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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복선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30 조회수592 추천수7 반대(0) 신고



 

 


빛 

 


 

옛날 옛적에 성냥이 하나 있었다.

어느 날 성냥이 초에게 말했다.

"얘, 나는 너에게 불을 붙일 임무를 띠고 왔는데, 준비는 다 되었니?"

 


초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 뭐라고, 네가 나에게 불을 붙이겠다고? 안돼. 제발 그러지 마!

그러면 내 목숨은 끝나는 거야.

그렇게 되면 아무도 내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없게 돼."

 


그러자 성냥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 넌 영원히 살고 싶은 거니?

너는 일생동안 네 몸에서 아무것도 남에게 주지 않고

딱딱하고 싸늘하게 남아 있겠다는 거니?"

 


그러자 초가 대답했다.

"불이 타면 아파. 그리고 내 힘을 다 갉아먹어!

그리고 마지막에는 내가 통째로 없어져 버려!"

 


"그야 물론 맞는 말이지." 하고 성냥이 대답했다.

"그러나 그게 바로 너라는 존재의 신비야.

바로 너의 소명이란 말이야.

불을 붙이는 것은 내 소명이고 불에 타는 것은 너의 소명이야.

너와 나, 즉 우리 둘은 빛을 내 보내도록 불림을 받은 거야.

너는 초니까 빛을 내고 따스함을 내 보내주어야 해..."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성냥이 말을 이었다.

 

"불이 탈 때 네가 느끼는 모든 고통은 빛과 따스함으로 변하는 거야.

네가 타들어갈 때 네가 없어져 버리는 것이 아니야.

다른 것들이 너의 빛을 계속 전해 줄 거고,

다른 것이 너의 따스함을 계속해서 전해 줄 거야.

그러나 네가 계속 거부를 하면 너는 차고 뻣뻣한 채로

그냥 남아 있게 될 거야!"



그러자 초가 심지를 치켜세우고 희망에 차서 말했다.

 

"이제 준비가 다 되었어.

자, 불을 붙여 줘!"


 

 

-페터 알베르트 루도비코 빌링 신부-

(마리아(maria) 1998년 91호)



 

******

 

 

'빛'이라는 위의 글을 보면서

제가 이곳 굿뉴스에다 아주 오래전에 한 번 올렸던 글이

생각이 나서 찾아 보았습니다.

 

 

*****

 

 

 


님이시여!


나,


당신이 점화하심으로


생명을 얻어 타오르는


촛불이게 하소서..


한 몸 태워 불빛을 發하고는


사랑에 겨워 흘리는 눈물 자욱만이


흥건하게 하소서.



내 영혼을 불사름으로


온 몸이 사랑의 번제물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 하겠나이까.


태어났기에 탈 운명


내 한 몸 아껴


진정 아름다운 희생의 제단에 오르지 못한다면


나의 지으심 의미 없다 하리다.



순순히 나를 내어 주는


그래서 행복한 한 대의 초가 되어


사랑에 타서 기쁨으로 승화될 희생제사에서


내 기꺼이 당신께 바치리이다.



혹, 슬픈이들의 성가책을 밝혀주는


희미한 초라면 더욱 빛나리이다.


고백소의 눈물어린 불빛이라면


내 마음 아리리이다.



님이시여!

 

이 한몸 밝혀 보속되어질 어둠이라면


기꺼이 당신 사랑에의 초대에 응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빛"과 "따스한 체취"는 있었으되,

 

"나"는 없어진


아름다운 이야기로 남게 하소서.


(1991.1)

 


*****
 

 

 

윗글은 3년간의 냉담을 풀고 성당을 다니던 '91년도에 적은 글입니다.

 

그 때 저는, 어느 날 부터 자꾸 초에 대한 묵상이 되는 겁니다..

촛불을 켜고 기도를 할 때는 물론 그냥 다닐 때에도 초에 대한 생각이

머리속에 맴돌았습니다.

.

초로써 창조 되었더라도 타지 않는다면 초의 의미는 없듯이

저 자신도 주님의 자녀답게 살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 없지 않겠나.. 하는..

저자신과 초와는 왠지 동치 관계처럼 느껴지는 묵상이었지요..


초의 심지는 사람의 영혼으로, 초의 파라핀은 몸으로,

촛농은 눈물로, 타서 작아지는 것을 희생제사로, 빛은 사랑으로.

사랑없는 삶은 꺼진 초 같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더군요..

 

학교 다닐때 국어 시간에서 조차 시를 써 본적이 없던 제가  

그래서 처음으로 시라는 걸 쓰게 되었습니다.

 

그 때에는 멋모르고 썼던 시어들을 꺼내 읽으며

지금은 웬지 두렵고 눈물이 날 것 같은 느낌이 드는게

제 솔직한 심정이랍니다.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하느님에 대한 큰사랑을 깨닫고, 더 많은 은총을 누리고 있는데도

제가 뭔가를 두려워하고 있음은

하느님의 사랑이 온전히 저를 지배하시도록

나자신을 내놓지 않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마치 불이 당겨지지 않은 초처럼 말입니다.

 


 

*이 아녜스*

 

 

  

 

 

  

'빛의 사랑(Ker Gi R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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