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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월 30일 야곱의 우물- 마르 5, 21-43 묵상/ 사람의 체면, 하느님의 체면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30 조회수572 추천수1 반대(0) 신고

사람의 체면, 하느님의 체면

그때에 예수님께서 배를 타시고 다시 건너편으로 가시자 많은 군중이 그분께 모여들었다. 예수님께서 호숫가에 계시는데 야이로라는 한 회당장이 와서 예수님을 뵙고 그분 발 앞에 엎드려, “제 어린 딸이 죽게 되었습니다. 가셔서 아이에게 손을 얹으시어 그 아이가 병이 나아 다시 살게 해주십시오” 하고 간곡히 청하였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는 그와 함께 나서시었다. 많은 군중이 그분을 따르며 밀쳐댔다.

 

그 가운데에 열두 해 동안이나 하혈하는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는 숱한 고생을 하며 많은 의사의 손에 가진 것을 모두 쏟아부었지만, 아무 효험도 없이 상태만 더 나빠졌다. 그가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군중에 섞여 예수님 뒤로 가서 그분의 옷에 손을 대었다. ‘내가 저분의 옷에 손을 대기만 하여도 구원을 받겠지’ 하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과연 곧 출혈이 멈추고 병이 나은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곧 당신에게서 힘이 나간 것을 아시고 군중에게 돌아서시어,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 하고 물으셨다. 그러자 제자들이 예수님께 반문하였다. “보시다시피 군중이 스승님을 밀쳐대는데 ‘누가 나에게 손을 대었느냐?’ 하고 물으십니까?”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누가 그렇게 하였는지 보시려고 사방을 살피셨다. 그 부인은 자기에게 일어난 일을 알았기 때문에 두려워 떨며 나와서 예수님 앞에 엎드려 사실대로 다 아뢰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이르셨다.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 그리고 병에서 벗어나 건강해져라.” 예수님께서 아직 말씀하고 계실 때에 회당장의 집에서 사람들이 와서는, “따님이 죽었습니다. 그러니 이제 스승님을 수고롭게 할 필요가 어디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말하는 것을 곁에서 들으시고 회당장에게 말씀하셨다.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 그리고 베드로와 야고보와 야고보의 동생 요한 외에는 아무도 당신을 따라오지 못하게 하셨다.
그들이 회당장의 집에 이르렀다. 예수님께서는 소란한 광경과 사람들이 큰소리로 울며 탄식하는 것을 보시고 안으로 들어가셔서 그들에게, “어찌하여 소란을 피우며 울고 있느냐? 저 아이는 죽은 것이 아니라 자고 있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들은 예수님을 비웃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다 내쫓으신 다음, 아이 아버지와 어머니와 당신의 일행만 데리고 아이가 있는 곳으로 들어가셨다.

 

그리고 아이의 손을 잡으시고 말씀하셨다. “탈리타 쿰!” 이는 번역하면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는 뜻이다. 그러자 소녀가 곧바로 일어서서 걸어다녔다. 소녀의 나이는 열두 살이었다. 사람들은 몹시 놀라 넋을 잃었다. 예수님께서는 아무에게도 이 일을 알리지 말라고 그들에게 거듭 분부하시고 나서 소녀에게 먹을 것을 주라고 이르셨다.
(마르 5,21-­43)

◆‘양반은 뛰지 않는다.’ 체면을 중시하는 양반은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뛰지 않는다는 것이다. 양반을 양반되게 하는 것들이 또 있겠지만 이 체면이란 것이, 얼굴이란 것이 그렇게 중요한 모양이다. 이 체면이 저들의 ‘존재의 근거’였고 다른 천한 무리와 구별되는 기준이었다.

 

회당장이 주님을 찾아왔다. 찾아와 주님 발 앞에 엎드려 간구했다. 당시 유다 사회에서 ‘회당장’도 나름대로 알아주던 위치에 있을 사람이었다. 그런데 딸이 죽게 되자 그런 모든 체면을 던져버리고 무릎을 꿇은 것이다. 옆에서 왜 말이 없었겠는가. “그래도 그렇지 회당장이 어떻게 근본도 모르는 사람에게 무릎을 꿇는다는 말인가?”

 

옛날, 이른바 남녀가 유별하다는 생각이 지배하던 시절에는 양반들은 남의 여자한테는 직접 말을 건네지 않았다. “내 딸이 아프다고 여쭈어라.” 그러면 주님께서 이렇게 대답하셨을까?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냐고 여쭈어라.” 사람에게 체면이 있다면 하느님께는 왜 체면이 없겠는가? 은혜를 구하는 사람에게 체면이 있는데 그 은혜를 주시는 분은 왜 체면이 없겠느냐는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은혜를 구하는 사람이 거들먹거리겠는가.

 

체면·자존심·사회적 편견·타성·고정관념 등 모든 것이 주님의 기적을 얻기 위해 걷어내야 할 거품이다. 그리고 그 거품을 걷어내는 가장 중요한 시작은 ‘사랑’이다. 육신의 딸을 살리는 데 걸림돌이 된 체면을 버리게 한 것은 자식에 대한 ‘사랑’이었고, 그 아버지의 사랑을 외면하시지 않았던 주님의 ‘사랑’이 발걸음을 회당장의 집으로 돌리게 한 것이다.

 

나는 오늘 주님의 발걸음을 돌리도록 무엇을 던져버리는가? 무엇이 내 발목을 붙잡아 주님 앞에 무릎 꿇지 못하게 하는가?

최연석 목사(전남 여수시 중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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