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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306) 읽으면 속이 시원해 지는 글 (펌)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7-02-02 조회수881 추천수3 반대(0) 신고

2003년12월23일 대림 제4주간 화요일  ㅡ말라기3,1-4.23-24;루가1,57-66ㅡ

 

 

  골빈 여자 저기 또 있네.

                      ㅡ죄 있어도 돌을 던질 것이다.ㅡ

 

                                                          글쓴이 : 이순의

 

 

오셔야 할 주님을 기다리느라고 복음서들은 박진감 넘치는 생명력을 꾸준히 선포하고 계신다. 아버지 하느님께서 하시고자 하시는 일과, 그 뜻을 가늠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좌우충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뜻이 이루어 지고야마는 기쁨과 환희들이 연속적으로 우리를 준비하게 하신다.

 

주님께서 오신다는데 나도 때 빼고 광을 내려고 오랜만에 공중 목욕탕에 갔다.

자주 공중 목욕탕에 가지 않고 집에서 샤워를 하는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목욕탕만 가면 나도 죄 있음에도 불구 하고 꼭 돌을 던져 버리는 성미를 주체 하지 못 해서 의도적으로 피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어제도 역시나 불상사는 발생을 했다.

 

나는 양쪽 귀를 수술을 한 탓에 청력이 몹시 양호하지 못 하다. 그래서 흥분을 하거나 주위가 산만하게 되면 상대편의 말을 집중해서 들을 수가 없게 된다. 내 목소리가 나의 인지 능력과 상관 없이 크다 정도가 아닌 고성방가로 전락하는 것이다. 그 고성방가가 목욕탕 안의 울림통과 짝이 맞으면  (^-^) 상상을 불허하는, 한강 고수부지에 설치된 연예인 공연 스피커와 견줄 바가 아니다.

 

뿌연 안개 속을 뚫고 자리를 찾는데 온통 얼굴과 전신에 시꺼먼 칠을 한 괴물이 내 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들어가자 곧 바로 재수가 없게 되었다.

"움마 골이 텡 비어뿌린 여자가 쩌그 또 있네 잉! 오늘 목간 다 해 뿌렀네!"  그 여자가 저 정도로 둔갑을 하고 있을 때는 목욕탕에 온지 한시간도 넘었을 것이다. 나는 그래도 어제만큼은 자제를 하려고 마음 먹었다. 예수님께서 오신다고 때 빼고 광 내러 왔으니 참으려고 무척 노력을 했다.

 

깨끗한 물에 내 더러운 허물을 쓱쓱 밀어 흘려 보내기도 황송하고, 비누칠 한번 해서 허연 거품이 맑은 수도물을 잡아먹는 것도 면목이 없고, 나도 죄인인데 누구를 나무라겠는가? 예수님은 분명히 죄 없는 사람부터 돌을 던지라고 했는데 나도 죄인이면서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다짐다짐 하면서 마음을 다독이느라고 무척 노력을 했다. 그러는 동안에 여자는 거멍칠에서 누렁칠로 탈바가지를 바꿨는가 싶더니 농축 요쿠르트를 쳐 바르고 아까운 우유를 찌클고 나는 알지도 못 하는 것을 또 발라서 번들번들 허고 온갖 짓거리는 혼자서 다 하고 있다.

 

거의 나의 목욕이 끝나가고 잘 참고 가겠다 싶어서 내 스스로 나를 가상히 여길때 쯤에 탕 안에 가득든 물이 뽀골뽀골 거품물살을 일으키며 유혹을 했다. "저기에 몸뎅이나 좀 담궜다가 가면 개운 하것제!" 뽀골뽀골 뽀골이 위로 앉았다. 그런대로 안마효과가 기분이 좋았다. 눈을 지그시 감고 보드라운 물살 삼매경에 빠져들때에 어깨죽지에 뭐가 걸리적 거린다.

 

누가 이 자리에 앉고 싶은가 보다 싶어서 자리를 비켜주려고 눈을 떠 보니 이번에는 초록으로 탈바가지를 바꿔쓰고 턱에 걸터 앉은 그 여자다. 질질 흘러서 탕안에는 못 들어 오고 시간은 보내야겠고 물은 그리운데 뿌릴 수는 없고 그러다보니 예쁘지도 않은 발가락을 내 어깨죽지에 걸리적 거리면서 오직 자기의 신주단지 같은 맛사지 생각만 하느라고 실례인지 가늠도 되지 않는것이다.

 

"탕 안에 안들어 오실거면 발을 좀 저쪽으로 해서 앉으시지요." 최대의 흥분을 자제하면서 말을 건넸다.

"저쪽은 거품이 안 나잖아요." 여자가 대꾸 했다.

나의 경험으로 보면 이런 사람들은 거의 자기자신이 무슨 잘못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기 보다는 자기의 정당한 권리와 행위에 대해서만 더 앞서 나간다. 어제도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나는 서서히 목욕탕 울림통이 더 커지고 있다는걸 알았다.

 

"이런 싸가지 없는 머리통에 똥만 든 여자야 그 탈바가지 벗고 오면 내가 이 자리 비켜준단 말이야. 내 주둥아리 근처에 더러운 발을 삼가하라고 했잖어? 못 들었어? 더 크게 말 해 줄까?" 드디어 시작이 되었다. 한강 고수부지의 마이크가 고장이 나지 않는한 스피커는 멈추지 않는다.

 

당신같은 인간들 때문에 목욕탕 정책이 바뀌어야 해. 당신이 오늘 쓴물을 당신이 걸러서 내일 먹고 당신이 싼 오줌을 걸러서 모래 목욕하고 그래야 해. 내가 쓴 물은 뜰체로 둥둥 뜬 때만 건지고 모래하고 숯하고 넣어서 비누기만 가셔서 내일 내가 먹고 모래 내가 다시 목욕 하면 되는데 당신 때문에 내 물까지 더러운 꾸정물이 되어서 먹을 수가 없게 되었으니 가만히 자빠져 있어도 속이 뒤틀려 죽겠는데 어디서 더러운 발가락을 내 소중한 입님에다 들이 대는거여. 그 탈바가지가 그렇게 중요허니까 뵈는게 없고 예의도 없고 싸가지가 없지.

 

이쯤되면 목욕탕 안에서 관리하는 사람이나 때밀이 아줌마들이 끼어 든다. 때밀고 재료 사가는 돈벌이가 짭짤한 그 여자편이 되어서 나를 끄집어 내려고 한다.  그렇다고 확성기가 고장이 나겠는가?! 스피커가 터지겠는가?!

 

이 목욕탕 사장 오라고 해. 오늘 당장 이 목욕탕 문 닫아드리지. 환경오염으로 신고 해서 저 싸가지 없는 여자 때문에 영업을 못 하고 당장 쪽박을 차게 해 주지. 당장 사장 오라고 해. 이 목욕탕에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이 많은 물을 저 여자 혼자 걸러내지도 못 하게 만들고 있잖어. 저 여자 탈바가지가 나 들어 올 때 거멍 탈바가지 였는데 벌써 몇벌을 바꾸었고 또 앞으로 몇벌을 바꿀지 모르는데 거기다 싸가지까지 없어서 남의 입에다 추접한 발가락까지 집어넣어? 나도 한 두가지 바르고 가는 사람들은 이해를 하는데, 때밀이 아줌마! 저 여자 때 민지가 언제야? 생각도 안나제? 시간이 너무 오래 되어서 생각도 안 날것이여. 그 동안 이 여자가 남의 여자들이 쓰고 간 물에 온갖 더러운거 다 집어 넣느라고 집에도 안 가고 자빠져 사는데 그렇다고 뒤지면 썩어 문드러질 저 살뎅이가 다른 사람보다 더 미끄럽지도 않구먼 미친 짓은 혼자 다 하네. 오늘 내가 목욕탕 문을 확실하게 닫아드리지.

 

내가 지르는 고성방가 중에서 목욕탕 문을 닫는다는 말보다 더 공통적으로 싫어하는 말이 있다.

"오늘 당신이 쓴 그 물을 그대로 걸러서 내일 당신이 먹고, 내가 쓴 물은 걸러서 내가 먹자." 라는 말이다.

 

태초에 하느님께서 천지를 창조 하셨을 때 지구에 있었던 그 맑은 물은 어디로 갔을까? 달나라에 가면서 가져 갔다가 실험용으로 유출된 몇방울을 제외 하고는 완전하게 이 지구 안에 그대로 있다. 공룡의 오줌이 걸러져서 지금 내 피가 되었을 것이고 또 내 땟국물이 걸러져서 훗날 어떤 소나무의 수액이 되기도 할 것이고, 우리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공유하는 신비 속에 한 순간순간을 선택받은 소명으로 살고 있다.

 

때를 밀고 비누를 쓰는 나도 죄가 많아서 주님의 말씀처럼 돌을 던져서는 안되는 사람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말씀에 잠시 의구심을 가졌을지라도 이웃과 친척들이 보는 앞에서 용기있게 "아기의 이름은 요한"이라고 적은 즈가리아의 입술이 열려버린 은총처럼, 죄 있어도 돌을 던지는 나도 믿음과 용기를 얻고 싶다. 목욕탕에만 가면 벌거숭이 여인이 되어 종종 싸우고 돌아와 후회를 한다.

나도 죄인이면서 누구한테 돌을 던지는가? 그러나 죄 있어도 돌을 던지고 싶다.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육신의 때를 벗기러 갔다가 목구멍의 때까지 확실하게 벗기고 온 것 같다.

하하하하하하하하!!!!!

 

 

ㅡ루가1,65-66ㅡ

모든 이웃 사람들은 무서운 생각마저 들었다. 이 일은 유다 산골에 두루 퍼져 이야깃거리가 되었고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이것을 마음에 새기고.......

 

   출처 : 우리들의 묵상

   게시번호 : 6163

   게시일자 : 2003년 1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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