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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강론 1 ] 우리가 내려야할 그물을… ㅣ 이찬홍 야고보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02-04 조회수853 추천수15 반대(0) 신고

            

 

 

                  우리가 내려야할 그물을…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은 유대인을 잡아다 아우스비츠 수용소에 가두어 혹사를 시킵니다. 빅터 프랭클 이란 사람은 아우스비츠 수용소에서 생활하다가 풀려난 후에 수용소 삶을 고발하면서 동시에 자서전적인 책을 남깁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라는 책 제목만 보아도 그 곳 생활이 얼마나 힘들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책에서 단순히 수용소의 고통과 아픔, 독일의 만행만을 저술한 것이 아닙니다. 만약 그랬다면,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의미와 감동을 주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저자는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삶의 중요한 의미와 자세에 대해 알려줍니다. ‘살아야할 이유가 있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견딜 수 있다“는 진리를 알려 줍니다. 자신의 삶의 처지가 아무리 지옥처럼… 죽는 것이 더 낳게 느껴진다 하더라도, 그 안에 의미를 담게 된다면… 삶에 대한 열정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희망이 있다는 것입니다. 살아볼만한 삶이요, 인생이라는 가르침을 안겨줍니다. 이런 내용을 담고 있어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참 역동적입니다.

   군중이 예수님께 몰려들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있습니다. 어부들은 강가에 그물을 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시몬의 배에 오르시어 군중을 가르칩니다. 말씀을 마치시고 시몬에게 이르십니다.


   “깊은 대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


   이 말씀에 시몬은 아룁니다.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그 결과 그물이 찢어질 만큼 엄청난 양의 물고기를 잡게 됩니다.


   시몬 베드로의 모습을 묵상해 봅니다.

   이곳 표선에도 항구가 있어 어부들이 많습니다. 같은 어부 이기에, 밤새도록 허탕 친 베드로의 심정을 잘 이해가 될 것입니다. ‘지금 저에게 장난하십니까? 밤새도록 허탕만 쳤다고 놀리십니까?’ 라며 화를 낼만도 합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물질에 대해서는 제가 전문갑니다.’ 라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합니다. 이러한 베드로의 순종은 심신이 지키고 허기진 상태라 결코 쉽지 않는 순종입니다. 저였더라면, ‘오늘은 그만 접고, 내일 다시 하겠습니다.’ 라는 대답을 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베드로는 그런 허탈한 마음을 다시 추스르며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합니다.


   어쩌면, 아직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 전의 베드로이지만, 사람들에게 이목을 끌며 많은 가르침을 주는 예수님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예수님을 자기와는 다른 분으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에 밤새 헛수고함에도 불구하고 다시 그물을 내리게 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직 예수님에 대해 믿음으로 고백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하고자 하는 열의, 열망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 열망과 순종이 베드로에게 엄청난 선물을 선사합니다. 곧, 그물이 찢어질 정도의 많은 물고기로 되돌아 온 것입니다.


   허탈한 심정, 상태이지만 열망과 희망을 버리지 않은 베드로 사도의 모습을 묵상하며 과연 “깊은데”와 “스승님의 말씀”이 무엇인지 묵상해 봅니다.


   과연, 예수님의 말씀을 내려야할 “깊은데”는 어디일까요?  바로 자신이 살아가는 살의 자리, 터전이 아닐까요?  베드로 사도는 어부였습니다. 어부였기에 갈릴레아 호수 깊은 곳에 예수님 말씀의 그물을 내린 것입니다.


   그럼, 우리에게 있어 예수님의 말씀을 드러낼… 예수님의 말씀을 전해줄 깊은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7개 구역이요, 표선면입니다.  이 표선면이 예수님의 말씀대로 그물을 내려야할 곳입니다.


   표선면에 그물을 내려야할 이유는 무엇입니까?  본당 신자수가 적어서 쉬는 교우들을 다시 교회에 모셔오고, 예비신자들을 모집하여 신자수를 증가시키기 위해서입니까?  교구에 보조를 받는 자그마한 본당에서 당당히 자립해서 우뚝 설 수 있는 이유 때문입니까?  이 이유 때문이라면, 우리가 내리는 그물을 다시 올렸을 때, 빈 그물이 되어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라는 베드로 사도의 말이 우리의 모습이요, 현실이 되어 버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 표선면에 그물을 내리는 이유는 이 표선면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태어난 곳이요, 우리가 살아가는 곳이요, 우리가 죽어 묻혀야할 삶의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 역시 베드로 사도처럼 이곳 표선면에 예수님의 말씀대로 그물을 내리는 것입니다.  단지, 이 이유 때문에 전교하는데 힘들고 어렵다 하더라도…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아는… 가정은 어떠한지… 밥 수저가 몇 개인지… 자세히 아는 지역 공동체이기에 예수님을 전해주는 것이 좀 쑥스럽다 하더라도… 우리가 지닌 열정을 버리지 않는 것입니다. 쉬는 교우들을 다시 성당으로‥ 하느님의 품으로 되돌아오게 힘들다 하더라도… 우리가 하느님께 받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입니다.


   실망하거나, 귀찮아하지 않고 오히려 희망과 열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말씀과 사랑을 전해주는 것은 신앙생활의 의미요, 모든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우리가 순종해야할 예수님이 말씀은 무엇입니까? 저도 잘 모릅니다. 이는 부정적인 의미로 모른다는 것이 아닙니다. 너무 많기 때문에 모른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분명합니다. 마태오 복음 28, 19-20f에 보면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이 말씀대로, 사람들에게 당신에 대해 전하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누구인지… 나와는 어떠한 관계인지… 예수님을 만나고 예수님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말과 행동으로 전하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하기 위해 필요한 말씀은 무엇입니까? 부족하고 나약한 나를…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어 예수님을 전하는데 있어 부끄러워하는 나를… 베드로 사도처럼 만들어 주는 예수님의 말씀은 어떤 것입니까?  이것은 여러분들 각자가 선택하고 결정해야할 과제입니다.


   사제가 서품 때에 성경 말씀 한 구절을 선택하여 자신의 삶의 지표와 목표로 삼고 살아가듯이, 여러분들께서도 신. 구약 성경 말씀 중에 나의 마음을 열정과 열망으로 가득 채워주는 말씀을… 늘 삶의 의미와 희망을 잃지 않게 해주는 그런 말씀을 선택하면 됩니다.  여러분 개개인이 선택한 말씀이기에 그 말씀이 여러분들께는 살아있는 말씀이 될 것입니다. 살아가는 힘이요, 원동력이 됩니다.


   이 한 주간 ‘나는 어떤 말씀을 삶의 지표로 선택하여 깊은 곳이요, 삶의 터전인 이곳 표선면에 그물을 내릴 것인지‥ 어떤 말과 모습으로 예수님을 전해주며 살아갈 것인지…’ 잘 생각하고 결정해 보길 권합니다. 아멘.


             ▒ 제주교구 표선성당  이찬홍 야고보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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