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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04) 이런 나는 속물 여자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31 조회수612 추천수7 반대(0) 신고

 

 

지난 토요일 고모님댁 혼사에 참석하고 나서 어머니와 동생들과 동생댁들 모두 함께 친정집으로 갔다.

2층 어머니 방에 들어가서 이얘기 저얘기 하던 중에 어머니가 액자 하나를 보여주셨다.

셋째 남동생 사진이 실린 신문을 넣은 액자였다.

동생 사진이 유수한 일간지 신문에 실려 있었다.

 

흔히 어른들이 걱정하는 말로 신문 방송에 나올 짓은 하지 말라는 소리가 있다.

정치가도 아니고 연예인도 아닌 보통 사람이 매스컴에 오르내릴 일은 그리 흔치 않은 일임에.......

좋은 일로 실리면 문제가 없겠지만, 나쁜 일로 인해 신문이나 방송에 오르내리면 집안 망신이며 부모형제 처신까지 불편하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가 아들 사진이 실린 신문을 오려서 액자에 넣어 세워놓을 정도면 분명 나쁜 일은 아닐 터.....

그렇다고 뭐 특별히 영광스러운 일로 신문에 난 건 아니다.

그냥 어떤 일로 보도가 되었는데 직업상 동생이 그 일에 상급자였기 때문이다.

여러 명의 그에 관련된 사람들과 함께 동생의 얼굴도 나와 있는 사진과 기사였다.

 

액자에 넣은 사진이 보기 좋아 내가 한마디 했다.

나도 한 장 갖게 신문 좀 몇 장 더 사지 그랬냐고, 그랬더니 어머니 왈,

여기 있지롱! 하시며 꺼내 주신다.

여동생이 여러 장 사왔다는 것이었다.

오! 반가워라! 하면서도 참 못말리는 어머니와 동생이라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머니도 그렇고, 힘들게 암투병 하는 여동생이 건강치도 못한 몸으로 무슨 경황에 남동생 사진 실린 신문을 사러 갔을까 생각하니 참으로 못말리는 모녀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나이도 적지 않은데 소녀같은 그 생각과 행동이 상상되어 빙그레 웃음이 터졌다.

그런 여동생이 사실은 좋아 보였다.

어려운 병에 걸렸다고 아예 모든 감성 접어버리고 절망속에 허우적거리는 것보다는 아직도 그런 소녀같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희망적인가.

 

사실 일생을 살며 신문에 사진 한 번 실릴 일이 없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어찌보면 무탈하게 살아가는 인생일지 모르지만, 그만큼 신문같은 데에 자기 사진 자기 얘기가 실릴 일이 평생 가야 없는 게 보통사람들 삶이 아니겠는가!

 

허구헌날 신문에 방송에 얼굴이 오르내리며 비난받고 회자되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네처럼 알려지지 않고 평범하게 사는 인생이야말로 속 편하고 복 받은 삶이라고 느낄 때가 많은 게 현실이다.

그저 신문에 방송에 쪽(얼굴)팔리지 않고 사는 걸 감사하게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

인데, 그런데 신문에 동생 얼굴이 실렸다고 이렇게 특별하게 생각되는 건 또 무슨 심사인가 말이다.

내가 속물이어서 그런가.

신문을 구겨지지 않도록 잘 접어서 가방에 넣으며 어머니처럼 액자에 오려 넣어야지 하고 생각하는 나는 못말리는 삼모녀 중 하나..... ㅎㅎㅎ

 

어머니는 아들 사진 실린 신문이 얼마나 특별했으면 액자에 넣어 세워놓았을까.

아들 사랑하는 지극한 모정이 아니겠는가.

그 신문 여러 장 사서 나눠갖고 들여다 보며 웃음 짓는 여동생과 나...

그 또한 동생 사랑하는 누이들의 마음 아니겠는가.

 

 

작년 봄에도 셋째 동생은 TV 방송마다 보도되는 뉴스에 얼굴이 나왔었다.

그런데 어머니는 그 방송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뉴스 안보고 드라마 봤으면 못보는 게 뉴스 아닌가.

몇초마다 바뀌는 TV 화면속에서 금방 지나가 버리는 뉴스인데 난 용케도 동생 얼굴을 보았다.

물론 그때도 동생 자신의 신상과는 별개로 직업상 관련되어 얼굴이 보여진 것이었다. 그때 난 동생 모습이 참 멋지다는 생각을 했었다.

 

예전에 젊은 시절 남편도 국가 공무원으로서 선거 때면 늘 개표하는 일에 차출되어 밤을 새웠는데, 뉴스 시간에  화면 속에서 개표하고 있는 남편 얼굴이 보여 신기한 적이 있긴 하다. 내식구 얼굴은 아무리 빨리 지나가도 보이는 것 같다.

그러니 매일 TV 화면과 신문에 얼굴이 나오는 사람들은 어쨌거나 특별한 사람들임엔 틀림없는 것 같다.

 

아직 액자를 사지 못해 신문을 넣지 못했다.

예쁜 액자를 사다 빨리 넣어야 할텐데! 하는 나는 속물 여자!

허지만 속물이면 어떠랴! 이것도 다 사람 사는 재미가 아닌가 싶다.

난 평생토록 신문에 내 사진 실려 본 일이 없으니 말이다.

신문에는 아무나 나나!  암! 그렇고 말고! ㅎㅎㅎ

그래서 동생이 그냥 좀 특별해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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