입회합니다. 당연한 결과겠지만 갖은 우여곡절을 겪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교회 역사 안에 길이 남을 대학자이면서도, 진정 겸손하고 가난한 수도자로서의 길을 충실히 걸어갑니다.


   1265년 토마스는 자신의 저작 중에서 가장 눈부신 걸작인 신학대전(神學大典)대전의 집필에 착수합니다. 이 신학대전의 완성은 오랜 투쟁의 결실이었습니다. 그만큼 뼈를 깎는 오랜 고통의 세월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그런 토마스의 노고를 아셨던지 하느님께서도 이 대작을 축복 하셨는가 봅니다. 일설에 따르면 어느 날 하느님께서 토마스에게 나타나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토마스야, 너는 나에 대하여 참 잘 썼다. 그 대가로 너는 무엇을 원하느냐?”


   토마스는 겸손하게도 이렇게 대답하였답니다.


   “주님, 당신 외에는 다른 아무 것도 원치 않습니다.”


   토마스가 수도회 총회 참석차 볼로냐에 체제하고 있던 때에 생긴 에피소드를 통해 토마스가 얼마나 겸손한 사람이었는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새파란 수사’ 한 사람이 사색에 빠져 수도원 회랑을 거닐고 있던 토마스(이미 대학자로 교회와 수도회 안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던)를 붙잡았습니다. 토마스가 누군지 알 길 없던 ‘새파란 수사’가 토마스에게 이렇게 말을 건넸습니다.


   “저는 지금 시내 볼 일 보러 가는 중인데요, 맨 먼저 눈에 띄는 형제를 데리고 함께 가도 좋다고 원장 신부님께 허락을 받았거든요. 같이 가 주셔야 겠는데요.”


   토마스는 ‘새파란 수사’와 함께 길을 나섰는데, 대단한 거구였던 토마스는 걸음이 빠른 ‘새파란 수사’와 도저히 보조를 맞출 수 없었습니다. 몇 번이나 뒤쳐지는 토마스를 향해, 그때 마다 ‘새파란 수사’는 “왜 그리 걸음이 늦냐? 살 좀 빼라!”고 수도 없이 야단을 쳤겠지요. 그러나 토마스는 전혀 개의치 않고 땀을 뻘뻘 흘리며 최선을 다해 쫒아갔다고 합니다.


   잠시 후에 그가 대학자 토마스임을 알게 된 ‘새파란 수사’는 얼굴이 샛노래지면서 그때까지의 무례를 사과했습니다. 그러자 토마스는 이렇게 대답했답니다.


   “수도생활은 순명으로 완전한 것이 되는 것입니다.”


   만년에 도달한 토마스가 1273년 리옹에서 개최될 공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여행하던 중의 일이었습니다. 꽤 심각한 질병에 걸린 토마스가 사경을 헤맬 지경이 이르렀습니다. 스스로 ‘때’가 되었음을 알게 된 토마스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간절한 부탁-진정 수도자다운 부탁을 하였답니다.


   “나는 수도자이므로 수도원에서 죽고 싶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근처에 있던 시토회 수도원으로 옮겼으며, 이곳에서 생애 마지막 열흘을 보냈다고 전해집니다.


   임종 사흘 전 성체를 영한 후 토마스는 이런 장엄고백을 하였습니다.


   “내 나그네 길의 양식인 그리스도여, 지금 나는 당신을 받아 모시나이다. 내가 배우고, 밤을 지새우고, 애를 쓴 것은 모두 당신의 사랑 때문이었나이다. 나는 당신에 관해 설교하고, 당신에 대해 가르쳤나이다. 나는 당신께 반함을 알면서 말한 것은 한 번도 없었나이다. 하오나 만일 이 성사와 다른 사항에 관하여 잘못 말했거나, 잘못 적은 것이 있었다면, 모든 것을 거룩한 로마 교회의 판정에 맡기옵고 교회에의 순명 속에 이생을 마감하나이다.”

 

                ▒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신부 ▒

         

 

                            Handel (1685~1759)
                                   Oratorio "Messiah" HWV 56  (1743)
                              No.41  Air. I know that my redeemer liveth
                                              내 주는 살아 계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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