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생활묵상] 작은 가시 하나가
작성자유낙양 쪽지 캡슐 작성일2007-02-02 조회수787 추천수7 반대(0) 신고

+ 우리 모두 평화.

 
유방암 수술 후 유별나게 추위와 더위를 이겨내지 못하는 나는

에어컨이 없는 우리 집이라 벌써 부터 한 여름이 다가오면

어쩌나, 하나마나 한 도움도 안 되는 걱정이 미리 앞선다.
 

왼쪽 팔에 솜뭉치와 스폰지로 둘둘말고 그것도 모자라 압박붕대를

몇달이 될지 일년이 될지 기약없이 이중으로 감고 있어야 하니

참 암담하기만 하다.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도 지금 처럼 잠깐 붕대를 풀고 난 후 

팔꿈치를 구부리려면 쭉 피고만 있었기에 통증도 동반한다.

 
모기에 물려도 안 된다하고, 침과 주사를 맞아도 안 된다하고,

혈압을 재도 안 된다하고, 불에 데이거나 칼에 베어도 안 된다하고,

가시에 찔려도 안 된다하고,  캔 음료수 여섯개 이상 들면

안 된다하고,

 
이제는 팔에 이상이 심하게 온다니 덧붙여 안 된다하는 것이

두어가지 더 늘어났다.

 
몸을 뜨겁게 하면 안 된다하고, 사우나도 안 된다하고,

공중 목욕탕엔 기온이 높아서 가면 안 된다하고,

그래서 햇빛이 강한 곳에 나가도 안 된다 하고,

모두가 안 된다는 것 투성이다.

유방암 수술을 받으면서 왼쪽 겨드랑이에 임파선을 모두 떼어낸

부작용 때문이란다.

 
덩치가 비교적 큰 나의 몸은 남보기에 무척이나 기운차 보인다.

하지만 무거운 것을 들면 많은 통증이 유발하기에 나는 본의

아니게 꾀병을 부리는 사람처럼 보이곤 한다.

 
특히나 건강했을 때 봉사한답시고 몸으로 떼우던 일이 많았던

처지라 지금의 내가 나 자신도 이해가 안 되고 있으니 주위에

계신 분들의 생각은더 하리라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늘 여러가지로 수고해 주시는 본당 자매님들과 형제님들께

도움이 못 되어 드려 또한 마음이 편치 못하고 죄송할 뿐이다.

 
한동안 나는 나의 이런 모든 것들을 감추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감춘다기 보다는 나를 위하여 웃고 떠들고, 기쁘게 살려고 노력을

많이 해 보았다.

 
여러가지 들려오는 힘든 이야기를 혼자 감수해내며 아무렇지도

않은듯 지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끔씩 느껴지는 가시같은 눈총들에 더 힘듬을 느낄적도 있다.

 
우리 집은 지금 말이 집이라 할 수 있지 너저분하기 짝이 없다.

더군다나 변변한 가구 조차 장식 되어있지 않은 탓도 한 몫을

하는데, 그나마 치우고 살지 못하는 내가 참 한심하기만 하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모든 것이 널브러져 있으니 누가 방문이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불암감에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게 된다.

또한 정돈되지 못한 구석구석이 내 마음을 크게 흩뜨리고 있다.

 
잠시 묵상을 해 본다.

 
너무 소홀히 생각을 하고 지내왔다.

하지 말라는 주의사항을 잊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신차려

주의에 힘쓰지 않았던 것 같다.

 
그동안 한 두번쯤은 모기에 물렸을테고,

칼에도 베였을테고, 불에도 데었을테고,

성질대로 무거운 것을 번쩍 들었을테고,

뒷마당에서 나무 가시에 찔렸었다.

 
수술을 했으니까 당연히 부었으려니 하고 무심히 지냈던 나의

팔은 드디어 말썽을 피우기 시작했다.

 
오늘 하느님의 말씀을 겨우 한자 한자 옮겨 적으며 갑작스레

칭칭감은 보조물들을 풀어냈다. 

여기에 이 맘을 쓰고 싶어서였다.

 
올바른 신앙인으로 살아가겠노라고 누차에 걸쳐 마음을

먹으면서도, 어느새 내 맘은 조금씩 조금씩 딴 길을 향해가고

싶어한다.

 
아직도 용서가 안 되는 사람이 있고, 앞으로도 용서해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되고 있다. 나의 솔직한 마음이다.

 
작은 가시하나로 인하여 주어진 눈으로 보이는 내 팔의 아픔을

고치려고 이 고통을 감수하고 있으면서도  진정 내 맘에 박혀있는

가시는 빼 낼 생각조차 안하고 있다.

 
하지만 늘 마음이 무겁다. 

마음이 무겁다 보니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지 못한 것이 뻔한

일일게다.

 
작은 가시하나..

언제쯤이면 내 맘에 가시하나를 뽑아낼 수 있으련지,

노력은 많이 해 보겠지만 장담까지는 할 수없는 지금의 심정이다.

 
그러나 내가 분명히 알고 있는 것은 그  마음의 가시하나로 인해

내 영혼은 나의 팔 못지않게 썩어가고 있는 것이다.

 
알면서도 바로 시행할 수 없는 내 마음..

얼마나 더 큰 악에 휩쓸려야 정신을 차리게 될까?

무척이나 염려스러우면서도 나의 교만을 왜 이렇게 떨쳐버리기에

힘이든지 모른다.

 
시험지를 나누어 주며 답안 작성을 하라면 나도 백점을 맞을

자신이 있다.

악마를 멀리하는 것에 동그라미를 그으면 백점일테니 말이다.

 
내 팔에 소홀함처럼 내 마음도 스스로 소홀히 대해 주었다는 것을

새삼 고백해 본다.

 
그렇게 사랑을 부르짖었으면서도 아직까지도 내 자신부터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였으니 오늘은 내 마음을 지어볼까 한다.

 
짓는다는 것은 참 아름다운 말 같다는 생각이 문뜩 떠 오른다.

치매 걸리신 귀여운 우리 엄마가 우리를 위해서 밥을 정성스레

지으셨을텐데.. 하고 말이다..

 
사랑하라고 가르쳐 주신 주님의 말씀을 잊은 것은 아니었지만 

소홀히 한 나의 마음을 정리해 보고 싶어진다.

 
큰 일이 벌어지기 전에 마음에 작은 가시 하나를 뽑아보고

싶어진다.

 
그러고 싶다.

주님께서 주신 내 영과 육의 건강에 재나 뿌리지 말고 정성스레

나를 짓고 싶어진다.

 
그래서 난 또 팔에 솜뭉치와 스폰지. 그리고 압박 붕대를 칭칭

감아 볼 것이다.

 
그래서 난 또 내 영혼의 아름다움과 사랑을 정성스레 지어 볼

것이다.

 
주님 사랑 안에서 사랑메세지 보내드립니다.

사랑해요~

행복하세요*^^*

 
**행복전달**

주위에 저와 같은 환자가 있으시다면 저처럼 고생하지 않도록

작은 가시하나라도 소홀히 생각지 마시라고 전해주세요..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