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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거부의 속사정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29 조회수610 추천수4 반대(0) 신고

 

복음: 마르 5,21-43 오늘 복음에는 두 가지의 사례가 한데 얽혀있다. 예수님의 권능을 드러내는 두 가지의 에피소드를 음미해보면 두 경우를 대하는 예수님의 태도에서 공통적인 움직임이 관찰된다. 즉 두 경우 다, 그들을 치유시키시거나 소생시키시면서도 청원자들이 원하는 것을 순순히 다 들어주시지 않고 정 반대로 거부를 하시는 부분이 있다. 많은 이들에게 드러내기 싫은 병을 앓고 있었으나 남몰래 치유받아, 슬그머니 돌아가려는 여인을 예수님은 붙잡는다. 치유사실을 숨기고 싶던 여인의 바람은 좌절되고, 12년 동안 앓고 있던 부끄러운 속사정은 많은 이들 앞에 여지없이 공개되고 만다. 한편, 죽기 직전의, 아니 결국 죽게 된 12살의 소녀는 그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으나 소녀가 결정적으로 다시 살아나는 현장을 지켜보고자 몰려왔던 마을 사람들의 바람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예수께서 극소수의 몇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쫓아내셨기 때문이다. .................. 예수께서는 왜 여자의 바램대로 해주시지 않았을까? 그 여자 혼자, 아니면 극소수의 몇 명만이 부끄러운 병의 치유 사실을 알면 안 되었을까? 예수께서는 왜 소녀를 둘러싼 마을사람들의 바램대로, 모두가 보는 앞에서 하느님의 놀라운 권능을 보여주지 않았을까? 예수님께서 이들의 바램을 거부하시는 속사정은 무엇일까? ...................... 하혈병여자의 치유와 12살 소녀의 소생 이야기는 오늘도 내 안에서 한데 얽혀 일어나고 있는 동시적 사건이 아닐까. 내게 일어났던 부끄럽고 고통스러운 일들이, 결국에는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일임에도 자신을 먼저 생각하느라 감춰두고 있다면, 사람들 앞에 드러내어 하느님의 권능을 알려야 한다는 건 아닐까. 열두 해 묵은 수치심은 이제 그만 벗어 던지고, 오그라든 어깨 좌악 피고 새롭게 살라 하시는 건 아닐까. 내게 일어났던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운 일들이, 결국에는 하느님의 권능을 드러내는 일임에도 소란스러운 이벤트로 변질되려 한다면, 떠들고 싶은 그 자랑 조용히 덮어두고 그 기쁨, 마음 깊이 간직하라 하시는 건 아닐까. 열두 해 동안 충분히 받은 은총, 사라지지 않도록 고이고이 잘 지키라 하시는 건 아닐까. ........... 세간의 이목을 중시하는 나를 향해, 복음선포를 하고 다닌다는 나를 향해, 드러내고 싶은 자랑은 감추라고 하시고 드러내고 싶지않은 부끄러움은 내놓으라고 하시는 주님. 오늘 저에게 부끄러움을 이겨낼 용기를 주시고 쓸데없는 자랑을 일삼는 입은 막아주소서.
Beetoven Moonlight sonata o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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