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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제26회. 새 신부 앞에서 숨을 거둔 바오로 ~♠†/ 오기선[요셉]신부님 이야기 /원작 차 엘리사벳.....
작성자양춘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30 조회수717 추천수6 반대(0) 신고

                   

                       

 

 

†♠~ 제26회. 새 신부 앞에서 숨을 거둔 바오로 ~♠†/ 오기선[요셉]신부님 이야기 /원작 차 엘리사벳.....


제 서품 후,

요셉신부는 본가가 있는 원산수도원에서 첫 대미사를 드렸습니다.

유동옥 여사는 사제가 되어 미사를 집전하고 있는 아들을 대견스럽게 바라보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곁에서 이 모습을 보던 알베르토는,

“어머니 저도 형처럼 꼭 사제가 될 거예요.”

하고 속삭였습니다.

“암, 그렇고 말구요. 꼭 사제가 돼야지요.”

 본가에서 휴가를 보내고 서울 사제관으로 돌아오자 요셉 신부에게

중림동[약현성당] 보좌신부로 가라는 발령이 났습니다.

[중림동 약현성당 14 처 에서]

[주: 중림동 약현성당은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 기념 성당으로서,103위성인 중 44위 성인의 위패가 보존되고 있는 성당 임.]

“요셉신부는 좋겠네. 좋은 곳으로 가게 되어서.....,”

“나는 지금 호랑이 같은 시어머니에게 갈 것을 생각하면 떨리고 걱정이 되는데 좋기는 뭐가 좋아. 나는 오히려 노렌조 신부가 부러운데!”

약형성당의 주임신부[김윤근 요셉]는 호랑이 신부로 소문이 난 분 이었습니다.

각 본당에서 회장이나 교우들이 와서 하나 둘 새 신부님들을 모셔 갔습니다.

모두들 동서남북 새 부임지로 떠나고 요셉신부 혼자 남게 되었습니다.

요셉신부는 하루가 거의 다 지나서 저녁 때가 다가오는데도 데리러 오는 사람이 없자 호랑이 같은 시어머니[주임신부]에게 미움이라고 받을까봐 걱정이 되었습니다.

“에잇, 첫날부터 운도 없네.

 약현성당 에는 회장도 없나?....할 수 없지. 혼자라도 가야지.“

요셉신부는 왠지 마음이 쓸쓸해졌습니다.

처량한 신세가 되어 막 나서려는데 키가 장승같이 크고 삐쩍 마른 노인이 사제관 문을 열고 얼굴만 들여 민 채 두리번거렸습니다.

“오기선 요셉 신부님이 누구신가요?”

“네, 전데요.”

“저.....저....미안한 말씀이지만,

주임신부님께서 종부[병자성사]좀 가시랍니다.

“네? 종부성사요?”

네, 성당에 들르기도 전에 벌써부터 일을 보시게 해서 참 딱하긴 하지만... 주임신부님의 명령이시니...” 

노인은 말끝을 흐렸습니다.

“그럽시다. 갑시다. 내 첫 부임지가 병자 집이구먼요.”

“죄송합니다.”

노인은 송구스러워 하며 앞장을 섰습니다.

요셉신부는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신학교에서 책으로만 배웠지 한 번도 경험이 없었던지라 잘 해낼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요셉 신부는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참으며 태연한 척 노인을 따라갔습니다.

전차로 영등포까지 간 후 이 골목 저 골목 꼬불꼬불 길을 따라 들어갔습니다.

석탄이 쌓인 땅굴을 지나 기다시피 해서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환자의 집은 땅굴 집이었습니다.

부엌도 방문도 방바닥도 모두 새까맣고 환자가 덮고 있는 이불도 새까맣게 더러워져 있었으며 심지어는 환자의 얼굴까지도 검게 보였습니다.

그는 폐병 말기로 해골같이 비쩍 말라 임종 직전에 있었습니다.

환자는 바오로라는 세례명으로 영세한 후 첫영성체, 첫 고해성사도 안 받고 혼인장애에 걸려 35년간 냉담하며 살아오다가 죽음을 맞게 된 것입니다.

여러 가지 성사를 한꺼번에 주어야 될 위급한 환자였습니다.

바오로에게 요셉신부는 고해성사를 먼저 시작했습니다.

“고해성사를 보십시오.”

“뭐요?”

“고해성사를 보시라 구요.”

“그게 뭔데요?”

환자는 교회법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말하는 것조차 힘에 겨워하는 환자에게 “예”, “아니오.” 로 대답하도록 하였습니다.

요셉 신부는 환자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대고 묻고 나서 답변을 듣기 위해 환자의 입에 귀를 갖다 대었습니다.

환자는 기침을 할 때마다 주먹만 한 핏덩이를 뱉어 냈습니다.

그가 기침을 하려고 하면 얼른 요강을 갖다 대주고 환자가 피를 토하고 나면 입과 수염에 묻은 피를 닦아주어야 했습니다.

고해성사와 혼인장애를 풀고, 혼인성사, 성체성사, 병자성사, 임종 전대사까지 주고 나니 요셉신부의 온 몸은 진땀으로 젖어 있었습니다.

바오로는 요셉의 손을 꼭 잡고 참회의 눈물을 흘리면서 새 신부 앞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바오로가 임종하는 모습을 보고 요셉신부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이 시간에 신부가 없었더라면 바오로의 운명은 어찌 될 뻔 했는가’ 를 생각하며 사제가 된 보람을 느꼈습니다.

바오로의 장례식을 영등포의 공소회장에게 부탁해 놓고 약현 성당으로 돌아왔습니다.

주임신부님께 인사를 드린 다음 바오로 건에 대하여 보고를 드렸습니다.

“요셉신부, 부임하는 첫날부터 미안하네.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요셉은 방으로 돌아와 세상을 떠난 바오로에게 한 일이 제대로 잘 되었는지를 돌이켜 보다가 문득 바오로에게 보속을 주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바오로는 이미 세상을 떠났으니 보속은 내가 대신 해주어야겠구나.”

요셉신부는 앞으로 자신에게 청해진 병자성사만큼은 보좌신부에게 떠넘기지 않으리라고 굳게 결심을 하였습니다.................♣~.  

 

 

..............[제27회. 신부님, 불이 났어요. 로 이어 집니다.]


   

    [십자가에 가까이: 카톨릭성가 490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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