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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한 가족의 이야기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2-13 조회수667 추천수6 반대(0) 신고
 

 

선교 사명을 위해 새로운 것을 창출하다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한 가족의 이야기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이것은 복음이 던지는 아주 오래된 과제이다.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에 있는 한 가족은 이 과제를 가슴에 새겼고 이에 답하기 위해 독창적인 방법을 찾아냈다.


주님의 계획


짐 보일즈와 매리 마가렛 보일즈, 그리고 그들의 아들, 딸들은 오랜 친구인 빈스 톰슨 신부님이 방문하시는 것을 늘 반겼다. 이분은 ‘바리오’라고 하는,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미국의 빈민 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바실리오회 선교사로, 전에는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 근처에 있는 어느 지방에서 활동을 하시던 분이다.

 

2004년의 어느 날 저녁, 친구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면서 이들의 대화는 보일즈 가정의 풍요로움에 대한 축복과 함께, 콜롬비아에 사는 가난한 이들의 어려움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짐은 휴스턴에서 화상 커뮤니케이션 및 마케팅 사업으로 성공한 기업인 아티잔 필드의 창업주이다. 아내와 이제 성인이 된 다섯 자녀는 가족 경영을 하고 있는 그 회사에서 같이 일하고 있다.

 

짐은 빈스 신부님이 오시던 그날 저녁에 이미 은퇴한 상태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신부님이 그의 집을 떠나시면서 남긴 몇 마디 말은 그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그는 작별인사를 하면서 가족 모두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당신네 가족은 참으로 창의적인 사업을 하고 있어요. 이제 하느님께서 주신 사명을 위해 무슨 일을 더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십시오.”

 

빈스 신부님의 그 말씀은 맞는 말이었다. 정말이지 보일즈 가족의 피에는 창의성이라는 유전인자가 흐르고 있는 듯하다. 그들은 신부님이 던지신 과제를 받아들이기로 하였고, 자신들이 가진 재능을 발휘하면서 함께 머리를 짜내 콜롬비아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새로운 사업을 하나 창출해 내었다.

 

짐은 채 몇 달이 안 되어 다른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일을 좀 덜 하면서 한가로운 생활을 즐기리라 기대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다른 계획들을 갖고 계셨고, 이제 나는 여느 때보다 더 바쁘군요.”


빵과 물고기


보일즈 가족은 빈스 신부님이 들려주신, 보고타 근처에서 선교 사업을 할 때의 이야기들을 떠올렸다. 그곳에서 바실리안 신부들은 사제가 되고자 하는 콜롬비아 현지인들과 함께 일하고 가르치고 선교하면서,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에서 복음적인 삶을 사는 공동체를 이루어 나가고 있었다.

 

콜롬비아의 이 지역에는 가난과 약물중독, 폭력이 만연해 있어 바실리오회 수도자들은 수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실업률은 매우 높았으며, 집안의 가장들 대부분은 가족을 부양하는 데에 필요한 직업 기술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에 한 끼의 식사로 근근이 살아나가는 상황이었다.

빈스 신부는 이렇게 절망적인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바리오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에서 ‘빵과 물고기’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이 사업은 그 지역의 여인네들이 가족에게 먹일 음식을 그에게 얻으러 오면서 시작되었다. 그는 자기를 찾아온 이들을 그냥 돌려보낼 수가 없어서 수도회의 부엌 찬장에 있는 것들을 꺼내 주었다.

 

음식을 달라고 찾아오는 이들이 점점 많아졌고 결국 사업은 교구로부터 임대한 집으로 옮기게 되었다.

 

현재는 한 집에서 한 명씩 매주 그곳에 가서 간단한 설교를 듣고 빵과 우유, 쌀을 얻어 와 굶주림을 면하는 가정이 169가구가 넘는다. 음식의 일부는 그 지역의 기업들이 기부하고 나머지 재정은 자선사업가들이 충당하고 있다.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르다.


그렇게 많은 것들이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겨우 한 미국인 가족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과연 그들이 그 지역에 실제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을 찾아낼 수 있을까? 보일즈 가족은 머리를 맞대고 궁리하면서 한 가지씩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몇 가지 기발한 제안이 나왔지만 비싼 운송료 때문에 배제되었다. 또 어떤 것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실용성이 없었다. 마침내 그들은 콜롬비아에서 가장 유명한 수출품을 가지고 사업을 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커피가 어떨까?”

 

이 아이디어를 놓고 연구하는 동안 보일즈 가족이 알게 된 것은, 전통적으로 콜롬비아 커피의 대부분을 생산해 온 소규모의 가내 영농업자들이 얼마나 힘들게 생활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글로벌 경제가 발전하면서 커피 가격이 농가의 생산가보다 낮게 떨어지면,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고향을 떠나갔고, 극도로 높은 실업률이 그 뒤를 이었다.

 

보일즈 가족은 최고급 콜롬비아 커피를 ‘공정 무역’ 방식으로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하면 소규모의 자영 농가들이 재배한 원두로 만든 커피를 생산 농가는 적정 수준의 이윤을 남기고 고용인들에게는 더 높은 임금을 지분할 수 있는 가격으로 팔 수 있을 것이었다.

 

거대 커피 회사에서 국제거래가격으로 수입되는 원두는 값이 싸긴 하지만 대체로 질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보일즈 가족은 값은 비싸지만 최고 품질의 커피 원두를 판매함으로써, 보다 많은 콜롬비아의 소규모 영농업자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면서 그들 가정의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그래서 자신들의 사업 수완을 활용해 그 일에 착수했다.


성공의 징후


그 결과 바실리오회의 수호성인의 이름을 따서 만든 성 바실 커피(Saint Basil Coffee)라는 비영리 단체가 탄생하였다. 여기에서 생산하는 커피는 가족 단위의 생산자들이 직접 경작하고 손으로 거둔 유기농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하고, 신중하게 검증 받은 공정으로 볶아 만들어졌다.

 

대량 생산되는 대부분의 커피와는 달리, 성 바실 커피는 주문이 들어온 후에 볶아서 소비자들이 언제나 신선하게 볶은 원두를 받을 수 있게 하였다.

 

성 바실 커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원봉사자이며 임금을 받지 않는다. 부인인 매리 마가렛은 재정 담당으로 회계를 맡고 있으며, 아들 톰과 딸 매리와 엘리자베스는 홍보 자료와 웹사이트를 담당하고 있다.

 

아들인 짐 2세는 커피 판매를 돕고 존은 마케팅 매니저로 일한다. 아버지인 짐은 그 모든 것을 총괄하여 관리감독한다. 모든 수익은 선교 사업에 쓰이며, 직업 훈련, 교육, 식량 지원,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창업 보조금 지원 등 보고타 인근의 빈민들이 재활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돕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보일즈 가족은 2004년 10월에 시작한 그 사업의 결과에 고무되었다. 시작 첫 해에 성 바실 커피를 통해 얻은 2만 5천 달러의 수익을 선교 사업에 투입할 수 있었다.

 

2006년에는 이 수익의 두 배를 목표로 했는데, 여름이 한창일 무렵 이미 목표의 80%를 달성했다. 2007년에는 더 많은 개인이나 교회에 판로를 개척하고 성 바실 커피를 기금마련을 위한 판매 상품으로 만들어 보다 나은 결과를 얻기 바라고 있다.


모든 그리스도인이 가진 선교 사명


짐은 매일 일을 마칠 때면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는 커피 사업을 통해 자신보다는 다른 이들을 좀더 생각하게 되면서 영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모든 그리스도인의 소명인 선교의 삶을 살 수 있도록 그에게 길을 열어 준 것이다.

 

“나는 지난 수년간 내 사업을 키워가면서 아마 교회의 선교 사업에 기부를 하기도 했을 테지요.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어려운 처지를 깊이 헤아려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하느님께서 내게 주신 축복의 열매에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때로 나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저렇게 많은데 지금 하는 일로 충분한가 걱정하기도 하고, 우리의 커피 사업이 그다지 많은 사람들을 돕지 못하는 게 아닌가 우려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럴 때면 우리가 돕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큰 차이를 만든다는 것을 떠올립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다 다가갈 수는 없지만, 한 번에 한 명씩 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줄 수는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보일즈 가족뿐 아니라 우리 각자에게 우리가 가진 재능과 창의성을 살리고 서로 협렵하면서 당신을 섬기는 사명에 동참하라고 촉구하신다.

 

“사람들에게 복음의 기쁜 소식을 전하려면 무슨 일을 해야할까? 어떻게 해야 나의 신앙을 실천에 옮겨 사회 정의를 위해 일할 수 있을까? 예수님께서는 나로 하여금 어떤 길을 통해 선교사가 되라고 부르시나?”

 

우리는 모닝커피 한 잔을 음미하면서 이런 몇 가지 질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쓴 앤 볼은 휴스턴의 여성기업가이자 가톨릭 문인이며, 바실리오회 라틴 아메리카 사도직에서 일하고 있다.

 

                 <말씀지기의 '내안의 말씀'>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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