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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보랏빛은 사랑입니다 .
작성자박계용 쪽지 캡슐 작성일2007-02-11 조회수753 추천수14 반대(0) 신고

 

 

 오늘은 

은은한 보랏빛의 소책자 한 권을 오래 오래 바라봅니다.

보랏빛 하늘과 땅 사이에 새벽의 푸른빛이 점 점 밝아오듯

" 당신의 아침을 여는 말씀지기" 란 문패가 달린 초가집 한 채.

집 주위엔 겨울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아직은 봄을 더 기다려야 하는지 그냥 앙상한 가지들만 새들도 보이지 않습니다.

 

  사립문 슬며시 제치고 안뜰로 들어섭니다.

어쩌면 에델바이스 같기도 한 하얀 옥잠화 두 송이가 마중합니다.

댓돌위엔.......님께   ......드림 이라는 정갈한 흰 고무신 두 켤레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고요한 정적만이 흐르지만 제 마음은 신발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 버렸습니다.

 

  아득히 먼 곳인 줄 만 알았는데, 저 멀리 바다 건너 하늘 길 달려 저에게 와 주었습니다.

고향에서 보낸 보랏빛 사랑이

맑은 물그릇에 물감 한 방울 똑 떨어져 연기처럼 퍼져 나가듯,

제 작은 마음에도 기쁨이 행복이 설레임으로 잔잔한 파문되어 바람처럼 출렁입니다.

 

  소리없이 열리는 안방 아랫목에는 벌써 아침상이 차려져 있습니다.

얼은 발을 따스한 담요 속에 집어 넣고 시린 손도 쫘악 펴서 화롯불을 쬡니다.

" 와서 아침을 들어라!."

어찌나 작고 나직이 부르시는지 스르르 잠이 오던 저는 하마터면 그 소리를 못 들을 뻔 했습니다.

그 부드러운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이집의 주인이신" 나의 님" 이십니다.

오늘 제게 꼭 필요한 상을 차려 주셨기에 걱정 할 것도 욕심 낼 것도 없습니다.

전 그분과 함께 한 상에서 밥을 먹습니다.

밥순이 아니랄까봐 믿음이란 밥을 자꾸 자꾸 먹습니다.

그분은 빙그레 웃으시며 희망이란 반찬도 슬그머니 밀어 놓으십니다.제 앞으로

 

  편식을 하는 날이면 이탈과 절제의 간장 고추장 종지를

예쁘게 먹는다고 기쁨과 평화를 숟가락에 놓아도 주십니다.

때론 입맛이 없어 먹기 싫다면 겸손과 온유의 쓴 나물도 맛 보라고 하십니다.

따끈한 감사의 국물에 밥 말아 먹어 보라시는 날도

어느날 은 고통이라는 가시가 목에 걸려 침도 못 삼키고 숨 막혀 죽는다고 발 비비며 떼를 쓰면

사랑이 한 가득 들어있는 인내의 큰 상추쌈을 싸서 먹여 주십니다.

그러면 전 눈물을 찔끔 찔끔 흘리며 꾹 하고 삼켜 버립니다.

잘했다고...대견하다고 우리님은 다정하게 등을 쓸어 주십니다.

 

  이런 날도 있었습니다. 못난 짓 해 놓고도 오히려 물도 먹기 싫다고

죽을 것만 같다고 몇 날 며칠 눈 딱 감고 누워 있노라면 하늘 아버지까지 내려 오십니다.

아버지 자비의 무릎에 내 얼굴 뉘이시면 내님은 무명지 깨무시어 당신 성혈로 제 입술 적셔 주십니다.

아버지는 의탁의 물수건 이마에 얹으시며 식은땀도 닦아 주십니다.

그리곤 갈라진 입술 사이로 조금씩 조금씩 생수를 흘려 보내십니다.

영원한 샘물인 맑고 맑은 하늘스런 물을 눈물 흘리며받아 마시는

 

  아직도 못 먹겠다 찡찡 거리면 아가처럼 떠먹여 주십니다.

신뢰라는 아주 부드러운 죽을.....

어느 사이 하늘 엄마까지 오셨답니다.

 흘리지 말고 잘 먹으라고 정결. 청빈. 순명의 예쁜 꽃 수 놓아진 앞치기까지 둘러 주시며

 구수한 자애의 숭늉을 먹여 주십니다. 애처로운 마음 깊이 감추시고 조심 조심 입가를 닦아 주시며

그 눈빛이 너무 고와 떼 쓴것이 부끄러워 그만 발그레 얼굴에 수줍음이 물듭니다.

 조금은 어지러운 저를 내님의 성심에 기대라고 살포시 안아 주십니다.

 

  우리 님의 밥상은 요술 밥상입니다.자꾸 자꾸 한없이 다른 반찬이 나옵니다.

그것도 저한테 꼭 필요한것이 가득 숨어있는

제 손에 쏙 들어오는 앙증맞은 이 밥상을 어디든지 가지고 다닙니다.

 배고플 때 목마를 때 언제든지 먹으려고

어느 땐 자다가도 한밤중에 일어나 먹을 때도 있지만 살도 안찝니다.

심심할까봐 인자하신 우리 님은 친구들도 초대 하십니다.묵상방 친구들을

친구들은 다투어 여러 가지 별미를 들고 옵니다.

예쁜 떡도 수정과도 식혜도 고향 내음 풀풀 나는 청국장까지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춥니다.

신기한 것들이 너무 많아 벅차 오르는 행복 살짝  감추이고 이젠 침묵으로

 

   오늘은  이 밥상 옆에 아주 작은 매화가 하얗게 피어 있습니다.

아픔이기도 슬픔이기도 행복이기도 한 감미로운 보랏빛 방 안에 초연하게

이렇게 날마다 와 주시는 친구들에게 매화 향 가득한 감사의 꽃잎 하나 동동 띄워 사랑차 한 잔씩 대접합니다.

우리님 앞서 가시는 그 길에

보랏빛,  사랑의 길(camino de Amor)을

우리 모두 길동무 되어 함께 가시려는지요?

영혼의 노래를 부르며

영혼의 꽃다발도 한아름 준비해서.....

 

 ***  주님                  

당신의 손에 저의 삶을 맡기는 평화로

제가 저희가 들어 갈수 있게 도와주소서! ***

 



모짜르트, 수도자의 저녁 기도 C 장조 K.339 중
''Laudate Dominum-주를 찬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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