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5주일] 고집을 죽일 때 보이는 주님(이기양 신부님)
작성자전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7-02-03 조회수684 추천수2 반대(0) 신고

  평일미사는 물론이고 매일 성체조배를 열심히 하는 자매가 있었습니다. 집안에 큰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자매 얼굴은 늘 밝고 눈빛도 맑았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참 동안 보이지 않더니 어느 날 나타났는데 그전의 맑고 깨끗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얼굴은 피곤에 지쳐 있었습니다. 사연을 들어보니 그렇게 열심히 기도를 하고 성당을 찾았지만 하느님께서 자기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아서 하느님을 멀리 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토록 열심히 성당을 찾은 그 자매의 기도를 하느님께서 외면하셨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지요! 하느님께서는 그 시련 속에서도 그 자매의 기도를 들어주셨고, 마음의 평화까지 주셨습니다.


  쉬는 신자로 있었던 이유를 물으면 많은 경우 집안에 큰 어려움이 닥쳐서, 사업의 실패 때문에, 아이가 대학에 낙방을 해서 등 이유를 대며 “이제 좀 나아지면 앞으로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겠습니다.”는 다짐을 하곤 합니다. 그 어느 때 보다도 하느님 안에서 살아야 할 시점에서 어떻게 하느님을 멀리하게 된 것인지 이해가 안 되는 대목입니다. 하느님보다도 나의 경험과 지식만을 믿으려 해서 아닐는지요?

 

  오늘 복음은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생각이나 능력 이상의 분이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밤새 고기잡이에 지쳐 그물을 씻고 있던 시몬 베드로의 배에 오르셔서 군중을 가르치십니다. 말씀을 마치시고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말씀하시지요.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루카5,4)
  사실 예수님보다는 베드로가 훨씬 더 고기잡이 전문가이고, 어부로 잔뼈가 굵은 사람이었습니다. 베드로는 계절에 따라, 또 상황에 따라 고기떼가 어디에 어떻게 몰려 있는지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는 그 날도 밤새도록 온 호수를 누비고 다니며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던져보자는 마음으로 그물 던지기를 거듭했을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그의 그물에는 펄펄 뛰는 고기 대신 물거품과 같은 낙담과 실망만이 낚여졌겠지요.

 

 이렇게 지치고 낙담한 베드로에게 고기잡이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목수 아들 예수님께서 다시 그물을 치라고 명령하십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베드로는 예수님 말씀을 따릅니다.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루카5,5)
  그리고 그대로 했더니 정말 엄청난 고기가 잡혔고, 이를 두 눈으로 본 베드로는 두려움에 떨며 예수님 발 앞에 엎드려 고백합니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루카5,8)


  하느님 전능 앞에 인간이 느끼는 두려움을 베드로는 순간적으로 체험한 것이지요. 이런 엄청난 기적의 동기는 역시 베드로의 예수님께 대한 신뢰 때문입니다. 만일 베드로가 자기 경험과 지식과 기술만을 믿고 예수님 말씀을 무시하고 배에서 내려버렸다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늘 베드로와 같은 체험을 하곤 합니다. 성실히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데도 실패를 하거나, 모든 일이 허사가 되는 경험을 할 때가 있습니다. 또 온 힘을 다해서 노력했는데도 그 결과로 피로와 좌절만이 남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하느님께서 함께 하지 않는 곳에는 진정한 수확이 있을 수 없음을 가르쳐 주십니다. 자신의 노력과 경험과 지식을 다 동원했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지친 몸과 마음만을 결과로 받아 안았을 때 베드로는 좌절하지 않고 예수님을 신뢰함으로써 완전히 치유를 받았으며, 사람 낚는 어부가 되는 새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분명 하느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지친 베드로에게 힘과 용기를 주신 것처럼 우리를 도와주실 것입니다. 나의 노력과 경험과 지식이 맞는다고 생각하더라도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루카5,5)하는 절대적 신뢰의 자세가 있어야 합니다. 바로 여기에서부터 신앙인의 삶은 시작되는 것입니다.

 

 인간적 모든 희망이 사라질 때 신앙의 싹은 움트는 것입니다. 내 지식을 믿고, 경험을 믿고, 내 판단만을 고집하는 것은 허영이요, 자만이며 나의 지식에 따른 삶이지, 주님 이끄심에 따른 신앙은 아닌 것입니다. 내가 죽을 때, 그 때 주님은 보이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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