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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괴짜수녀일기] 천국으로 띄운 편지 <27>ㅣ이호자 마지아 수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02-12 조회수703 추천수11 반대(0) 신고
                  

 

                        천국으로 띄운 편지

                              

   여보세요. 고 안토니오 씨 계세요?" "예, 전데요!" 어쩐지 노인 목소리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감기에 걸렸겠거니, 하고 본론을 얘기 했다. "본당 청년회 모임을 가지려고 하는데, 나오실 수 있지요?" "예? 아, 예. 우리 아들 말입니까? 지금 입대하고 없어요." 아니, 아버님이신가요? 아드님 본명과 같으시네요." "예, 아들놈이 영세할 때 아빠 이름을 받고 싶다고 해서 나는 대 안토니오, 그 애는 소 안토니오로 했어요."


   그날 저녁, 그는 퇴근해서 돌아온 부인에게 다음과 같은 얘기를 하며 한바탕 웃었다고 한다. “오늘 수녀님이 전화했는데 나보고 청년회에 나오라잖아. 하하하." 그 일이 있은 며칠 후, 폐암 말기였던 대 안토니오 할아버지는 입원을 했고 열흘 뒤 에 천국으로 가셨다. 지금쯤 그분은 천국에서 다시 젊은이가 되어 청년회에 가입하셨는지도 모를 일이다.


   얼마 전, 역시 말기 암환자였던 문 사베리오 씨도 뒤따라 천국으로 갔다. 그의 생전에 두 호스피스 봉사자와 함께 그 집을 방문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마침 급한 일이 생겨 그 집에 가지 못하고 대신 평소에 쓰지 않던 카드 한 장을 써서 보내기로 했다. 그러나 그분은 바로 그날 돌아가셨다. 임종의 마지막 거친 호흡을 몰아쉬고 있을 그 순간에 나는 이런 편지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찬미 예수님! 안녕하세요? 시베리오 씨.  주님께서 이렇게 많은 사랑을 베풀어주시니 참으로 감사드려야 하겠지요? 계절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성모님의 달을 축하드려야겠어요. 늘 주님의 십자가 고통에 함께하고 계시는 사베리오 씨의 인내에도 성모님의 따스한 미소가 드리워지고 있었지요. 축하드리며.  마지아 수녀 드림."


   엉뚱하게도 환자에게 두 번이나 축하한다는 말을 썼을까? 아마도 첫 번  째 것은 그분의 긴 고통이 끝났음에 대한 축하였을 테고, 두 번째는 천국에서 새로 태어남을 축하한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어린 두 아들과 부인의 마음이 상할세라  그 극심한 통증에도 눈살 하나 찌푸리지 않고 웃음 짓던 천사 표 문 사베리오 씨! 그도 지금쯤은 멋있는 청년의 모습으로 천국을 활보하고 있지 않을까?

http://my.catholic.or.kr/vegabond

 

 


         - 이호자 마지아 수녀(서울 포교 성 베네딕토 수녀회)/ 前 애화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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