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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월 9일 야곱의 우물- 마르 7, 31-37 묵상 / 귀를 닫아야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7-02-09 조회수603 추천수3 반대(0) 신고

귀를 닫아야

그때에 예수님께서 다시 티로 지역을 떠나 시돈을 거쳐, 데카폴리스 지역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갈릴래아 호수로 돌아오셨다. 그러자 사람들이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그에게 손을 얹어주십사고 청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를 군중에게서 따로 데리고 나가셔서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셨다. 그러고 나서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신 다음 그에게, “에파타!” 곧 “열려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곧바로 그의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 예수님께서는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그들에게 분부하셨다. 그러나 그렇게 분부하실수록 그들은 더욱더 널리 알렸다. 사람들은 더할 나위 없이 놀라서 말하였다. “저분이 하신 일은 모두 훌륭하다.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시는구나.”
(마르 7,31-­37)

◆귀머거리에 대한 예수님의 치유 행위는 특이하고도 기이하다. 귀를 여시고 혀를 풀어놓으신 후에 침묵을 분부하는 것도 얼른 납득이 안 간다.
숨이 끊어지면 신체기관은 급속도로 기능을 잃는데, 가장 늦게 잃는 것이 귀라고 한다. 그래서 사망한 지 두 시간 이내에는 병자성사를 베푸는 관행이 있다. 마치 귀머거리를 치유하시고 그의 귀를 봉해버리시는 예수님처럼 사제들도 병자성사를 통해 임종자의 귀에 하느님의 말씀을 담아놓고 죽음으로 침묵하도록 한다.

술피스회 묵상 방법처럼 잠자리에 들기 전에 성경을 읽는 것은 영적으로 매우 유익하다. 하느님의 말씀을 귀에 담아두고 잠자리에 들면 말씀은 침묵에 빠진 영혼을 산책하신다. 말씀은 잠으로 침묵에 빠진 사람의 내면 이곳저곳을 방문하시며 교만은 겸손으로, 인색은 자비로, 미색은 정결로, 분노는 온유로, 탐도는 절제로, 질투는 경애로, 나태는 근면으로 치유하신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말씀을 무의식까지 스며들게 한다. 예수께서 귀머거리를 고치신 다음 당신의 말씀을 그의 귀에 담아두시고 다시 봉해버리신 까닭이 그것이다.

사람의 입과 귀는 태어나자마자 울음과 함께 열리고, 마지막 숨을 거둠으로써 닫힌다. 입과 귀를 닫는 침묵은 귀담아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입 닫고 생명 속에서 숙성시키는 것이다. 귀가 멀면 말을 못하듯이 귀를 닫아야 침묵할 수 있다.

윤인규 신부(대전교구 솔뫼 피정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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