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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외딴곳으로 가서 쉬어라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2-03 조회수621 추천수4 반대(0) 신고

 

 

<외딴곳으로 가서 쉬어라>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예수님께서는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시작하셨다. (마르 6,30-34)



  어떤 일에 집중하고 골머리를 썩여도 해결 방법이 떠오르지 않을 때 가까운 숲이나 바닷가에 가서 산책을 하다보면 불현듯 기발한 착상이 떠오를 수가 많습니다. 뉴턴이 만유인력을 발견한 것도 사과나무 아래에서 아무 생각도 없이 쉴 때 떠오른 아이디어 덕분이었으며,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일상의 고민을 벗어버리고 휴식을 취할 때 부력의 원리를 발견하고 ‘유레카’라고 외쳤다는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두 나무꾼이 나무하고 있었습니다. 한 나무꾼은 쉬지도 않고 나무에 도끼질 했으나, 다른 나무꾼은 그늘에 앉아 쉬어가며 일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에 베어내어 쌓인 통나무 더미를 보니 쉬어가며 도끼질한 나무꾼의 더미가 더 높이 쌓였습니다.

  그 이유는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나무 그늘에서 쉴 때 무뎌진 도끼날을 갈았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피로에 지친 육체에 휴식을 주고 에너지를 재충전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또 머릿속으로는 그리운 가족을 생각하며 행복한 기분과 일하는 보람을 떠올렸습니다.


  이처럼 인간의 육체와 정신은 휴식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인간의 육체와 정신은 서로 길항 작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머리를 과도하게 사용하여 피로해 졌을 때 오히려 가벼운 근육운동을 해주는 것이 좋고, 심한 육체노동 뒤에는 머리를 가볍게 쓰며 쉬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산책이나 등산은 정신노동에 좋고, 육체가 피로할 때는 음악 감상, 독서, 영화 관람 등등이 좋다고 합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긴 선교여행에서 돌아와 심신이 지쳤습니다. 거기다가 밀려드는 인파에 식사할 겨를조차 없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외딴곳에 가 쉬도록 하였습니다. 복음서에서 말하는 ‘외딴곳’은 하느님을 만나는 기도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긴 여독으로 피로에 지친 육신을 영혼으로 활력을 보충하라하시는 권유입니다. 영혼의 충만을 통해서 그들은 쇠잔해가는 활력을 보충할 수 있었습니다.

  

  융과 같은 심리학자들은 이런 것을 ‘직관(intuition)’이라고 부릅니다. 무엇인가 골몰하며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편히 쉬면서 갖는 이완된 정신 상태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을 말합니다. 직관은 전체를 통찰하는 시각을 줍니다. 부분적 논리를 초월한 아이디어를 줍니다. 위대한 과학자나 철학자들 발명가들이 이런 체험을 많이 합니다. 그들은 매일같이 한가지 일에 집중해서 연구에 매달립니다. 그러다가 벽에 부딪치게 되면 모든 것을 훌훌 털어 버리고 다른 일을 합니다. 쉼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인류의 역사를 바꿀 만한 발견을 하게 됩니다.

 

  신앙의 스승들께서 말씀하시는 종교적 직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성 이냐시오께서 만레사 근처 카르도네르江邊 동굴서 체험하신 “조명의 사건”은 아주 선명합니다. 그분은 평생에 걸쳐  깨달았던 것이 이 짧은 체험보다 적었다고 말하십니다. 사도 바오로, 성 프란치스코, 대 테레사 등등 그밖에 거의 모든 성인들께서 체험하신 내용들이 다 이런 것을 말해줍니다. 자신의 생각을 다 놓아 버리고 쉴 때 하느님께서 들어 오시는 것입니다.


  제대로 된 쉼은 하느님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체험을 줍니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 하나가 있는데 제자들이 심한 여독에 지쳐서 돌아 왔을 때 비로소 예수님께서 쉼을 가르쳐 주셨다는 점입니다. 하느님께서도 엿새를 천치 창조에 몰두하신 뒤에 이렛날 쉬셨습니다. 예수님께서도 하루 종일 바쁘게 활동하시고 새벽녘에 외딴곳에 가셔서 기도로 쉬셨습니다.

 

  일 년 열두 달 매일 같이 아무 일도 않는 사람은 쉴 자격조차 없는 것입니다.


 


Mickey Newbury / Danny Boy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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