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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클라이맥스를 향하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2-15 조회수525 추천수5 반대(0) 신고

 

 

<클라이맥스를 향하여>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카이사리아 필리피 근처 마을을 향하여 길을 떠나셨다.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베드로가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당신에 관하여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엄중히 이르셨다.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명백히 하셨다. 그러자 베드로가 예수님을 꼭 붙들고 반박하기 시작하였다.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하며 꾸짖으셨다. (마르 8,27-33)



  카이사리아의 필리피는 이스라엘 끝 조그만 국경 마을에서 새로운 사회적 요구로 새롭게 건설된 신도시입니다. 사람들과 물자가 모였다 퍼져나가는 곳입니다. 국경 마을은 많은 영화나 소설에서 소재가 됩니다. 문학적으로 그곳은 심리적 경계를 상징합니다.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방황을 상징합니다. 자신을 살펴보는 공간이 됩니다. 이방 문물을 쉽게 접할 수 있어 자신들의 장단점을 살펴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또 그곳은 심각한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날 수도 있으나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서 아니면 외부의 권력에 의해서 강제로 잠잠해지는 곳입니다. 무언가 잠재된 힘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마르코 저자는 이런 곳을 무대 배경으로 삼아 바야흐로 자신의 책을 클라이맥스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예수님께서 첫 번째 수난 예고를 “명백(parresia)히” 말씀하십니다. 여태껏 비유로만 말씀하셨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사람의 아들이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으시고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임을 당하셨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는 것을 제자들에게 가르치기 시작하셨다.”(8,31)

  이 말씀을 하시기 위해 제자들에게 제자들이 생각하는 예수님의 정체성을 입으로 고백하게 만드십니다.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 베드로의 대답에 예수님께서 썩 만족스럽지 않은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침묵만 명하십니다. 그리고 바로 “사람의 아들”이라는 애매한 말로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십니다. 수난과 죽음이 강조되는 말입니다. 그러나 부활로 이어지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입니다. 단순히 메시아 곧 그리스도라는 말로는 설명하기 부족한 당신의 정체성을  사람의 아들이라는 명칭으로 설명하였습니다.

  그러나 베드로를 대표로한 제자들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말씀이었습니다. 이제 겨우 뭇 군중과 다르게 예수께서 그리스도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달았는데 더 어마어마한 비밀을 분명히 들은 셈이 됩니다.

  여기서 마르코저자가 아주 용의주도하게 문장을 쓰시는 분이라는 점이 또 드러납니다. 어제 복음에서 벳사이다의 소경을 치유하실 때 네 단계로 나누어 치유한 의도가 여기서 해결 됩니다. (나감, 어렴풋한 단계, 분명한 단계, 옛날로 돌아가지 마라)


  베드로가 도에 넘치는 행동을 합니다. 어처구니없이 주님을 붙잡고 꾸짖는(epitimao) 행동을 저지릅니다. 제자가 스승을 가르치려드는 꼴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를 사탄이라고 직접 매몰차게 부르시며 “뒤로 가라”고 명령하십니다. 그리스 원어 “뒤로 가라(hypago opiso)”는 신약성경에서 두 가지 용례로 쓰여 두 가지 뜻이 담겨있습니다. ‘물러가라’는 뜻과 ‘뒤를 따르라’는 뜻입니다. 물론 이 부분에서는 내게서 물러가라는 뉘앙스가 더 풍깁니다. 그러나 우리는 ‘뒤를 따르라’는 의미도 염두에 두면 도움이 됩니다.

 

  우리도 옛 것에서 떠나 새 생명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첫 안수로는 그동안 굳게 닫혔던 눈이 어렴풋하게 열릴 것입니다. 주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부족합니다. 주님의 두 번째  안수가 필요합니다. 그것은 사랑이라는 눈입니다. 모든 사물과 상대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분명히 보이게 됩니다. 그리고는 주님의 뒤를 따르는 길을 걸어야 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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