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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강론 1 ]장애우 영수 l 이찬홍 야고보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02-05 조회수659 추천수14 반대(0) 신고

                         

 

 

                            장애우 영수


   오늘 복음을 한 번 머리 속으로 상상해 봅니다.


   예수님께서 호숫가를 지나 배에서 내렸습니다.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우르르 몰려듭니다. 온 지방을 뛰어다니면서 병자들을 요에다가 눕히기도 해서 예수님께로 데리고 옵니다. 오늘 복음은 이를 아주 극명하게 잘 묘사했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배에서 내리자 사람들은 곧 예수를 알아보고, 그 근처 온 지방을 뛰어 다니면서 병자들을 요에 눕혀가지고 예수가 계시다는 곳을 찾아 그리로 데려왔다.”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지나가실 때에 그들은 옷자락이라도 만지려고 갖은 애를 씁니다. 실제로 그렇게 옷자락에 손을 댄 이들은 병을 낫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군중들의 시선이 다 옷자락에 있습니다.


   저 옷자락만 만지면 낫게 되리라는 희망과 간절함으로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습니다. 이 절박한 상황에서 예수님은 그대로 당신 사랑의 힘을, 치유의 힘을 전달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관심은 오직 낫는 데에만 있습니다.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로 믿고 안 믿고는 둘째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오죽 그들이 절박했으면 예수님은 그대로 그들을 낫게 하셨겠습니까? 아마 예수님의 시선은 이들의 아픔에 놓여 져 있던 것입니다.


   그분은 예전에 나자렛 고향에 가셨을 때를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 곳에서는 아무리 당신이 애를 쓰더라도 거의 대부분 병자들이 낫질 않았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그저 “요셉의 아들”로만 알았고, 신비한 힘이 있다는데 한번 시험 삼아 나을 수 있을까 하는 정도로 예수님의 치유를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는 절박함도, 애절함도 없었습니다.


   그저 잘하면 횡재하는 것이고, 못해도 “역시 요셉의 아들, 평범한 이였구나.”하고 속 편히 생각하면 그만이었던 것입니다.


   복음을 묵상하며 신앙생활에 가장 필요한 것이… 우리 믿음을 강하게 하는 것이 있다면 간절함이 아닐까 합니다. 봉성체를 다닐 때마다 느끼는 것은, 거의 모든 신자 분들이 한 달에 한 번 주님을 모시기 위해 정성을 다하는 모습입니다. 집안을 정리하고 머리를 곱게 빗고 옷을 단정하게 입은 후에 예수님이 오심을 간절하게 기다립니다.


  그 중 외할머니와 함께 생활하는 “영수” 라는 청년은 더욱 그렇습니다.


   어렸을 때 4번의 큰 사고를 겪으며 뇌가 많이 손상되어 정신지체 장애우가 되어 버려 혼자서는 생활할 수 없는 청년입니다. 1년 반 넘게 봉성체를 다니면서 “영수”에게 커다란 변화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별 느낌 없이 성체를 받아 모시는 것 같았는데, 언제부턴가 봉성체 날만 되면 부엌 창가를 통해 제가 오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딩동 하고 초인종을 누르면 바로 문을 열어 주고는 빠른 걸음으로 방에 들어가 할머니 옆에 앉습니다.


   성체를 영해주면, 잘 받아 모시고 혼자만의 기도 시간을 갖습니다.


   집을 나설 때면, 올 때와 마찬가지로 부엌 창문을 통해 우리가 가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아마도 그 모습에는 빨리 다음 달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물론, 그러한 영수의 모습이 예수님의 몸을 모시면서, 더욱 더 예수님을 모시려는 마음의 표현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살다보니, 사람이 그리워 저와 수녀님, 봉성체 봉사자 분들을 만나려는 마음일 수 있습니다.


   그 어떤 생각도 좋습니다.


   분명한 것은, 예수님의 몸을 모시고 가는 저희를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언제 올까? 궁금해 하며 창밖을 서성이다가 빨리 문을 열어 주고는 정성을 다해 예수님을 모신다는 것입니다. 이런 모습이 적어도 제게는 예수님을 모시려는… 정성을 다해 간절한 마음으로 모시려는 모습으로 보였던 것입니다.


   복음에 옷자락에 머물렀던 수많은 병자들의 시선과 그들을 바라보는 예수님의 연민어린 시선을 떠올려 봅니다.


   한 달에 한 번 예수님을 모시기 위한 영수의 간절한 마음을 떠올리며, 나는…  우리는 얼마나 간절한 마음으로 예수님의 몸을 모시는지 되돌아봅니다.


   기도할 때의 나의 시선은 어디에 머무는지…  진정 낫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간절한 마음으로 예수님을 만나려 했는지를 말입니다.

http://my.catholic.or.kr/vegabond

 

 

             ▒ 제주교구 표선성당  이찬홍 야고보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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