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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월 6일 야곱의 우물- 마르 7, 1-13 묵상 / 누습의 끈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7-02-06 조회수673 추천수3 반대(0) 신고

누습(陋習)의 끈

그때에 예루살렘에서 온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 몇 사람이 예수님께 몰려왔다가 그분의 제자 몇 사람이 더러운 손으로, 곧 씻지 않은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을 보았다. 본디 바리사이뿐만 아니라 모든 유다인은 조상들의 전통을 지켜 한 움큼의 물로 손을 씻지 않고서는 음식을 먹지 않으며, 장터에서 돌아온 뒤에 몸을 씻지 않고서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이 밖에도 지켜야 할 관습이 많은데, 잔이나 단지나 놋그릇이나 침상을 씻는 일들이다. 그래서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이 예수님께 물었다.

 

“어째서 선생님의 제자들은 조상들의 전통을 따르지 않고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먹습니까?”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이사야가 너희 위선자들을 두고 옳게 예언하였다. 성경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 그들은 사람의 규정을 교리로 가르치며 나를 헛되이 섬긴다.’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는 것이다.” 또 이어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너희의 전통을 고수하려고 하느님의 계명을 잘도 저버린다. 모세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여라.’ 그리고 ‘아버지나 어머니를 욕하는 자는 사형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였다. 그런데 너희는 누가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제가 드릴 공양은 코르반, 곧 하느님께 바치는 예물입니다’ 하고 말하면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더 이상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하게 한다. 너희는 이렇게 너희가 전하는 전통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폐기하는 것이다. 너희는 이런 짓들을 많이 한다.”
(마르 7,1-­13)

◆옛 전통 중에 삶을 피곤하게 만드는 누습(陋習)이 있다. 그리고 마땅히 사라져야 할 악습(惡習)도 있다. 그 중에서 유래도 뜻도 모르면서 체면 때문에 지키는 허례허식(虛禮虛飾)과 같은 가증스러운 관습이나 제도는 하느님의 심판 대상이 된다. 명분(名分)만 있고 실제(實際)가 없는 위선적 전통은 하느님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질기게 이어져 내려오는 폐습의 끈은 권력 유지와 대중 통제에 수단으로 악용되어 왔다. 유래도 뜻도 제대로 모르지만 ‘전통’이라는 명분의 끈은 비판이나 개혁정신을 맥 못추게 만드는 올무이기 때문이다.
인류는 부끄러움을 통해서 자신에게 영혼이 있음을 발견했다. 아담과 하와는 자신들이 알몸이라는 사실을 깨닫자 하느님께서 그들을 찾으셨고, 자신들의 부끄러운 처지를 말씀드림으로써 인류 최초의 기도를 시작했다. 부끄러움 때문에 영혼이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들을 찾으셨고 말씀을 건네오셨다. 그러나 누습의 끈은 부끄러움을 모르게 한다. 누습은 다수 대중 속에 끼어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정당성을 제공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코르반’이라는 한마디가 불효를 정당화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설령 악이 아니라도, 그것이 정의나 진리라고 인정되는 것이라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언 행위는 사람을 교만으로 이끌기에 하느님께서 건네시는 끈을 놓치게 된다.

윤인규 신부(대전교구 솔뫼 피정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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