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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월 16일 야곱의 우물- 마르 8, 3-49,1 묵상/ 나는 없다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7-02-16 조회수530 추천수3 반대(0) 신고

나는 없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군중을 가까이 부르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와 복음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사람이 제 목숨을 무엇과 바꿀 수 있겠느냐? 절개 없고 죄 많은 이 세대에서 누구든지 나와 내 말을 부끄럽게 여기면 사람의 아들도 아버지의 영광에 싸여 거룩한 천사들과 함께 올 때에 그를 부끄럽게 여길 것이다.”

 

예수님께서 또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여기에 서 있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죽기 전에 하느님의 나라가 권능을 떨치며 오는 것을 볼 사람들이 더러 있다.”
(마르 8,3-4­9,1)

◆재산을 생명처럼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재산을 얻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지위를 생명처럼 여기는 사람은 더 나은 지위를 획득하는 일에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재산을 생명처럼 여기는 사람도 있고, 지위를 생명처럼 여기는 사람도 있고, 명예를 생명처럼 여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즐거움을 생명처럼 여기는 사람도 있고, 자녀나 부모나 형제를 생명처럼 여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생명처럼 여기는 것들을 얻고 지키는 일에 모든 노력을 기울입니다.

 

나는 무엇을 목숨처럼 여기고 살아가는 것일까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재산을 얻을 가능성도 없고 지킬 재산도 없으니 재산은 내게 별 관심의 대상이 아닌 것 같습니다. 지위 또한 강력한 카리스마나 정치력을 가진 것도 아니니 가능성도 없습니다. 자녀도 없으니 그도 아닌 것 같습니다. 가지고 있는 것 중에도 소유를 고집할 만큼 값진 것도 없으니 그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면 명예인가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부정할 자신이 없습니다. 내게 명예로운 사제가 되고 싶은 욕심은 남다른 것 같습니다. 그러니 명예로운 사제가 되기 위한, 명예로운 사제처럼 보이기 위한 이러저러한 노력에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자신이 없습니다.

 

그쯤이야 한 사람의 사제로서 가질 수 있는 꿈이나 유혹이 아닐까 스스로 위로도 해보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 때문에 내가 당할 시험이 얼마나 클지 생각하면 아찔해집니다. 이미 그로 인하여 많은 죄를 지었고 앞으로도 그럴 위험이 크리라고 생각합니다. 십 년, 이십 년 후 명예로운 사제가 되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하고 있는 내가 도달할 모습과 예수님과 복음을 위하여 그조차도 버리고 하느님 사랑에 머무르기 위하여 노력을 기울인 내가 도달할 또 다른 모습을 상상할 때, 그 차이가 얼마나 클까 하는 생각이 가슴과 머리를 칩니다.

 

나는 휴대전화에 남들 하듯이 내 이름을 새겨두었습니다. 한 동료 신부님은 이름 대신 ‘나는 없다’는 글자를 새겨놓은 것이 기억납니다. 목숨처럼 획득하고 지켜야 할 자신을 버릴 때만 채워지는 생명과 은총을 얻기를 빕니다.

김홍일 신부(성공회 · 나눔의 집 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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