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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명을 낚는 어부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2-04 조회수550 추천수6 반대(0) 신고

 

<생명을 낚는 어부>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그렇게 하자 그들은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매우 많은 물고기를 잡게 되었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루카 5,1-11)


  베드로는  어부로서 호수 위에서 경험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고기잡이배 무리 중에서 우두머리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는 물때도 잘 알았고 고기떼의 움직임도 잘 알았습니다. 오늘은 물때가 좋지 않은 날인줄 알았지만 그래도 제 경험을 믿고 호수에 나갔습니다. 만선의 부푼 꿈을 안고 나갔지만 역시나 밤새도록 허탕만 치고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베드로는 고기잡이를 마치고 새벽녘에 호숫가 집으로 돌아오는 이 시간이 아주 좋았습니다.  동편으로 붉은 태양이 떠오르고 시원한 바람을 가슴에 안으며 집으로 돌아 올 때 그는 언제나 심장이 용솟음치며 기뻤습니다.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그는 주님께 고기를 많이 잡게 해달라고 언제나 빌었습니다. 만선이 되었을 때는 노를 잡은 두 팔뚝에 힘이 불끈 솟아오르는 흥분도 느꼈습니다. 오늘은 비록 소득이 없었지만 내일엔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것입니다. 얼른 집으로 돌아가 따뜻한 국물에 아침 식사를 하는 상념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의 동료들은 베드로와는 달리 아무런 소득 없이 돌아온 것에 맥 빠져하며 그물을 손질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오셔서 베드로에게 배를 빌리시길 원하셨습니다. 계산할 줄 모르고 사람 좋은 베드로는 그분의 첫인상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잊은채 그분께서 하자는 대로 호숫가 근처로 배를 몰고 나갔습니다. 그 배안에서 베드로는 그분의 말씀을 귀담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분은 여태껏 어디서도 들어 보지 못한 말씀을 아주 재미있게 하셨습니다. 알아듣기 어려운 말씀이 아니라 누구라도 잘 알만한 일을 가지고 비유 들어가며 조근 조근 말씀하셨습니다. 베드로는 배가 고픈 것도 다 잊고 예수님의 말씀 하나하나에 깊이 빠져 들었습니다.

  더욱이 베드로는 그분 바로 곁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그분이 숨 쉬는 것, 억양, 모습, 얼굴표정 하나하나를 낱낱이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그분은 정말 여느 랍비와는 다른 분이셨습니다. 그분에게서는 맛 좋은 향기가 나는 듯 했습니다. 그분에게서 따뜻함이 배어났습니다. 아! 나도 이런 분과 함께 지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해보았습니다. 아니 단 하루만이라도 집에 모셔다가 대접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예수께서 말씀을 마치시고 이런 베드로의 생각을 읽으시기라도 한 듯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하고 요청하셨습니다. 베드로는 어부 같지 않으신 분께서 말하시는 것에 약간 의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이미 해가 다 떴기 때문에 고기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 갈 때이었고, 더군다나 오늘은 물때가 안 좋은 날이라 고기잡이인 자기들도 물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하고 돌아온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왠지 예수님께서 어련히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겠지 하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베드로는 동생 안드레아와 둘이서 배를 저어 깊은 데로 나가 그물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웬걸 그물 가득이 묵직하게 끌려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도저히 둘이서 그물을 끌어 올릴 수 없었습니다. 베드로는 그의 동료들을 소리쳐 불렀습니다. 그들은 두 배에 가득 채워진 물고기를 바라보며 한편으로 기뻤지만 베드로는 이 사실이 보통 흔히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도대체 이분이 어떤 분이시기에 이런 일을 하시나 두려워졌습니다. 베드로는 물고기마저도 이분의 말씀을 듣기 위해 몰려들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베드로는 가만있을 수 없었습니다. 존경심과 함께 두려움이 몰려 왔습니다. 이분 안에 하느님의 거룩함이 함께하시는 것을 깨닫자 저도 모르게 자신이 죄인이라고 고백하였습니다. 구약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한 예언자들이 하는 행동을 저도 모르게 하였습니다. 그러고는 죄 많은 자기가 죽지나 않을까 두려워 졌습니다. 곧 자신에게서 떠나달라고 빌었습니다.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요한도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시몬에게 이르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이 ‘두려워하지 마라’라는 말씀은 시몬의 죄를 용서해 주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사명과 능력을 주십니다. 그러자 그들은 배를 저어다 뭍에 대어 놓은 다음,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이제 그들은 예수를 따름으로써 죄를 용서 받게 되었고 새 능력으로 새 사명을 수행할 것입니다.

 

  구조주의적 묵상방법을 통해서 묵상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구조주의적 묵상방법은 시간과 공간을 상상하고, 인물들의 움직임에 따라 성격과 심리적인 묘사를 해가며 성서를 묵상하는 방법입니다. 눈을 감고 그 시간 그 장소로 상상의 날개를 펴 날라가 보는 것입니다. 한 번 베드로가 되어 보는 것입니다.

  여기서 시간은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시는 때입니다. 첫 번째로 제자들을 불러 모으시는 장면입니다. 때는 이른 새벽 동트는 여명입니다. 새날이 시작하려고 하는 순간입니다. 지난밤은 애쓴 공에 비해서 아무런 소득 없이 그냥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제 새로운 분이 다가오셔서 말씀으로 새 소식을 가르쳐 주십니다. 그리고는 많은 소득을 얻게 만들어주십니다. 자신을 죄인으로 여기는 겸손한 자의 도움을 통해서입니다.

  공간은 갈릴래아 호수가로 사람들이 모이기 좋은 곳이며 ‘사람을 낚는다.’는 표현을 쓰기 좋은 곳입니다. 또 어부 베드로의 출신지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예수께서 주로 활동하실 무대입니다.

  루카저자는 10절에서 사람을 낚는다는 표현을 zogreo 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이는 ‘죽이지 않고 산채로 잡는다.’는 뜻의 단어입니다. ‘포로로 잡다’입니다. 물고기를 잡을 때는 agra 라는 단어를 써서 차이를 분명히 합니다. 베드로는 생명을 죽이는 어부에서 생명을 살리는 어부가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사명이 생명 존중에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만나는 장면을 구약에서 하느님의 현존과 마주치는 예언자들의 모습을 빌어 설명하였습니다. 베드로의 이름을 언급하여 그의 수위권을 인정하도록 하였습니다. 첫 제자들이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른다고 말하여 전인적인 투신을 권하였습니다. 이는 독자들에게 어떤 것을 가르쳐 주려는 의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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