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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기쁨으로 <하>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30 조회수552 추천수8 반대(0) 신고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기쁨으로

             마더 마리안느 콥의 여정

 

 

 "나는 두렵지 않습니다"

 

 

1883년 무렵, 마더 마리안느는 9개의 학교와 병원 두 곳, 그리고 그 지역의 수녀들을 담당하고 있었다. 이렇게 바쁘던 시기에 레오노르 포스넬 신부에게서 한 통의 편지를 받았고 이것이 그녀의 삶을 완전히 바꿔 놓게 되었다.

 

레오노르 신부의 임무는 샌드위치 섬(지금의 하와이)에 있는 병원과 학교들을 책임질 수녀들을 모집하는 것이었다. 그는 50통의 편지를 보냈지만 마더 마리안느에게 보낸 단 한 통만 회신이 돌아왔다.

 

바다 건너 머나먼 외딴 곳에서의 선교 활동에 대한 부르심이 그녀의 가슴에 강한 울림을 남긴 것이 분명했다.

 

레오노르 신부는 기쁜 마음으로 답장을 보내며 열대의 천국에 일하러 오게 될 모든 수녀들의 경비를 대겠다고 약속하였다. 첫 번째 편지에서도 그랬지만 나병에 대한 언급은 조심스럽게 피했다.

 

외교적인 언사에 능하지 못했던 마더 마리안느는 편지에 이렇게 썼다. "전 너무나 그 일을 하고 싶고, 선택 받은 이들 중 한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어떤 질병도 두렵지 않습니다. 설령 버림받은 '나환자'들을 위해 일한다 하더라도 제겐 가장 큰 기쁨이 될 것입니다."

 

수도회에서 허가를 얻어 내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1883년 가을 마리안느는 여섯 명의 동료들과 함께 드디어 먼 곳으로 떠나는 항해에 올랐다. 일이 끝나는 대로 돌아오겠노라고 약속했지만, 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열대의 천국이 아닌...

 

 

일정이 얼마간 지연되긴 했지만, 마침내 수녀들은 호놀룰루에 있는 카카아코 병원 지구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한센병이 의심되는 하와이 사람들을 몰로카이 섬에 보내기 전에 임시로 수용하는 곳이었다. 그곳은 불결하고 절망적이고 무법천지였으며 전횡을 일삼는 관리인과 환자를 기피하는 의사가 운영하고 있었다.

 

수녀들은 활기차게 식당과 병실을 치우기 시작했고, 친절하게 상처를 씻기고 질서를 갖춰 나갔다. 항상 그렇듯이, 마더 마리안느는 각각의 환자를 귀하게 대할 것을 강조했고 환자와의 개인적인 만남을 피하지 않았다.

 

레오폴디나 수녀는 마리안느에 대해 "아무리 바빠도 환자가 자신과 얘기하기 원하면 절대 그냥 돌려보내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녀는 손을 자주 씻는다든지, 환자 간호를 맡지 않은 수녀가 식사를 준비하게 한다든지 해서 예방에 만전을 기했지만 또 한편 하느님께 온전히 의지했다.

 

병이 옮을까봐 불안해하던 한 수녀에게 "자매님은 절대로 나병에 걸리지 않을 거에요. 우리 중 누구도 그런 일은 없을 거에요." 하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프란치스코 수녀회의 어떤 수녀도 한센병에 걸리지 않았다.

 

1886년 초, 몰로카이의 다미안 신부가 새로운 나병 치료법을 시도해 보려고 카카아코에 왔는데 당시 신부의 몸에는 이미 나병이 퍼져 있었다. 그는 마더 마리안느에게 몰로카이 섬에 와서 그곳에 수용된 나환자들 속에서 일하는 자신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이 부탁이 오랫동안 그녀의 마음속에 맴돌아 결국 주교에게 "우리는 그곳에 가는 것을 기꺼워할 뿐 아니라, 몹시 원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씀드리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 시간이 걸렸다.

 

 

 몰로카이에서의 선교사업

 

 

마더 마리안느의 소원은 1888년 11월 13일에 이루어졌고, 이 새로운 일을 하러 그녀는 두 명의 수녀와 함께 떠났다. 이 임무는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가파른 절벽과 거친 바다로 둘러싸여 세상에서 격리된 황폐한 곳에서 천여 명의 나환자들을 돌보아야 하는 일이었다.

 

마더 마리안느는 폐결핵 증세로 몸이 몹시 불편했고, 몰로카이 섬으로 가는 배에 올라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는 것조차 어려웠다. 늘 그렇듯이 항해하는 동안 뱃멀미 또한 심하게 앓았다.

 

후에 그녀는 그때 겪은 어려움을 편지에 쓰면서 너무나 고된 상황이 계속되었음을 토로했다. "무엇이나 처음 시작할 때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지요. 하지만 우리처럼 처음뿐 아니라 그 후로도 수년간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곳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하느님 당신 뜻대로 축복해 주소서."

 

레오폴디나 수녀는 몰로카이 섬을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슬프고 비참한 곳" 으로 묘사했다. 그런데도 마더 마리안느는 자신들의 소임이 그곳에 버려져 죽음을 기다리는 이들의 삶을 "되도록 즐겁고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것" 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수녀들 숙소의 창문 아래 향기로운 꽃들을 키우고 여자 아이들을 위해 화려한 옷을 만들면서 이곳에 질서뿐만 아름다움을 가져왔다. 그녀는 꽃과 나무를 가꾸는 기술로 불모지를 변화시켜 갔으며 희망의 상징을 보여 주었다.

 

 

 사랑은 인내하는 것

 

 

마더 마리안느는 환자들을 돌보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조달하는 큰 임무 외에도 다른 세 개의 섬에 있는 학교와 병원 및 봉사자들을 관리하는 책임도 지고 있었다.

 

그녀는 종종 멀리 떨어져 있어서 사정을 잘 모르는 수도회 장상들에게 순명해야 했으며, 세부 기록들을 정리, 보관하고, 보건부와 왕가, 정부 관리들과도 원만하게 일을 처리해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 모든 일들을 함에 있어 항상 '상냥' 하면서도 '단호' 했다고 동료 수녀들은 전했다.

 

일손은 항상 부족했고 그곳에서의 일이 낭만적일 것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은 잠시 머문 후 곧 떠나갔다. 어떤 이들은 마더 마리안느에게 반기를 들고 수녀들 간에 불만을 선동하려 했지만, 그녀는 인내심을 갖고 일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을 설복시키려고 노력했다.

 

마더 마리안느는 건강상의 한계도 이겨내야 했다. 세기가 바뀔 무렵에는 밤새 피를 토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고, 수녀들은 그녀의 빨랫감을 보고 나서야 그녀의 고통을 알게 되었다. 오랜 삶의 여정의 막바지를 향해 가면서는 심장과 신장마저 못쓰게 되어 휠체어에 의존한 채 생활하였다.

 

그러나 마더 마리안느는 병이 극도로 악화되었을 때에도 자신의 성격대로 언제나 명랑했으며 늘 다른 사람을 배려했다. 레오폴디나 수녀가 병상 옆에서 밤새 간호하는 것도 못하게 하면서, "밤에 쉬지 않으면, 나환자들을 어떻게 제대로 돌볼 수 있겠어요?" 하고 말했다. 그리고 식사를 할 수 없으면서도 수녀들과 함께 하기 위해 식당으로 휠체어를 끌고 가게 했다.

 

마리안느 콥 수녀는 1918년 8월 9일 기도를 바치는 수녀들에게 둘러싸인 채 임종을 맞았다. 그녀가 사랑했던 나환자들은 그녀의 시신 위에 하얀 꽃으로 '마더(Mother)'라는 글자를 수놓았다. 그녀가 그들을 얼마나 깊은 사랑으로 돌보았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는 모습이었다.

 

 

 은총으로 주신 명랑함

 

 

마더 마리안느의 인내심과 명랑한 성격은 쉽사리 찾아온 것이었을까? 아니면 고통을 통해 얻은 것이었을까? 누가 알겠는가? 그녀 자신은 단지 "주님을 위해 일하고 있고 기쁘게 할 뿐입니다." 라고 적었다.

 

그녀의 내면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든지 간에 사람들이 보고 경험한 것은 그런 것이었다. 다른 이들에게 활력과 생명을 주는, 그러면서도 오히려 평범해 보이는 이러한 쾌활함은 그녀의 삶에서 활동하시는 성령을 나타내 보이는 표지이다.

 

하와이에서 시작하여 마더 마리안느가 이룬 업적에 많은 이들이 감동을 하는데, 그곳에서는 지금도 그 수도회 소속의 50명가량의 수녀들이 교사나 간호사, 행정직으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으로 부르실 때 그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 응답하면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통해 얼마나 큰 일을 하실 수 있는지 극적으로 보여 주는 좋은 본보기이다.

 

지금도 가끔씩 즐거운 마음으로 헌신하라는 주님의 부르심과 마주할 때면, 나 역시 마더 마리안느를 생각한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가면서, 그녀의 헌신적이면서도 행복했던 삶의 긴 여정에서 용기를 얻는다.

 

그녀의 본보기는 우리 모두에게 희망을 주며, 주님의 뜻을 찾고 따르기 위해 힘겹게 싸울 때마다 우리는 그녀의 기도에 의지하여 힘을 얻을 수 있다.


  * 이 글을 쓴 질 버튼은 미국 인디애나주 사우스 벤드에 살고 있다.

 

 

                         <말씀지기의 '내안의 말씀'>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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