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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강론] 표선에서 첫 마음 ㅣ이찬홍 야고보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02-02 조회수732 추천수8 반대(0) 신고

                    

 

                         표선에서 첫 마음


 

   눈이 내렸습니다.

   오늘 내린 눈이 제가 이곳 아름다운 보금자리인 표선성당에 온 것을 축복해 주는 그런 고마운 눈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여러분들께서는 눈이 오면 어떻습니까?  에이 귀찮게 눈이 오냐?’ 라는 생각이듭니까? 아니면, ‘와 눈이다.’ 라며 기뻐합니까?  눈이 내릴 때, 귀찮으면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요, 기쁘면 아직 젊다는 증거랍니다.  성당에 올 때, 기뻤습니까? 귀찮았습니까?  네… 저와 여러분 모두는 아직도 한창 젊은 것 같습니다.


   복음에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에게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고, 둘씩 짝지어 파견하시며 이르십니다.


   “길을 떠날 때는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 신발을 신되 옷도 두벌은 껴입지 말라.”


   왜, 이런 말씀을 하셨을까 생각이 듭니다.  보통 여러분의 자녀가 육지나 해외에 여행을 하거나, 군대에 갈 때, 여러분들은 어떻습니까?  ‘무전여행 형식으로 다녀보는 것도 너의 인생에 도움이 된다. 그러니 좀 고생이 되더라도 참으며 잘 다녀와라.’ 라는 말을 하십니까?  아니면, ‘이 돈 얼마 되지 않지만, 여행 경비에 보태 거라… 그리고 이걸랑, 막 쓰지 마랑, 잘 곱쩡 놔뒀당.. 꼭 필요 헌디 쓰라…’ 라며 도움을 줍니까?  거의 대부분이 후자입니다.  챙겨줄 수 있는 대로 챙겨주고, 도와줄 수 있는 대로 도와줍니다.


   그런데, 왜 오늘 예수님께서는 아무것도 지니지 말라고 말씀하시는 것일까요?


   예수님의 제자로 한 공동체에 파견됨에 있어 중요한 것은 그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공동체 중심으로 살아가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하지, 자신의 안위나 편리를 위해서 파견되는 것이 아님을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 묵상해 봅니다.


   복음의 더러운 영은 마귀, 악마를 의미합니다. 마귀는 직접적으로 사람에게 해를 끼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사람과 사람사이의 사랑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공동체를 분열시키며, 자기 맘대로 살아갈 것을 종용하는 그런 사악한 존재입니다.


   때문에, 예수님의 제자로 파견되는 것은 단절된 것을 바르게 잘 연결시키고, 분열된 것을 하나의 모습과 지향으로 일치시키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저의 말이 표선 성당 공동체가 분열되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제자의 모습이 이러하다면, 제 모습이 예수님의 제자의 모습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아 드리는 말씀입니다.


   저도 주교님의 입을 통해 전해진 예수님의 명을 받고 이곳 아름다운 보금자리인 표선성당에 왔습니다. 어제 잠깐 말씀드렸지만, 저는 표선성당에 오고 싶었습니다.  얼마나 오고 싶었으면, 아버지 신부님이자 사목국장 신부님이신 고 신부님께 ‘저 이번에 주임 보내주지 않으면 교구청 3층에서 뛰어 내려 불쿠다예!’ 라는 협박 아닌, 협박을 하며 데를 썼겠습니까?  주교님께서 제가 한 말을 들었다고 했을 때, 저 엄청 긴장했습니다.  다행이, ‘허허’ 웃으시고 지나가 주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이러한 모습은 더러운 영에 대한 권한을 갖고 공동체로 파견되어 사랑과 웃음이 넘치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파견되는 제자의 모습보다는, 4년 가까이 보좌를 했으니, 이제는 더 이상 보좌를 하지 못하겠으니 주임을 보내 달라는… 저의 욕심이 담겨있는 모습입니다.  예수님의 일을 먼저 하겠다는 마음보다는 내 만족과 기쁨을 더 찾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입니다.


   하느님께서도 제자를 파견하는 말씀을 오늘이 아니라, 한두 달 후에 들려주셨으면 좋으련만‥ 표선에서 첫날밤을 보낸 후에 들려주시며 저의 그릇된 욕심을 깨닫게 해주시니… 참 오묘하신 분이십니다.


   저의 그릇된 생각을 바르게 잡으며 고백해 봅니다. 저의 만족과 기쁨 보다는 먼저 공동체 안에 존재하는 “더러운 영들을” 하나하나 주님의 이름으로 몰아내는 그런 일을 해나가겠다는… 저에 대해 염려하고 신경 쓰기보다는, 먼저 표선성당을 더 신경 쓰고 염려하겠다는… 그런 기도를 드려봅니다.


   이러한 모습이 비록, 제 만족을 채우기 위해 떼를 써가며 표선 성당에 왔다고 하지만, 그런 그릇된 모습을 넘어 제자의 사명을 잘 받드는 것임을.… 주님의 일을 먼저 행하는 모습이요, 주님 마음에 드는 모습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아멘


             ▒ 제주교구 표선성당  이찬홍 야고보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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