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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누구의 목숨인가?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2-16 조회수565 추천수2 반대(0) 신고

 

 

<누구의 목숨인가?>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와 복음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절개 없고 죄 많은 이 세대에서 누구든지 나와 내 말을 부끄럽게 여기면, 사람의 아들도 아버지의 영광에 싸여 거룩한 천사들과 함께 올 때에 그를 부끄럽게 여길 것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여기에 서 있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죽기 전에 하느님의 나라가 권능을 떨치며 오는 것을 볼 사람들이 더러 있다.”(마르 8,34-9,1)



  오늘 복음 말씀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방식이 언제나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그 당시 율법학자나 예언자들과 달리 토라를 인용하거나 “야훼께서 ~ 말하셨다.”와 같은 정식을 사용하지 않으셨습니다. 모든 말씀의 권위가 당신에게서 출발하였습니다. 그분의 말씀에는 언제나 하느님의 뜻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어디서 권위를 빌려 올 필요가 없었습니다.

  언제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과 인간사로 비유를 들어가며 말씀하셨습니다. 또 깜짝 놀랠만한 경구(아포리즘)로 말씀하실 때도 있었습니다. 모두 그분의 자유로운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어디에도 억매이지 않고 기존의 편협한 사고를 부수시는 역설입니다.


  인간의 생명은 누구나 제 스스로 얻은 것이 아닙니다. 일차로 부모에게서 받았으며 조상들에게서 받았습니다. 곧 인간의 생명은 자신들의 것만이 아니라 그것을 주신 분들에게도 속한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생각을 넓혀보면 사람의 목숨은 하느님께서 선물로 선사하셨다는 것이 자명해집니다.


  “자신을 버리고”라는 그리스어 뜻은 ‘부인한다(aparneomai)’는 말입니다. 자신이 가졌던 거짓된 생각을 부인하는 것입니다. 제 목숨이 하느님께서 주신 것이 아니라 제 것이라는 거짓을 부인하라는 것입니다.

  실상 우리의 목숨은 제 목숨이 아니라 하느님 목숨입니다. 이것을 알고 고백한다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역설이 더 이상 역설이 아니게 될 것입니다.


  제 목숨이라는 생각을 버리면 하느님 목숨을 얻을 것이요, 예수님과 하느님 나라의 복음 때문에 제 목숨을 잃으면 하느님이 주신 목숨을 구할 것이라는 말입니다. 이런 진리를 부끄러워하여 받아들이지 않고, 제 목숨이라고 우기고 함부로 쓴다면 네 목숨을 네가 마음대로 써버렸으니 나도 그 사실을 부끄럽게 여길 것이라는 말씀이십니다.

  하느님 목숨을 빌려 쓰는 것인데 하느님 뜻에 알맞게 쓰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목숨이 다하기 전에 하느님께서 보여주시는 영광을 목격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말씀이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예수님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당연한 말씀입니다. 그리고 실제 베드로와 요한, 야고보는 그 영광을 목격하게 됩니다.


    성 이냐시오는 용감한 군인으로 전쟁터에서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고 후송되어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는 만신창이가 된 육신을 바라보며 자신의 목숨이 자기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선물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자기 내부에서 “무엇인가 일어나고 있다.” 라는 자각을 하게 됩니다. 그 의식을 통해서 하느님께서 지금 여기서 활동하고 계시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무엇인가는 하느님으로부터 나와 자신을 하느님께로 이끌어 가는 힘이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사람 속을 꿰찔러 혼과 영을 가르고 관절과 골수를 갈라, 마음의 생각과 속셈을 가려냅니다.”(히브 4,12)


  그는 자기 존재의 핵심에서 하느님을 만났습니다. 하느님만이 홀로 절대이시며 그 외 모든 것은 상대이라는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인간이 저지르는 비참한 모습은 자신의 기준으로 하느님을 상대화시키고, 오히려 창조물을 절대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영신수련은 이러한 보편적 유혹에 최상의 처방을 내려 줍니다. 이것이 해방의 길이라고 말합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목숨을 얻는 길입니다.

  예수님의 죽음은 바로 하느님의 절대성을 선포하는 최고의 행위가 된다는 것을 그는 자각하게 된 것입니다.

 

  예수님마저 당신의 목숨을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로 여기시고 그분께 돌려드렸습니다. 그러니 죄 많은 인간인 우리들이야말로 주님의 뒤를 당연히 따라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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