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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살아있는 것들의 잔혹사
작성자김열우 쪽지 캡슐 작성일2007-02-02 조회수503 추천수2 반대(0) 신고

거실의 분수대의 물속을 헤치며 노니는 열대어들의 모습이 매우 귀여웠습니다.

다홍, 연두, 회색 등, 각양 형광 색깔의 광채가 불빛에 반사되어 신비롭기도 했습니다.

 

며칠 후, 그 예쁘기만 하던 물고기 중 한 마리가 예전과 달리, 힘이 처져 균형을 잃고 있었습니다.

다른 물고기들이 모여들기에 아픈 동료를 위로하려는 것인줄 알았더니, 그 입으로 툭툭 치며 공격을 가해, 병이 난 물고기가 더욱 쇠약하여져 가는 것을 도와 마침내 죽음으로 몰고 갔습니다.

물고기들은, 아직 살아있는 병든 물고기의 살을 뜯어 먹이를 삼았던 것입니다.

아무리 미물이라 해도 밉살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수 년전, 덕수궁에서 공작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날개를 부채처럼 펼쳐보이며, 마냥 뽑내는 모습에 모여든 사람들은 환호하였습니다.

때마침 그 옆의 다른 공작의 우리에 참새 한 마리가 모이를 주워 먹으려 내려 앉았습니다.

공작은 순간, 참새를 부리로 쪼아 통째로 삼켜버리고 말았습니다.

순간 공작의 아름다운 모습에 탄성을 올렸던 마음은, 그 잔인한 살생의 현장을 보는 순간, 몹시 마음이 상하였습니다.

그 장면은 한 동안 충격이 되어 남았고, 더 이상 아름다운 물고기나, 공작에 대하여 찬사만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못된 잔인한 물고기!,  그 못된 잔혹한 공작! 으로 머릿속에 새겨졌기 때문입니다.

아니, 저 자신을 비롯한, 모든 살아있는 그 생존 자체가 잔인의 결과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하느님께서 어이 이런 잔혹한 숙명적 현실을 저희에게- 하고 낙담하였습니다.

 

짐승은 자신의 배를 충족시키면 더 이상은 해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람은 쌓고 또 쌓아 놓아도, 오히려 부족해 합니다.

힘이 강해지면, 선을 쌓을 법도 한데, 더 더욱 악을 도모하는 쪽으로 기울어지기 쉬운 것이 인간입니다.

 

약육강식의 세상이어서, 약자는 강자의 지배 아래 들게 마련이라지만, 인간에게는 법과 도덕과 양심, 그리고 종교가 있어서,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덕목이 됩니다.

 

본능에 따라 생각 없이 무모한 행동을 삼가지 않는다면, 물고기나 공작, 맹수와 다를 바가 없을 것입니다.

 

끝도 없는 인간의 욕망은 무엇으로도 말리기 어렵습니다.

아마도 약자의 상한 마음을 외면하시지 않으시는 하느님의 자비의 손길이 없다면, 세상은 강자와 무력의 천국이 되고 말 것입니다.

 

만물의 영장, 사람이 짐승보다 우월한 것은 하느님의 뜻을 헤아려, 오류를 바로 고칠 수 있는 능력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07년 2월 2일 14시 45분 36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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