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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져주시는 예수님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2-08 조회수548 추천수6 반대(0) 신고

 

 

<져주시는 예수님>


더러운 영이 들린 딸을 둔 어떤 부인이 곧바로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와서, 그분 발 앞에 엎드렸다. 이교도로서 시리아 페니키아 출신이었는데, 자기 딸에게서 마귀를 쫓아내 주십사고 그분께 청하였다.

“먼저 자녀들을 배불리 먹여야 한다.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다.”  “주님, 그러나 상 아래에 있는 강아지들도 자식들이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 가 보아라. 마귀가 이미 네 딸에게서 나갔다.” (마르 7,24-30)



  이 대목은 마태오복음 15,21-28에도 나옵니다. 마태오저자는 이 대목에서 예수님과 여인 사이에 오가는 대화를 위주로 작성하여 문장에 팽팽한 긴장감마저 돕니다. 대화도 더 많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이 긴장을 푸는 한 마디를 거듭니다. *제가 2006년 8월9일에 올린 묵상글 <영적수모> 참조.


  그런데 마르코복음 저자는 예수님과 여인과의 대화를 간략하게 세 문장만 기록합니다. 무언가 말 못할 긴장감이 적습니다. 그러나 6장 30절에서 8장 21절까지 마르코복음서의 구조를 세심히 살펴보면 이 대목이 빵을 많게 하여 먹이시는 두 가지 기적 사이에 끼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천 명을 먹이시다(6,30-44)                          *사천 명을 먹이심(8,1-10)

*물위를 걷고, 가시다(6,45-56)  #여인과 대화    *배를 타고 가시다(8,10)

*바리사이와 논쟁(7,1-13)   #귀먹고 어눌한 자   *표징 요구 논쟁(8,11-13)

*가르치심(7,14-23)                                         *가르치심(8,14-21)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은 유대인들에게 베푸신 기적이며, ‘사천 명을 먹이신 기적’은 이방인들을 위한 기적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 기적들에 부속 내용도 세 가지씩 비슷하게 전개 됩니다.

  그렇다면 ‘시리아 페니키아 여자의 믿음’과  ‘귀먹고 말더듬는 이를 고치시다’는 내용은 두 가지 빵의 기적을 연결시켜주는 다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르코복음 저자는 유대인들이 경원하는 이방인들에게도 빵을 먹이시고 복음을 전파하는 예수님의 사명을 설명하기 위하여 중간에 매개체를 필요로 하였습니다. 그 역할을 이방인 여자가 한 셈입니다. 이방인에게도 복음을 전하여야할 당위성을 이 이방인 여자의 입에서 나오게 만들었습니다.


  “주님, 그러나 상 아래에 있는 강아지들도 자식들이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유대인들이 경원하는 이방인이며, 더욱이 여자인 시리아 페니키아 여인의 요청을 받아들이시어 치유의 기적을 베푸십니다. 아니 그냥 베푸시는 것이 아니라, 그녀와의 대결에서 져주시는 것입니다. 마르코복음서에는 마태오복음서와는 달리 그녀의 믿음에 대한 칭찬이 빠져 있습니다. 무조건 져주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남성 위주사회에서 여인에게 주도권을 넘겨주십니다. 논리와 질서 정연한 사회, 권위를 앞세우며 죄로 인한 두려움으로 옭죄는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감각과 사랑과 직관을 앞세우는 여성의 사회로 이끄십니다. 여성은 자식이 아픈 것이 제 몸 아픈 것보다 더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제 한 몸이야 어찌되든 개의치 않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기도를 바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패배하시는 분입니다. 승리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인간의 눈으로 보면 약한 자에게 지시는 얼빠지신 분이십니다. 무책임하고 우유부단한 분이십니다. 두 손 치켜들고 내게 항복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나, 그러나 져주심으로써 이기시는 분이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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